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김지은 씨 폭로 다음날 페북에 "어리석은 행동에 용서 구한다...합의 관계였다는 비서실 입장은 잘못" 글 게시
항소심 재판부 "피해 사실 폭로하자 자신의 잘못이었다는 글 게시해놓고선 문헌상 의미 부정"

비서에 대한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4일 오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안 전 지사는 이날 무죄를 선고받았다.(사진=연합뉴스)<br>
비서에 대한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지난해 8월 14일 오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안 전 지사는 이날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진 = 연합뉴스)

여비서 성폭행 혐의를 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55)에 대한 항소심 결과(징역 3년 6개월)에는, 항소심 재판부가 안 전 지사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한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판부가 이같이 판단한 데에는 피해자 폭로 직후, 안 전 지사가 스스로 페이스북에 올린 사과문이 결정적 근거가 됐다는 지적이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2부(홍동기 부장판사)는 1일 안 전 지사의 항소심 선고를 하면서, 그의 진술이 번복됐다고 본 이유를 들었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3월 5일 김지은 씨가 한 방송에서 성폭행 피해를 폭로하자, 그 다음 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린 바 있다.

안 전 지사는 사과문에서 “모든 분들께 정말 죄송하다. 무엇보다 저로 인해 고통을 받앗을 김 씨에게 정말 죄송하다”며 “저의 어리석은 행동에 용서를 구한다.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비서실의 입장은 잘못”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안 지사는 1심과 2심(항소심)에서는 “간음이나 추행 등의 행동 자체는 있었지만 (김 씨의) 의사에 반한 것이 아니었고 애정 등의 감정하에 발생한 것”이라며 “김 씨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 씨가 피해 사실을 폭로하자 자신의 잘못이었다는 글을 게시해놓고선 자신이 직접 게시한 글의 문헌상 의미를 부정했다”며 “피고인은 피해자와 성관계에 이르게 된 경위, 호텔 투숙 경위 등에 대한 진술을 계속 번복했다. 그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김지은 씨)는 일관되게 자신이 괜찮다고 대답할 때까지 안 전 지사가 계속 미안하다고 했고, 호칭이나 태도에 변화가 생겼다거나 연인으로 취급하는 어떤 것도 없었다는 취지로 대답했다. 안 전 지사도 피해자에게 지속해서 미안하다고 말한 것을 인정하고 있다”며, 안 전 지사의 폭로 이후 메신저 대화 내용도 지적했다.

안 전 지사는 업무상 위력을 이용해 외국 출장지와 서울 등에서 행한 열 차례의 성폭행-성추행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10개 중 9개 범행을 유죄로 인정하며 그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앞선 1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의 업무상 위력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 위력이 행사된 바 없다며, 피해자 김 씨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다고 봤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었고, 야당 측과 여성계 등에선 환영 입장을 낸 바 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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