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 첫 '非 미군' 유엔사 부사령관…작년 10월 "종전선언시 주한미군 지위 논란" 우려한 인물
종전선언後 전제로 "근무요원 2배↑ 늘릴 것" "對北감시로 유엔사 후방기지 활용도도 높아져"

비(非)미군 출신으론 처음으로 유엔군사령부 2인자가 된 웨인 에어 부사령관.(사진=연합뉴스)
비(非)미군 출신으론 처음으로 유엔군사령부 2인자가 된 웨인 에어 부사령관.(사진=연합뉴스)

웨인 에어 유엔군사령부(UNC) 부사령관(53·캐나다 육군중장)이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6.25 전쟁 종전선언 이후의 유엔사 해체 가능성 우려에 관해, "유엔사는 확고하고 항구적인 평화 체제가 정착될 때까지 지속적인 지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달 말 2차 미북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 합의가 나오더라도, 이후 한반도 평화 체제가 확고히 정착될 때까지 유엔사가 존속할 것이라고 확인한 셈이다.

6·25전쟁 당시 미군 등 파병 16국과 한국군을 통솔했던 유엔사는 1953년 휴전 이후 정전 체제를 유지·관리하는 역할을 해왔다. 유사시 6·25 참전국들로부터 병력·장비를 제공받아 다시 북한과 맞서도록 돼 있다. 

유엔군사령관은 한미연합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이 겸임하지만 업무가 많아 실질적인 유엔사 업무는 부사령관이 총괄한다. 에어 중장은 작년 7월 비(非)미군 출신으론 처음으로 유엔사 부사령관에 취임했다.

8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에어 중장은 전날 서울 용산 미군기지 내 집무실에서 진행한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전협정은 지난 65년간 한반도의 안정을 뒷받침해 왔다"며 "유엔사는 정전협정 집행과 남북 대화 촉진, 한국 평화와 안정을 위한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 최적화된 단독 사령부로서 진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평화협정 체결 후'의 유엔사 위상에 대해선 "얘기하기 너무 이르다. 정치적인 수준의 결심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즉답을 꺼렸다.

다만 "유엔사는 한국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69년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왔고 앞으로도 이를 지속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혀뒀다. 유엔사가 달라진 형태로 지원 역할을 계속하게 될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에어 부사령관은 종전선언 이후 주일 미군 기지에 있는 유엔사 후방 기지의 역할과 위상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유엔사 후방 기지는 미·일 양국 간 소파(SOFA·주둔군지위협정)에 의해 유지되는 것으로 미·일 양국 간 행정협정을 변경하면 변화가 가능하지만 현재 약화 움직임은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오히려 지난 수년간 대북 제재와 관련해 (유엔사 후방 기지의) 활용도가 높아졌다"고 했다. 석유 밀수를 위한 북한의 불법 해상 환적 감시 등 대북 제재 이행을 위해 전력 제공국(17국)들의 함정·초계기들이 유엔사 후방 기지를 활용하는 빈도가 크게 늘었다고 근거를 들었다.

신문은 에어 부사령관이 지난 수년간 유엔사 참모 조직 강화 등 '유엔사의 독자적 역할'이 실질적으로 강화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는 "평상시 유엔사 근무 요원을 (기존 30~40명에서) 10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지난 5년간 유엔사 참여국들의 키리졸브 등 한미 연합훈련 참가가 늘었다"며 "유엔군사령관은 매달 전력 제공국 대사단을 초청해 회의를 열고 각종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 등 8국이 유엔사 참모 요원을 파견 중이고, 지난해 8월 마크 질레트 미 육군 소장이 유엔사 참모장에 취임했다. 종전엔 주한미군 참모장이 유엔사 참모장을 겸직했지만 처음으로 유엔사 단독 참모장을 두게 된 것이다.

이같은 유엔사 강화가 한국군과의 전시작전통제권 분리에 대비해 미국이 '딴살림'을 차리려는 의도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고 조선일보가 지적하자, 에어 부사령관은 "오해"라고 했다고 한다.

그는 "용산기지 평택 이전에 따라 미군 한 사람이 2~3개 직위를 겸직하기 어려워졌고 한미동맹에 대한 국제사회 지원 강화 등을 고민해 유엔사 강화가 추진된 것"이라고 했다.

한편 에어 부사령관은 지난해 10월 종전선언 이후 주한미군의 존속을 둘러싼 논란이 일 수 있다고 우려를 밝혔던 인물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한반도 휴전을 감독하는 에어 부사령관은 당월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북한이 왜 그렇게 열심히 종전선언을 추진하는지 의문을 품어야 한다"며 "낙관론자들은 그 사람(북한 김정은)이 자신의 행로를 바꾸고 새로운 접근법을 취하려고 북한 내부용으로 종전선언을 필요로 한다고 말하지만, 비관론자들은 그것을 동맹을 갈라놓으려는 또 다른 술책이라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에어 부사령관은 항구적 평화로 가는 절차에 대한 희망이 생겼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을 '동맹 갈라치기 명수'로 칭하며 경계했다.

그는 "그러면 종전선언은 무엇을 의미할까? 종전선언에 법적인 토대는 없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감정적으로 유엔사의 존재와 왜 계속 있어야 하는지에 의문을 갖기 시작할 것"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종전선언은 한반도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을 문제로 삼는 '위험한 비탈길'(slippery slope·발을 들이면 돌아오기 어려운 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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