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1일(현지시간)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북한에 대한 상응조치의 하나로 종전선언을 밝힌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종전선언이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미국이 서명한 종전선언은 평화조약 체결로 이어지고 더 아나가 유엔사령부와 주한미군 철수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앞서 비건 특별대표는 31일 미 스탠퍼드대학 연설에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일축했다. 비건 대표는 “주한미군 철수문제는 북한과의 외교적 대화에서 한 번도 논의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의 전문가들은 비건 대표가 이날 연설에서 “미국은 지난해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합의한 모든 약속들의 이행을 동시적이고 나란히(simultaneously and in parallel) 추진할 준비가 돼 있다”며 “향후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맞춰 동시적으로 제재완화 등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미국의 북핵협상 정책이 ‘선(先) 비핵화’에서 ‘동시적 조치’로 전환됐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1일 RFA에 “미북 간의 동시적 조치는 북핵문제에서 진전을 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면서도 비건 대표가 밝힌 ‘동시적 조치’는 “북한이 주장해온 ‘행동 대 행동’의 원칙과 유사하다”고 밝혔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예를 들어 1단계는 북한 핵시설 동결이 될 수 있으며 북한이 이 조치를 검증가능하게 이행하면 미국이 이에 상응하는 정치, 경제, 안보적 조치를 동시에 이행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방식은 과거 역대 행정부들의 실패한 북핵협상 방식으로 비판받아 왔지만 또 다시 실패할 지는 북한과 협상을 해봐야 할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이 방식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랜드연구소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도 이날 RFA에 비건 대표가 밝힌 ‘동시적 조치’는 미국이 고수해온 기존의 ‘선 비핵화’ 원칙과 전혀 다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비건 대표는 이미 북한 측에 비핵화 조치로 무엇을 이행해야할 지에 대해 말했을 것”이라며 “향후 실무 협상에서 이를 확인하며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를 논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은 시간을 끌면 미국이 타협할 것이라고 계산하고 협상을 늦출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특사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비건 특사의 발언 중 “미국은 북한이 모든 것을 하지 전까지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는 표현에 대해 ‘미국의 새로운 입장’이라고 할 만하다고 말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이는 미국이 좀 더 유연성을 발휘한 것”이라며 “상호주의를 기대하지 않는 것은 터무니없는 만큼 미국의 새 입장을 반긴다”고 말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비건 대표의 발언은 북한과의 협상을 앞두고 북한을 압박해 실질적 결과를 얻으려는 협상 전략이지만 미국이 북한에 최대치를 요구한다면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정은이 지난해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때 영변 핵시설 폐쇄 외 전체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 시설 폐기를 약속했다는 발언은 정확하지 않은 위험한 것이라며 “만약 상대방이 약속하지 않은 것을 약속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협상을 실패로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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