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게이오대 주최 심포지엄서 "日 원하는 것만 요구 말라" "日언론이 문제" 비난
기미야 도쿄대 교수 "日 언급 전혀 없단 게 쇼크…北비핵화 믿기 힘들단 의견 많다"
문정인 "文이 사법부 좌지우지, 親北정권이란 건 日언론의 음모론…나도 쇼크다"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연세대 명예특임교수)이 최근 일본 대학이 주최한 행사에서 '북핵 문제에 일본의 역할은 없다'는 주장으로 일본 측 학자와 공개 대립했다.

지난 9일 한국국제교류재단 후원으로 도쿄 게이오대 현대한국연구센터가 주최한 심포지엄에서는 문정인 특보와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등 한·일 참석자들 간에 설전이 벌어졌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2월9일 일본 도쿄 게이오(慶應)대 미타캠퍼스에서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질서 구상'을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기조 발제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당시 문 특보는 기조연설에서 "2018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남북 정상이 세번, 북중 정상이 네번 만났고 이제 미북 정상이 두 번째로 만나게 됐다"며 "(동북아에서) 정상 외교가 일상화됐는데 신뢰가 쌓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 특보의 연설이 끝난 뒤 기미야 다다시 교수는 "문 특보가 일본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는 것에 쇼크(충격)를 받았다"며 "이것이 현재 한국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기미야 교수는 "한국이 일본을 경시한다고 비판할 생각 없다. 이제 일본은 한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 존재가 됐다"고 양국 공조 부재를 개탄했다.

문 특보는 기미야 교수의 문제 제기에 대해 "현재 남북한과 미국이 정전협정, 비핵화를 논의하는데 일본의 역할이 없을 수밖에 없다"며 "만약 6자회담이 열리는 다자체제라면 일본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지금 양자로 분절된 상황에서 한계가 있다"고 규정했다.

그는 또 "한국이 '재팬 패싱' 하는 게 아니다"고 전제한 뒤 "문재인 대통령은 1~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아베 신조 총리의 요청으로 납치 문제를 제기했고, 수차례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파견해 아베 총리에게 (남북, 미북) 회담 결과를 설명했다"며 "(재팬 패싱이라고 보도하는) 일본 언론이 문제가 아닌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기미야 교수는 "일본 정부와 시민들은 '북한 비핵화를 믿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다. 솔직히 말해 나도 그런 불안감이 있다"고 문재인 정부의 북핵 문제 스탠스에 의문을 제기했다.

문 특보는 지난해 10월 문 대통령이 유럽 방문 당시 외국 정상들에게 대북 제재 완화 협조를 요구했다가 거부당한 것과 관련해 "일본은 EU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주장을 로비를 통해 봉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부정적인 외교, 판이 안 되는 방향으로 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세상은 변화하는데 일본은 우주의 중심처럼 변하지 않고, 원하는 것만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책망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도 문 특보를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그는 "나는 문 특보의 발언에 감동을 받았다. 기미야 교수가 '쇼크를 받았다'고 하는 데 대해 쇼크를 받았다"고 비꼬았다.

그는 "피스 메이커(peace maker)로서 문 대통령, 문 교수(문 특보)는 동북아에서의 평화 체제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특보 자신도 "일본에 올 때마다 쇼크를 받는다"며 일본 언론들을 겨냥 "항상 음모론을 제기한다. '문 대통령이 사법부를 좌지우지한다', '친북 정권이다' 등이다. 한국을 잘 아는 분들도 그런 말 한다'"면서, "문 대통령의 오른팔인 김경수가 구속됐다. 대통령이 사법부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음모론 가지고 한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세상이 변하는데 일본은 자기 원하는 것만 말해선 안 된다"고 비난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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