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8일 저녁 오산기지로 복귀, 美대사관으로…9일 韓외교부와 협상결과 공유할 듯
1박2일서 하루 길어진 협상, 영변 핵과 장·중·단거리 미사일 폐기 제안 가능성
"FFVD 도달까지 對北제재 이행"…IMF 가입 등 미래형 경제유인 제안했을 듯
협상 도중 트럼프 "2월 중 中시진핑 안 만난다" 밝히면서 종전선언은 수면 아래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2박 3일간 평양에서 열린 북한 비핵화 실무협상을 마무리 짓고 8일 오후 복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오후 6시34분쯤 비건 특별대표가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 해군 수송기가 평택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했고, 외교부 당국자는 "비건 특별대표가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한 것이 맞다"고 밝혔다.

비건 특별대표는 오산기지에서 내린 뒤 곧바로 서울 광화문 미국 대사관으로 이동했다. 비건 대표는 9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나 협상 결과를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방한한 비건 특별대표는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6일 서해직항로를 이용해 평양으로 이동한 뒤 이달 27일~28일 베트남에서 열릴 2차 미북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협상을 시작했다.

비건 특별대표는 당시 북한에서 돌아오는 시점을 못 박지 않고 평양으로 떠났다. 이번 협상에서 북측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전 주스페인 대사 등과 실질적인 비핵화 진전 방안과 광범위한 대북제재 완화를 놓고 줄다리기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

 제2차 미북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협상을 마치고 북한 평양에서 돌아오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일행이 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비행기가 2월8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에 착륙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특히 미 측은 당초 1박2일로 진행하려던 실무협상을 하루 더 연장하며 '끝장 토론' 형태로 실무협상을 벌였다.

앞서 미북간 합의할 비핵화 조치로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및 검증이 집중 거론됐었다. 미국은 여기에 더해 영변 핵시설 폐기, 우라늄 농축시설 동결 등 추가적인 비핵화 행동을 요구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의 상응조치로는 대북 인도적 지원,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연락사무소 개설, 평화체제 협상을 위한 다자회담 논의 시작 등이 언급됐었다. 북한은 미국 전략자산 전개 중단, 대북제재 일부 완화도 강하게 주장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미북정상회담이 '미사일 담판'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은 8일 언론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김영철 북한 조선로동당 부위원장과의 백악관 회동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해 북한이 보유한 모든 미사일을 폐기하는 방안을 거론했다"고 말했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김정은과의 2차 정상회담을 위해 영변 핵시설 폐기 외에 추가 카드를 원하고 있다"며 "비건 특별대표가 지난달 말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언급한 우라늄 핵시설 폐기와 '모든 미사일의 폐기'가 추가 요구사항임이 드러나고 있다"고 전했다.

'모든 미사일 폐기'는 핵담판의 성과가 없었다는 비판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유용한 카드가 될 전망이다. 북한이 미사일 폐기를 수용한다면 미국 조야의 우려를 일시적이나마 불식시킬 수 있다. 게다가 미사일 폐기에 중·단거리용도 포함해 관철한다면, 미군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일본의 강력한 요구사항을 들어주는 격이 된다.

미국은 북한에 '미래형' 경제적 유인을 제안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7일(현지시간) 북한의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 가입이 비핵화 등에 대한 상응조치로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IMF 등 국제기구 가입은 민간 자본의 대북 투자를 위한 주요 전제조건으로 꼽힌다.

(왼쪽부터)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전 주 스페인 대사(사진=연합뉴스)

반면 대북제재 완화와는 재차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로버트 팔라디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7일 정례 브리핑 당시 비건 특별대표의 평양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전하면서 "우리의 목표 중 하나는 북한 주민을 위한 밝은 미래"라며 "그러나 우리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에 도달할 때까지 유엔 제재를 이행하는 데 단결돼 있다"고 했다.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장인 코리 가드너 의원도 8일 미국의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제재 해제는 법률적으로 완전한 비핵화 이후에만 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비핵화와 제재 완화의 이른바 '동시 행동'은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한편 미북정상회담과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제기됐던 미중정상회담은 사실상 무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이달 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니다"라면서 "아직은 아니지만, 아마도 추후에 (만날 것)"이라고 대답했다.

미북→미중 정상 연쇄 회동설은 지난달 30~31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협상 이후 나오기 시작했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일 국정연설 전 방송사 앵커들과 한 오찬에서 '이달 말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 시 주석, 김정은이 베트남에서 3자 회동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관측이 뒤따랐다. 외교가에선 문재인 대통령까지 참석해 4자간 종전선언이 이뤄질 수 있다는 추측도 나왔지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2월 중 회동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종전선언 가능성은 낮아졌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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