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제공]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 = 연합뉴스)

소위 ‘사법농단’과 관련됐다며 검찰이 구속 기소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이 서울중앙지법 형사 35부에 배당돼 재판을 받게 됐다. 형사 35부는 양 전 대법원장의 기소를 염두에 두고 법원이 지난해 11월 신설한 곳 중 하나다.

서울중앙지법은 12일 내부 논의를 거쳐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을 ‘적시 처리가 필요한 중요 사건’으로 선정하고, 형사 35부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중요 사건’은 일반 사건보다 신속히 처리되는데, 대법원 재판 규정상 다수 당사자가 관련됐거나 사회적 파장 등이 큰 사건 등이 지정된다.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기소(불구속)된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도 같은 재판부에서 심리를 받는다. 임 전 차장 사건의 경우 이미 형사 36부(윤종섭 부장판사)에 배당됐지만 옮겨졌다. 서울지법 관계자는 “형사합의부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연고 관계, 업무량, 진행 중인 사건 등을 고려해 일부 재판부를 배제한 뒤 나머지 재판부를 대상으로 무작위 전산 배당을 한 결과”라고 했다. 임 전 차장 사건을 옮기는 것 역시 원 재판부(형사 36부) 업무량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사건을 심리할 박남천 부장판사(52)는 전남 해남 출신으로, 광주지법에서 판사를 시작했다. 일선 법원에서만 민형사 사건들을 두루 재판해왔다. 그는 정치적 사건을 맡아 성향을 드러낸 적은 없다고 한다. 법조계에서도 법리 원칙에 따라 신중히 판결하는 판사로 알려져 있다. 다만 박 부장판사는 지난해 2월 정기 인사 때 서울중앙지법에 발령받아 민사 단독 재판부를 맡았는데, 이 재판부에서는 시민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을 심리하기도 했다. 이 재판의 경우 형사 재판 결과까지 재판 절차가 중단된 상태다.

최근 민주당은 김경수 경남지사의 19대 대선 전후 1억여회 불법 댓글조작에 대해 유죄 판결한 성창호 판사의 경력을 거론하고, 그를 ‘양승태 키즈’ 등으로 칭하며 인신공격하고 있다. 하지만 박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나 대법원 근무 경험도 없다.

첫 재판 절차인 공판준비기일은 내달 중순에나 열릴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검찰이 적시한 혐의는 ▲상고법원 추진 등 법원의 위상 강화 및 이익 도모 ▲대내외적 비판세력 탄압 ▲부당한 조직 보호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편성 및 집행 등 4개 항목에 걸친 47개다. 수사기록 역시 수십만 쪽에 달해, 공판준비기일에도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몇몇 매체에서는 2~3차례의 공판준비기일이 지난 후의 정식 재판은 오는 4월경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경우 공판준비기일에는 출석할 필요가 없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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