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리감독 받으며 인가된 대안학교보다도 예산 더 줘...일각선 "차라리 非인가 되겠다"

박원순 서울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 = 연합뉴스)

서울시가 2020년부터 인가를 받지 않은 대안학교 학생들에게, 인가를 받은 대안학교 학생보다 2배 가까이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예산 지원 대상인 비인가 대안학교는 총 15곳이고, 학생 1인당 지원액은 880만원(인가 대안학교 학생 약 5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일반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들도 학습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내년부터 비인가 대안학교에 대한 지원을 크게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서울시가 지금까지 파악한 서울시 내 비인가 대안학교 중 82곳 중 15곳이 2020년부터 ‘서울형 대안학교’로 지정돼, 운영비 70%에 혈세가 들어가게 된다. 1개의 비인가 대안학교당 1억 7,580만원씩 총 26억 3,700만원이 쓰인다. 인건비와 급식비 등이다. 비인가 대안학교 1개당 20여명의 학생들이 다닌다고 치면, 학생 1인당 880만원가량 지원되는 셈이다.

비인가 대안학교는 정부가 구분하는 교육기관으로 등록하지 않은 채 임의로 아이들을 모아 가르치는 곳이다. 어떤 관리감독도 받지 않고 자유로운 교육과정을 운영하지만, 국내에서는 학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런 비인가 대안학교는 전국에 289개가 있다고 한다. 이런 곳에 다니는 학생들은 1만 4,000여명이다. 하지만 교육부 조사와 달리, 업계에서는 비인가 학교 규모가 2~3배 더 클 것으로 본다.

문제는 정부 인가를 받은 대안학교와의 지원금 격차다. 정부 인가 대안학교 기준을 맞추려면, 연간 수차례 교육청 장학지도를 받고 예산 감사도 받아야 한다. 이렇게 해서 위탁 대안교육 기관이 되면, 학생 1인당 약 500여만원이 지원된다. 대안학교 ‘업계’에서는 “차라리 비인가가 되겠다”며 정부 관리감독을 포기하는 학교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관리감독 기준도 신경쓰지 않고, 서울시로부터 예산도 추가로 받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당초 교육부는 비인가 대안학교들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등록제’를 추진하고 있어, 서울시 측에도 의심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서울시 측과 모종의 관계가 있는 학교가 지정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 매체에 “교육청이 인가 대안학교에 얼마를 지원하는지 정확히 몰랐던 건 사실”이라며 “우리가 먼저 비인가 대안학교 지원을 늘리면 나중에 교육청도 알아서 인가 대안학교 지원을 우리만큼 늘려가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