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내수판매 꼴찌 '르노삼성' 장기파업에 수탁물량 수주 불투명…엔저·강성노조 '외우내환'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연합뉴스 제공)

부산에 위치한 르노삼성자동차(이하 르노삼성) 공장이 노조의 파업으로 존폐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8일 산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르노그룹 본사는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수탁(受託) 생산하고 있는 일본 완성차업체 닛산(Nissan)의 중형 SUV(Sport Utility Vehicle) 로그(Rogue)의 후속 물량 배정 협상과 관련해 르노삼성 노조가 파업을 지속하면 진행할 수 없다고 최근 공개적으로 밝혔다. 

르노그룹은 르노삼성의 최대주주(지분율 79.9%)고 르노그룹과 협력관계에 있는 닛산은 2014년부터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에 로그 생산을 위탁(委託)하고 있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로그'는 전체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작년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생산한 차량 21만5809대 가운데 49.7%인 10만7262대가 로그였다. 로그 후속 물량을 따내지 못하면 부산공장은 대규모 구조조정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탁 계약은 오는 9월 종료된다. 

르노삼성 노조의 장기 파업으로 로그 후속 물량을 수주하지 못하면 4000명 수준인 부산공장 인력 중 절반가량이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업계에서는 나오고 있다.

로스 모저스 르노그룹 제조총괄 부회장은 "노조 파업이 계속돼 공장 가동 시간이 줄고 새 엔진 개발에 차질이 생기면 르노삼성자동차가 쌓아온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진다"며 "이런 상황에서 로그 후속 차량에 관해 논의하기는 힘들다"고 최근 경고한 바 있다.

또 모저스 부회장은 "부산공장의 지속 가능성과 고용안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생산 경쟁력이 확보돼야 한다"며 "이 사실을 (회사와 노조) 모두가 인식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르노삼성 노조는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며 작년 10월부터 약 4개월 동안 28차례 총 104시간 파업을 진행했다. 르노삼성은 국내 완성차업체 5개 가운데 유일하게 작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마무리짓지 못했다.

파업이 잦은 국내 완성차업계에서 르노삼성은 '모범생'이라고 불릴 정도로 사측과 노조가 큰 문제없이 임금협상을 마무리했었다. 실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연속 파업없이 임단협을 마쳤다. 르노삼성 노조가 변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 하반기부터였다. 

작년 12월 박종규 신임 노조위원장이 취임했고 노조의 강경행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박 위원장은 2011년 르노삼성 직원 50여 명을 모아 민노총에 가입한 바 있고 현재는 민노총에 전체 노조를 가입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르노삼성 노조는 현재 기본급을 대폭 올려달라고 요구했고 사측은 거부하고 있다. 르노삼성 노조는 기본급 10만667원, 자기계발비 2만133원 인상을 요구하고 있고 특별격려금 300만 원 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사측은 기본급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2년째 내수 판매 꼴찌에 머무른 르노삼성이 엔저(円低)로 수출마저 비상등이 켜진 상황에서 강성 노조까지 등장해 외우내환(外憂內患)의 위기에 직면했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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