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 3.1절 계기로 의열단장이었던 김원봉 독립유공자 서훈 검토
김원봉, 北정권 출범 공신으로 최고인민위원회 대위원과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지내
국립묘지 안장 대상에서 20년 미만 복무 군인 제외
대신 '공권력에 의한 집단 희생자'와 민주화 운동 사망자 포함하는 방안 추진
재향군인회, 반대 입장 표명..."장기 군복무자 국립묘지 안장대상 제외 강력 반대"
김원봉 독립유공자 서훈 검토 문제 역시 "北정권 수립 기여 인물, 절대 국가유공자 돼서는 안 돼"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사진=연합뉴스)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사진=연합뉴스)

국가보훈처가 국립묘지 안장 대상에서 20년 미만 복무 군인을 제외하고 이 빈자리에 '공권력에 의한 집단 희생자'와 민주화 운동 사망자 등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6일 알려졌다. 보훈처는 또 이번 3.1절을 계기로 의열단장이었던 김원봉의 독립유공자 서훈을 검토 중이다.

김원봉은 독립운동가로 알려져 있긴 하지만, 북한 정권 출범의 공신으로 최고인민위원회 대위원과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내 독립유공자에서 제외됐었다. 지금까지 북한 정권에 관련된 인물은 독립유공자 선정에서 배제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이 보훈처로부터 제출받은 '국민중심 보훈혁신위원회 의결 권고안'에 따르면, 혁신위는 현재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가 과도하게 확장됐다면서 "10년 이상 20년 미만 장기 군복무자에게 국립묘지 안장 자격을 부여한 규정은 폐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안장 대상은 독립유공자, 전사자, 순직자, 참전유공자, 공권력에 의한 집단 희생자, 민주화 운동 사망자, 사회공헌 사망자 등 특별히 희생이 큰 공헌자로 한정한다"고 했다.

혁신위는 아울러 "대한민국 임시정부 군무부장, 광복군 부사령관을 지낸 의열단 단장 김원봉조차 독립유공자로 대우하지 못하는 것이 대한민국 보훈의 현실"이라며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김원봉 등 독립유공자로 평가되어야 할 독립운동가들에게 적정 서훈을 함으로써 국가적 자부심을 고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김원봉(左)과 김일성(右). (사진=한국학중앙연구회)
김원봉(붉은원표시)과 김일성(右). (사진=한국학중앙연구회)

그러나 대한민국 건국일을 1948년 8월 15일에서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일인 1919년 3월 1일로 바꾸기 위한 작업을 벌이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이제는 북한 정권 수립 공신 중 한 명인 김원봉 같은 인물까지 독립유공자로 격상시키려 한다며,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의 유구한 71년 역사를 자신들의 입맛대로 조작하려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는 일각의 지적도 나온다.

보훈혁신위원회는 작년 전 정권의 적폐를 청산하겠다며 발족해 올해 1월까지 활동해 왔다. 혁신위가 권고안을 만들면 보훈처는 그대로 계획을 세워 이행해왔다. 대표적 사례가 효창공원 독립운동기념공원화 사업과 재발방지위원회 활동 등이다.

혁신위는 이번 권고안을 통해 "보훈 개념은 '군인 보훈'에 가깝다"며 "보훈 개념의 '민주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4.19와 5.18에 한정된 민주화운동 유공자의 범위를 6.10 민주항쟁이나 최근 촛불 집회 참여자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로 권고안을 만들었다.

또한 "6.25전쟁, 군사독재 시절에 국가폭력이 난무했다"며 국가 폭력 피해자와 의사상자를 보훈 대상으로 인정, 예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10년 이상~20년 미만 장기 군복무자의 국립묘지 안장 자격 부여 규정은 폐지하자고 했다. 현충원과 호국원 등 국립묘지 안장 대기자는 현재 40만명이다. 10년 이상~20년 미만 장기 군복무자들은 국립호국원 안장 대상인데, 이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10~20년 동안 나라를 위해 군복무한 군인들 대신 촛불 집회 참여자가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것인데, 국민 여론 수렴은 전혀 없이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낡은 구호로 혁신위가 해당 계획을 밀어붙인다면 군인 가족들을 비롯한 대다수 국민들의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훈혁신위는 더불어 김원봉을 필두로 사회주의자에 대한 독립유공자 서훈을 대대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김원봉은 북한 정권 수립의 공신이지만 내부 권력 투쟁 과정에서 김일성에게 숙청당한 사람이므로 재평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주의자라는 이유로 서훈이 하향 조정된 사례도 모두 조사해 재조정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올해 3.1절에 600명, 8.15 광복절에 800명, 순국선열의 날에 400명 등 총 1800명의 독립유공자를 추가 서훈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서훈 보류자 심사를 위한 연구원 채용 및 위원회 운영' 예산 6억3800만원을 책정했다. 1800명의 추가 서훈 대상자에는 북한 정권에 깊이 관련됐던 사회주의자들이 대거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지상욱 의원은 "북한 정권 수립, 유지에 공헌을 한 사람에 대해 어물쩍 유공자로 인정하면 안 된다"며 "3.1절 100주년을 맞이해 현 정부가 북한 정권 관련 인사들에게 유공자 서훈을 주려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재향군인회는 20년 미만 군복무자의 국립묘지 안장 폐지를 권고한 것과 관련, 7일 "국립묘지 안장대상에서 10년 이상 20년 미만 장기 군복무자들을 제외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다"며 "이는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걸고 국토방위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국군장병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김원봉 독립유공자 서훈 검토 문제에 대해서도 "아무리 독립운동에 참여했다고 하더라도 북한 정권수립에 기여한 인물은 절대 자유 대한민국의 국가유공자가 돼서는 안 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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