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욱 객원 칼럼니스트
남정욱 객원 칼럼니스트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50%대로 떨어졌다. 그럴 줄 알았다. 거짓말과 임기응변으로 버티는 것도 하루 이틀이다. 아마 더 떨어질 것이다. 바닥은 멀지 않다. 정신을 차린 국민들은 촛불을 들었던 자신의 팔에 심하게 짜증을 낼 것이며 슬슬 정권 심판이라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게 될 것이다. 원래 처음이 어렵다. 두 번부터는 쉽다. 혹독했던 겨울의 기억은 사라지고 올해는 따뜻한 겨울을 맞게 될 것이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너무 유치하고 단세포적인 현실 인식이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다. 이런 글이 PenN(펜앤마이크)의 공식 칼럼이라는 사실이 어이가 없으실지 모르겠다. 맞다. 죄송하지만 농담이다. 추위가 가시기만 바라는 사람은 한 가닥 온풍만 불어도 봄이 온 것인 양 착각한다. 주관적인 희망을 객관적인 낙관으로 바꿔버리는 일에 인간은 의외로 능숙하다. 그것은 우리나라 보수의 특기이기도 하다.

가상화폐와 유아 영어교육을 둘러싼 정책 혼선은 하락세의 시작이었다. 이어 동계 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에서 촉발된 공정의 실종과 잡음, 현송월의 안하무인 남한 시찰과 개막식 전날 북한 2ㆍ8 건군 절 열병식 행사 논란은 하락세를 부추겼다. 보수는 이런 상황을 내심 즐기는 분위기였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별로 심각한 일이 아니었다. 한 신문의 며칠 전 칼럼과 사설을 일부 보자.

                      "평창 아닌 평양올림픽 주장은 극우파의 열등감 표출"

“교류와 대화가 늘어날수록, 서울올림픽에 이어 평창겨울올림픽을 개최하는 한국의 활력 있는 경제와 사회, 문화에 대한 북한인들의 관심과 동경은 커질 것이다. 북한 선수들의 평창올림픽 참가, 남북한 동시 입장, 예술단 공연 등을 두고 “주사파가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으로 만들고 있다”고 막말을 하는 이들은 시대착오적인 극우세력의 열등감만 보여줄 뿐이다.”

“현송월이 사전답사단을 이끌고 직접 온 건 뜻밖이지만, 그만큼 예술단 공연에 거는 북한 당국의 ‘기대’를 반영한다. 보는 시각에 따라선 그걸 ‘체제 선전의 기대’라 말할 수 있다. 보수 야당과 언론이 ‘평창이 아니라 평양올림픽’이라고 난리치는 이유다. 하지만 북한이 남한 공연을 통해 ‘체제 선전’을 하는 대신에 우리는 얻는 게 없을까. 냉정하게 보면, 북한이 추구하는 ‘불확실한 이익’보다 남쪽이 얻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이 훨씬 크고 장기적이다. 바로 평창올림픽 성공을 통한 경제적 효과다...(중략)...수백 명의 북한 예술단이 평창을 ‘평양’처럼 꾸민다면, 그만큼 강원도와 평창은 전 세계 미디어의 초점이 될 테고 대회 이후에도 남한의 대표적 관광지로 각인될 수 있다. 지금이야 올림픽 전야의 들뜬 분위기 속에 손익계산서를 저만치 밀어놓았지만, 성화가 꺼진 뒤 오래 두고 찾아올 ‘올림픽의 저주’를, 나는 걱정한다. 좋든 싫든 지금 평창에 북한 대표단이 오는 것만큼 확실한 홍보 전략은 없다.”

졸지에 나는 열등감 환자가 되었고 평창을 평양으로 꾸밀 때 남한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부각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멍청이가 되었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 이만한 시각 차이도 쉽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악재는 거의 다 끝났다. 북한은 철저하게 사전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조직이다. 북한이 혹은 북한 예술단이 어떤 감동적인 상황을 연출할지 우리는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 게다가 스포츠에서 감동은 돌발적이고 폭발적이다. 올림픽과 관련해서 지지율이 더 떨어질 것으로 믿는 것은 순진함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바로미터일 뿐이다.

                                           "고용 없는 성장은 재벌 중심 성장 정책의 결과"

어떤 분들은 고용 악화로 인한 지지율 추가 하락을 점치기도 한다. 청년 실업률 정말 심각하다. 통계상으로 무려 10%에 육박한다(실은 더 높지만 그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어서 부언설명은 생략한다). 그런데 여기에도 대응논리가 있다. ‘고용 없는 성장’과 ‘소득 양극화’ 같은 과제는 이 정권이 불러들인 문제가 아니라 오랜 세월 재벌 중심의 성장정책이 이어진 결과라는 주장이다. 쇼라면 엔터테인먼트 회사 뺨치는 게 이 정권 아닌가. 불철주야 노력하였으나 지난 시절의 적폐가 워낙 막강하여 벽을 넘지 못하고 분루噴淚를 삼키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들은 또 위기를 피해갈 것이다. 사진마다 기사마다 줄줄이 달린, “힘내세요. 대통령님.” 같은 댓글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지지율은 뉴턴의 사과가 아니다. 내버려 두면 저절로 떨어지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그 사실을 우리는 재작년 겨울에 눈으로 확인했다. 주관적 희망으로 객관적인 낙관이 조성되는 일 같은 건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희망이란 누군가 던져주거나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보수는 특기를 좀 바꿀 필요가 있다.

남정욱 객원 칼럼니스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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