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정에 합의한 것과 관련해 2차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강력한 양국의 동맹관계를 보여주는 신호라는 평가와 함께 단기적 해결에 불과해 앞으로 한미동맹에 큰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분담금 증액을 계속 요구하면 동맹의 갈등이 심화되고 한국 내 반미정서가 고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2차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양측이 한 발씩 양보해 잠정 합의를 낸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 국방부 동아시아 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에이브러햄 덴마크 우드로 윌슨 센터 아시아국장은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미국과 북한이 협상할 때 강력한 한미동맹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2차 정상회담에 임하기에 앞서 (분담금 관련) 장기적인 해법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을 더 확보한 것은 동맹을 더욱 견고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한국의 분담금 협정 합의는 북한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다는 분석도 나왔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VOA에 “(동맹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적 관점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은 매우 강력하다는 신호”라며 “북한은 한미동맹을 갈라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미 국방장관실 한반도 선임자문관을 지낸 백 잭슨 뉴질랜드 빅토리아대 교수는 이번 합의와 관련해 ‘큰 변수 없이 2차 미북정상회담을 넘길 수 있다’는 평가를 했다.

잭슨 교수는 “방위비 분담금 합의 없이 2차 미북정상회담이 열렸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의 한반도 주둔 문제를 협상 안건으로 올렸을 가능성이 더 높았다”며 1차 미북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중단에 합의한 것을 상기시켰다.

그는 “이런 의미에서 2차 미북정상회담 전 분담금 협정이 체결된 것은 매우 좋은 일”이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협상에서 한국에 더욱 큰 양보를 요구할 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과 미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에 합의한 것은 ‘단기적인 해법’ ‘잠정예산안’이라고 비판했다. 한미 양측이 분담금을 둘러싸고 이견을 보인 핵심적 문제에 대한 해결을 사실상 뒤로 미뤘다는 것이다.

덴마크 국장은 “협상의 핵심 쟁점은 한국이 분담금을 더 높이기를 미국이 원한다는 것”이라며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주한미군 특수작전사령부 대령 출신인 맥스웰 연구원은 이번 합의의 유효기간이 1년인 점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짧은 주기로 계속 매년 협상을 하는 것은 한국 외교부와 미국 국무부의 진을 뺄 수 있고 한국 국회도 매년 분담금 협상을 하는 것에 반대할 수 있다”며 “3년~5년 주기로 합의를 맺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했다.

한국군사문제연구원의 김열수 안보전략실장은 지난해 10차례나 공식 회의를 통해 진통을 겪은 사례를 지적하면서 “1년이라는 유효기간이 앞으로 한미동맹의 갈등을 구조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맹은 빈틈없는 공조가 관건인데 잦은 협상으로 서로 계속 부딪히면 갈등을 재생산하는 구조로 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큰 혜택을 주는 것처럼 많은 것을 요구하고 주한미군 철수를 협박한다면 한국 내 반미정서만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전쟁에 108억 달러의 전비를 지출하고 각종 경제와 군사 원조를 제공했다. 특히 미국은 1953년 10월 한미동맹의 근간인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뒤 한국의 근대화와 경제발전 노려을 지원했으며 주한미군 주둔 비용도 독자적으로 감당했다.

이후 한국의 비약적인 국력 신장과 민주화 정착에 따른 역할 증대론에 따라 1991년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특별협정을 체결해 지금까지 10차례에 걸쳐 분담금을 계속 늘려왔다. 

한미 양국은 지난 10일 지난해보다 8.2% 인상된 1조 389억원(9억 2380만 달러)에 달하는 제10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가서명했다. 그러나 지난 1991년 방위비분담특별협장 체결 이후 거의 5년이었던 유효기간이 1년으로 짧아졌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은 당장 몇 달 뒤부터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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