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송대성(前 세종연구소장), 김태우(前 통일연구원장), 박휘락(국민대 정치대학원장), 신원식(前 합참 작전본부장)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송대성(前 세종연구소장), 김태우(前 통일연구원장), 신원식(前 합참 작전본부장), 박휘락(국민대 정치대학원장),

지난 1월 30일 마침내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대수장 大守將)이 출범했다. 415명의 예비역 장성들이 전쟁기념관에서 ‘9·19 남북 군사분야합의 대토론회’를 개최한 것은 지난해 11월 21일이었다. 이들은 행사 전에 성우회(星友會)를 방문하여 군사분야합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심각한 안보상황 관련 국민대토론회 행사를 주최할 것을 요구했지만 성우회는 난색을 표명했다. 그렇게 해서 ‘안보를 걱정하는 예비역 장성 일동’이라는 급조된 명칭으로 개최된 토론회에서 노병들은 문재인 정부의 안보붕괴 정책에 항의하며 군사분야합의의 폐기를 요구했고, 20개 항의 공개질문을 던졌다. 토론회 중 그리고 그 후에 일회성 행사로 그쳐서는 안 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그렇게 해서 창립된 것이 대수장이었다.

이날 출범식이 거행된 프레스센터 입구에는 이른 시간부터 애국 보수단체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게양하고 대수장의 출범을 환영하는 행사를 벌렸다. 이들의 환영행사는 출범식이 끝나는 시점까지 이어졌는데, 행사를 마치고 내려온 노병들은 무언가를 함께 다짐하면서 이들과 눈인사와 악수를 나누었다. 모두의 표정에는 난세(亂世)에 대수장이 나라지킴이가 되어야 한다는 기대감이 역력했다.

노병(老兵)들의 출정식이 된 대수장 출범식

출범식은 송대성 사무총장의 사회로 500여 명의 육·해·공·해병대 예비역 장성들이 참가한 1부 비공개 행사와 민간 초청인사들이 가세한 2부 공개행사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1부 행사에서는 경과보고, 정관의 심의통과, 임원선출 등이 이루어졌다. 정관에는 참가를 희망하는 예비역 장성이 정회원이 되고 재정 또는 재능을 기부하는 민간인도 후원회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백선엽 장군, 장경순 전 국회부의장, 이상훈·이종구 전 국방장관 등 30여 명의 원로들이 고문으로 위촉되었고, 권영해·김동신·김태영 전 국방장관, 이억수 전 공군참모총장 등 10여 명이 공동대표로 선임되었으며, 전창렬·박정수 장군이 감사로 선임되었다. 이정린 전 국방차관, 장석규 장군 등 30여 명의 자문위원도 위촉되었다. 육·해·공·해병대 출신들을 두루 망라한 인선이었다. 이와 함께, 각군에서 수 명의 운영위원이 참가하는 운영위원회도 구성되었는데 운영위원회는 실무 집행위원회로서 대수장의 중심기구가 될 예정이다. 이석복 장군이 운영위원장으로 선출되었고 송대성 사무총장이 운영위원장을 도와 실무를 총괄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전략, 정책, 행사기획 등을 위해 봉사할 전략위원회, 각종 송사에 대비하는 법사위 등도 구성되었다. 대수장 참여를 표방한 예비역 장성은 500명 이상인데, 45명 정도가 4성장군 출신이고 이중 국방장관을 지낸 분들만 11명에 달했다.

2부 행사는 노재봉 전 국무총리와 정규재 정규재티비 대표의 축사로 시작되어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의 안보현황 및 향후 과제 설명, 박휘락 국민대 교수의 방위비분담금 문제 설명 등으로 이어졌는데, 김명환 전 해병대 사령관의 대국민 성명서 발표와 함께 장내의 열기는 고조되었고, 신원식 장군이 “사랑하는 군 후배들에게 고한다”라는 외침과 함께 대군(對軍) 성명서 발표를 시작하자 장내는 더욱 뜨거워지고 박수소리도 빈번해졌다. 출범식은 “자유대한 만세! 대한국민 만세! 대한국군 만세!”라는 만세 소리로 끝을 맺었다. 이렇듯 대수장의 출범식은 국가위기에 분연히 일어서고자 하는 노병(老兵)들의 출정식이었다.

강공(强攻)을 예고한 초강력 성명서

성명서에는 일반예상을 뛰어 넘는 강도를 가진 내용들이 많았다. 6개 항으로 구성된 대국민 성명서는 “민족공조의 미명 하에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자유민주주의를 붕괴시키는 일이 지속된다면 국민이 심판에 나설 것”이라 했고, “북한 비핵화에 진전이 없는데도 우리의 안보역량만 일방적으로 무력화·불능화시킨 남북 군사분야합의는 이적성 합의이므로 조속히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방위비분담금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북한에 줄 돈은 있어도 주한미군 지원에 쓸 돈은 없다고 한다면, 국민성금 운동을 시작해야 할것”이라고 했다. 우파 세력에 대한 정부의 탄압을 규탄하고 반시장적 포퓰리즘적 경제정책의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도 담아냈다.

대군 성명서는 선배 군인들이 후배 현역군인들에게 충언(忠言)하는 형식으로 발표되었는데, “헌법 제 5조가 명시하는 신성한 국방임무의 수행을 통해 조국 대한민국과 여러분의 주인인 국민을 사수하라,” “반역행위에 동참하지 말고 헌법의 명령만을 따르라,” “군인은 월급을 받아 생을 영위하는 단순한 월급쟁이가 아니라 조국수호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안보의 간성이다” 등의 내용들이 발표될 때마다 장내에는 박수가 터졌다. “선배들이 70년 동안 피땀 흘려 이룩한 안보역량을 파괴하지 말라,” “2월 한 군사분야합의서 폐기를 결의하고 전군에 전파하라,” “자유민주 통일의 그날까지 북한군이 여러분의 주적임을 명심하라,” “한미 연합방위체제를 수호하는 것이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길임을 명심하고 결사 수호하라” 등의 외침이 발해질 때 적지 않은 노병들의 눈에 눈물이 글썽거리기도 했다. 대군 성명서가 마지막으로 발표한 것은 “이적성 군사분야합의를 서명한 송영무 전 국방장관은 국민 앞에 사죄하라”와 “정치권력에 아부하는 정경두 국방장관은 즉시 사퇴하라”라는 것이었다.

훈훈한 뒷이야기들

이날 행사는 훈훈한 이야기들도 남겼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탈북민 1호 박사인 이애란 씨였다. 종로에서 ‘능라밥상’을 운영하는 이 박사는 1천만 원 약정서를 사무총장에게 제출했는데, 사무총장은 정식 계좌를 개설하지 않은 상태라면서 접수를 미루었다. 박수 속에 마이크를 잡은 이 박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우리 탈북민이 할 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어 죄송하다”고 했다. 행사 후 입구에 설치했던 모금함을 개봉하자 행사비를 충당하고 남을 만큼의 회비와 기부금이 투입되어 있었다.

사실, 지난해 11월 행사도 모 예비역 소장이 거금을 투척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그 장군은 아내 몰래 기부하는 것이므로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했지만, 미담(美談)은 밝혀야 한다면서 사회자가 행사 중에 공개했다. 그리고는 전전긍긍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 장군은 부인과 함께 해외에서 유튜브로 행사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아내도 함께 보았다고 한다. 본의 아니게 들켜버린 것이다. 하지만, 아내는 “당신 정말 좋은 일에 돈을 썼다”면서 남편의 얼굴에 입을 맞추었다고 한다. 이런 미담들을 나누면서 행사를 주최했던 인사들은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회원들이 내는 회비와 후원금은 한 푼도 허투루 사용해서 안된다”고 다짐 또 다짐하는 모습이었다. 예비역장성들은 “우리는 성우회와 척을 지는 단체가 되고 싶지는 않다. 성우회가 안보지킴이 역할을 해준다면 언제든 해산할 것”이라고 삼삼오오 입을 모았다.

난세(亂世)에 나라지킴이 되어야

이렇듯 훈훈한 미담들과 함께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창립·출범되었다. 이제부터 행동하는 일만 남았다. 지금은 건국 이후 최대의 난세다. “우파는 남북대결을 원한다,” “우파는 전쟁을 원한다” “우파는 반통일이다” 등은 보수-우파에 대한 모함이며, 오늘날 젊은이들이 이런 논리에 세뇌된 것은 좌파들이 담론전쟁에서 승리하면서부터였다. 그렇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아무리 희박하더라도 대화를 통해 핵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은 지속되어야 하고, 남북상생을 위해 화해협력을 노력하는 것 또한 당연하다. 문제는 남북대화든 남북협력이든 우리의 정체성과 안보를 지키는 가운데 진행되어야 하며, 이것이 대북정책의 정론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스스로 정체성과 안보를 허물면서 남북공조를 꾀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대수장은 정론에 입각하여 국가정체성과 안보를 허무는 것에 대해 강력하게 제동을 걸어야 한다.

보수와 진보는 공히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시민이며 자유민주 체제와 시장경제 체제를 인정한다. 즉, 선의의 정책경쟁자들일 뿐이다. 정확히 말해 순수한 보수와 순수한 진보는 모두 우파들이다. 즉, 보수-우파와 진보-우파인 것이다. 여기에 반해, 좌파란 대한민국의 체제와 헌법을 부정하는 사람들이지만 스스로 ‘진보’를 자칭하면서 혼란을 야기했다. 그래서, 진보-우파들이 혼란에 빠진다. 자신들이 싸워야 할 상대는 함께 나라를 운영해야 할 보수-우파가 아니라 ‘진보로 위장한 좌파’임에도 이를 잘 구분하지 못하며, 그래서 대한민국을 인정하는 진보들이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좌파들을 동지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통일 문제도 그렇다. 스스로의 정체성과 안보를 허물면서 외치는 통일은 사회주의 주체통일일 뿐이다. 보수든 진보든 우파는 자유민주 통일을 추구하기에 그런 통일에 반대한다. 좌파들은 이를 두고 ‘반통일’이라고 매도한다. 대수장은 이런 왜곡된 통일론을 바로잡는 일에도 나서야 한다. 그것이 난세에 나라지킴이가 되는 길이다.

공동기고 : 송대성(前 세종연구소장), 김태우(前 통일연구원장), 박휘락(국민대 정치대학원장), 신원식(前 합참 작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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