10대 그룹 중 처음으로 인사채용 방식 바꾼 현대·기아차…취준생은 당혹감 드러내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 "저성장·노동규제, 대기업 더 이상 대규모 채용 이유 없어…"

현대자동차그룹이 국내 10대 그룹 중 처음으로 공개채용이 아닌 수시채용으로 신입사원 채용 방식을 바꾼다. 현대·기아차 입사를 준비하던 취업준비생들은 다소 당혹감을 드러내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올해부터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본사 인사부문이 관리하는 공개채용에서 각 업무부문이 필요한 인원을 필요한 시기에 선발하는 직무중심 '수시채용' 방식으로 전환한다고 13일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연간 두 차례 고정된 시기에 공개적으로 채용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이 융·복합하는 산업환경에 맞는 인재를 필요한 시기에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채용 방식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의 산업환경에서는 인문학과 자연과학, 공학 등 다양한 지식을 두루 갖춘 융합형 인재가 요구된다"며 "부문별로 필요한 융합형 인재 형태는 다를 수밖에 없는 만큼 앞으로 부문별 채용공고를 통해 요구하는 역량을 상세하게 공개할 것"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공개채용을 기다리던 취업준비생들은 갑자기 변화된 채용에 당혹감을 드러내고 있다. 취업준비생 김모 씨(27)는 "휴학을 하면서까지 현대차 입사 준비를 해왔는데 바뀐 제도로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대규모 공개채용은 미래에 필요한 인력을 예상해 채용한 후 교육을 거쳐 배치하는데 실제 업무에 투입되는 시점에는 경영환경 변화로 상황에 맞는 인력을 공급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현대차그룹이 사업 부문별로 필요한 인력을 필요한 시기에 선발하는 수시채용으로 전환하면서 다른 대기업들의 채용 방식에도 변화가 올 것이라는 전망도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다.

이병태 카이스트(KAIST) 경영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대규모 공개채용 제도가 세계적으로는 예외적인 현상이었다고 설명하면서 기업의 성장이 둔화되면서 경력이 없는 신입사원에 기업이 투자하기 힘들어지면서 경력직들의 이직을 통해 필요한 인력을 채용하는 방향으로 국내 대기업들이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공개채용이라는 것이 예외적인 현상"이라며 "과거 우리나라가 급성장하던 시기에 2월에 대학을 졸업하는 우수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대개 3월에 대규모 공개채용을 한 것인데 기업들이 과거처럼 크게 성장하지 않고 각종 노동규제로 해고도 안되는 상황에서 공개채용 방식을 고수할 필요가 없어지고 있는 것이 이번 현대차그룹의 인사 채용 방식 전환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과거에는 승진제도를 이용해서 우회적인 해고, 즉 체면 때문에 사표를 쓰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노동규제가 강화되면서 승진을 안 시켜도 나가지 않고 회사도 해고를 시키지 못한다"며 "저성과자를 내보내지도 못하는데 한꺼번에 뽑는 제도가 어려워 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국내 대기업들이 저성장에 노동시장의 유연성까지 떨어지면서 대학생 취업난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경제가 나쁘면 사람에 대한 투자 여력이 적으니까 바로 들어와서 일할 수 있는 생산성 높은 사람을 기업들이 선호할 수밖에 없기에 대졸 취업준비생들에게는 취업기회가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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