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홀로코스트 부정'이라며 5.18특별법 개정 또는 별도 처벌법까지 제정 계획
나치 유대인학살 등 전쟁범죄와 동격의 규모와 진상 확인됐는지 의문
정치색 강해진 5.18 매개로 일률적 가치판단 강요, 다른 사건까지 확대될수도
野시절 "표현의자유"라며 퍼뜨린 괴담들엔 기존 형법 넘어선 과잉처벌시도 없었다

'한국판 홀로코스트 부정 처벌법'이라는 미명(美名) 아래, 아직 진상규명과 역사적 평가가 끝나지 않은 5.18 광주사태를 매개로 '국민 입에 재갈 물리기'가 정치권 범(汎)여권 좌파에서 추진되고 있다. 마치 자신들의 주장을 거스르면 '극우 전범인 옛 독일 나치나 다름없다'는 식의 여론몰이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들이 '탄핵 졍변'이나 광우병 파동, 천안함 폭침 사건 등에서 걸핏하면 '표현의 자유'를 운운하던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이미 허위사실 또는 사실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죄나 모욕죄에 따른 진상조사 후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그런데 정치권력자들이 특정 현안만 '절대선(善)·성역화'하는 주장과 함께, 만인에게 보편타당해야 하는 법 적용의 원칙을 흐트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좌파 성향, 또는 호남 기반의  4당은 한국당 일부 의원이 5.18에 관해 ▲북한군 개입설을 제기하거나 ▲무기 탈취 등이 동반된 무장시위를 "폭동"이라 빗댄 것 ▲'40년 가까이 지났는데도 과도한 혜택의 국가유공자가 늘고 있으며 명단 공개까지 거부한다'는 항간의 의혹을 사고 있는 5.18 유공자를 "괴물 집단"에 비유한 데 대해 '5.18 망언'이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의동 바른미래당 원내수석부대표(왼쪽부터),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2월11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의 5.18 강성발언 관련 공동대응 방침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4당은 지난 8일 5.18 북한군 600여명 개입설을 주장한 지만원씨를 발제자로 국회 공청회를 개최하거나 축사에서 강경발언을 한 한국당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12일 제출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기존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의 처벌 항목을 개정해, 앞서의 5.18 국회 공청회 등과 같은 사례까지 '형법상 명예훼손보다도 더 강한 처벌'을 받도록 규정을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12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날조·비방 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개정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며 "공개된 장소에서 벌어지는 범죄적 망언도 처벌항목에 포함해 형법 등 일반법률보다도 더 강력히 처벌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호남 지역구 의원들 중심의 민평당도 12일 '5.18 역사왜곡대책 특별위원회 연석회의'를 갖고 '한국판 홀로코스트 부정처벌법' 제정 추진에 나섰다. 대책특위 법률팀인 박지원·천정배·이용주·김경진 의원이 중심이 돼, 민주당처럼 기존 5.18 특별법을 개정하거나 별도의 특별법을 만들어 5.18을 포함해 적용범위를 대폭 늘리는 안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여야 합의로 5.18 진상조사위원회를 발족시키기도 전에 일어난 일이다.

1980년 5.18 광주사태 당시 무장한 광주 시민군과 시민들의 모습.

민평당 등은 나치의 인종청소를 경험한 일부 유럽 국가들의 입법 사례를 참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나치정권을 청산한 독일은 이후 나치 범죄를 옹호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벌금형에 처하고, 홀로코스트(유대인 학살) 범죄를 부인하거나 경시, 나아가 찬양한 경우도 모두 처벌 대상으로 삼는다.

오스트리아는 1947년 제정된 나치 금지법으로 나치 조직을 설립하거나 부활을 기도하기만 해도 10년이상~20년 이하 징역에 처하고, 유럽연합(EU)은 1996년 맺은 '인종주의와 외국인 혐오 행위 방지협약'에서 대량학살·전쟁범죄 등을 부인하거나 축소할 경우 최대 3년 징역형을 내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5.18 광주사태는 직접 사망자가 190여명(시민군 165명·군인 23명·경찰 4명)이며 행방불명자는 60~70명 안팎으로 알려진 만큼, 옛 독일령 폴란드에 위치했던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노동 및 절멸수용소'에서만 100만~150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홀로코스트와 비견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당시 군부의 계엄군 파견 목적도 '학살'이라는 한마디로 단언할 수 있는지, 인명피해 발발 경위, 규명됐거나 규명될 팩트를 둘러싼 가치판단 등의 정의(定意)가 끝나지 않았다는 지적 역시 나온다. 좌파진영발 헬기 기총소사설, 대거 암매장설도 현 정권이 '물증(物證)을 통해 규명해내지 못한' 사례로 거론된다.

5.18 자체가 민주당·민평당이 사상적 뿌리로 삼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야인(野人) 시절 연루돼 '내란음모 사건'으로 지목됐던 과거도 있는 만큼, 나치의 국제 전쟁범죄와 동격이라기보다는 국내 '정치적 사건'에 가깝다는 한계도 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옛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인 2016년 7월2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5.18 왜곡행위 처벌을 위한 법률개정 국민토론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옛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인 2016년 7월2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5.18 왜곡행위 처벌을 위한 법률개정 국민토론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민평당이 추진하는 별도 특별법 제정으로 방향이 잡힐 경우, 5.18뿐만 아니라 '좌파의 심기를 거스르는' 모든 언행이 불편부당(不偏不黨)한 진상규명 절차를 건너뛰고 처벌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더구나 민주당과 민평당이 야당 시절 '표현의 자유'를 빌미로 정적(政敵)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겨눈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매개로 한 광우병 괴담(전 국민에 5년 내 확산 사망 등)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고의침몰설, 그외 300인 공양 굿판설·시술설·투약설·밀회설 등 저급한 낭설을 덧씌운 '7시간 괴담' ▲휴대전화보다 한참 미미한 수준의 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레이더 발생 전자파를 두고 전문시위꾼들과 결탁해 "몸이 튀겨진다" 등 무분별한 의혹제기는 물론, 민주당 집권 이후로도 일부 의원이 법안 발의 등을 통해 저지른 북한의 천안함 폭침 부정 등 행보를 뒤로 하고 비판자들의 입에만 '재갈 물리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잇따른다.

한편 민주당은 '가짜뉴스 대책'이라는 구호만 앞세워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는 개개인의 소셜미디어 활동과 유튜브 등에 게재한 영상까지 통제하려는 각종 시도를 거듭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난을 산 지도 오래다.

지난해 10월에는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효성)를 중심으로 범정부적 고강도 조치를 발표하려 했으나 무기한 연기된 상태이며, 민주당 의원들이 유튜브를 국내 운영하는 구글 한국지사(코리아)를 직접 찾아가 문재인 대통령과 남북관계에 관한 의혹 제기 영상을 직접 '지우라'고 압박하는 행태까지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는 경찰을 비롯한 수사권력은 현 정부여당이 '가짜뉴스'라고 지목한 소셜미디어 글과 영상을 표적으로 사실상 '청부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도 드러났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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