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사회주의 교육하는 써클 만들고 북한 등 찬양한 50대...징역형 이후 특별복권돼
재심 재판부 "원심에서 인정된 증거들은 대부분 가혹 행위로 임의성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져"
"기간 불법구금 상태에서 고문, 회유, 협박 때문에 공소사실을 허위로 자백한 것으로 보인다...당시 수사 적법하지 않아"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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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에 사회주의 의식화 교육을 하며 북한을 찬양하고 대한민국을 비판해 징역을 살았던 50대 남성들이 37년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제2형사부(박병찬 부장판사)는 최근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계엄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A씨(59) 등 3명에 대한 재심에서 그들에 무죄를 선고했다.

A씨 등은 20대 초반이던 1980년 당시 충남 공주군 장기면 한 주점에서 선·후배들과 함께 사회주의 의식화 교육을 위한 써클(이적단체)을 구성하고, 당시 사회주의를 찬양하는 도서로 취급돼 금지됐던 ‘해방 전후사의 인식’ 등을 교재로 토론 학습 등을 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당시 체제가 비민주적이라고 비난하며 북한과 해외 공산주의자 활동을 찬양하는 등의 발언도 해, 북한을 이롭게 한 혐의도 적용됐다.

이들의 혐의는 1982년 5월 모두 유죄로 인정됐고, A씨 등 2명은 징역 3년 및 자격정지 3년, B씨는 징역 1년 및 자격정지 1년을 선고됐다. 이들은 대전지법에서 형이 확정돼 징역을 살고, 이후 1984년 11월과 1988년 3월 각각 특별복권됐다.

다만 재심 재판부는 A씨 등이 당시 구성한 써클은 사회주의 의식화 교육을 위한 이적단체가 아니고, 원심에서 인정된 증거들은 대부분 가혹 행위로 임의성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A씨는 수사 중 혐의를 자백했는데, 재심 재판부는 이 자백이 고문과 협박으로 이뤄진 것이었다고 봤다. 그러면서 “(A씨 등에게 적용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는 1989년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되는 집회나 시위에 대한 부분을 삭제하는 내용으로 법률이 개정됐다”며 면소를 선고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구속영장이 발부돼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되기 전까지 약 60일 이상 대전 대공분실 지하실 등에서 불법으로 구금돼 통닭구이, 물고문, 집단구타 등의 가혹행위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 한 사람은 정신질환을 앓았고, 또 다른 사람은 수차례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며 “장기간 불법구금 상태에서 고문, 회유, 협박 때문에 공소사실을 허위로 자백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및 검찰에서 한 진술, 원심 법정에서 한 진술은 모두 임의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는 만큼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재심 재판부는 당시 수사가 적법한 절차로 이뤄지지 않았다고도 했다. 피고인들의 소지물 압수 등이 강제연행 전후에 걸쳐 영장 없이 압수됐다는 것이다. 재심 재판부는 압수 증거물에 대해 “절차의 위법에도 불구하고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 어떠한 예외적인 사정도 발견할 수 없으므로 증거능력이 없다”고도 덧붙였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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