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 칼럼]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정책들이 경제 망치고 있다
[오정근 칼럼]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정책들이 경제 망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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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경제정책, 뜨거운 가슴 뿐 차가운 머리 없어…측면만 보고 전체 보지 못해"
"임금 과도하게 오르면 소득불평등 개선보다 신규고용 위축시켜 실업 증가시킨다"
"노동자 임금만 챙기고 기업이윤 고려치 않는 '외눈박이 정책' 비극 한둘이 아니다"
오정근 객원 칼럼니스트.

문재인정부 들어 추진되고 있는 경제정책들을 보고 있노라면 흔히 경세제민이라고 하는 국가의 경제정책을 담당하려면 경제학을 제대로 공부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이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새삼 ‘경제학자는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를 가져야 한다’고 경고한 현대경제학의 아버지 중 한 분인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알프레드 마샬(Alfred Marshall, 1842–1924)교수가 떠오른다. 경제학자는 인류를 사랑하는 뜨거운 마음을 가지되 경제를 분석할 때는 냉철한 분석과 판단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뜨거운 마음만 가지고 냉철한 분석과 판단이 부족하면 처음 취지와 다른 결과를 초래하거나 심할 경우에는 혁명을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 측면만 보고 전체를 보지 못하는 경제정책은 반드시 다른 면에서 화를 불러오기 마련이다.

이를 테면 원래는 ‘임금주도성장’인데 문재인정부 들어 소득주도성장정책이라고 불리면서 추진되고 있는 정책만 하더라도 임금이 갖는 높은 소비성향 하나만 본데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원래 폴란드 경제학자 마이클 칼레스키(Michal Kalecki, 1899-1970)가 1933년에 발간한 『경기변동론』에서 연유하고 있다. 1936년 『일반이론』을 출간해 거시경제학 혁명을 일으킨 영국의 존 메이나드 케인즈(John Maynard Keynes, 1883 ~ 1946)와 동시대 인물이다.

두 학자 모두 유효수요 부족을 당시 대공황으로 극심했던 불황의 원인으로 진단했지만 케인즈는 기업의 투자부족이 유효수요 부족의 근원이며 경제활동의 핵심은 수많은 불확실성 속에서 투자를 결정하는 기업가의 동물적 근성이 중요하다고 진단한 반면 칼레스키는 소비부진이 유효수요 부족의 근원이며 소비부진은 국민소득 중 임금의 비중이 적은 것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당시 대공황의 원인을 두 학자 모두 유효수요 부족이라고 진단했지만 기업투자를 중시하는 우파와 소득분배를 중시하는 좌파로 나뉘어 지게 되었다.

칼레스키는 경제주체를 기업가와 노동자로 구분하고 국민소득 중 기업가에 돌아가는 이윤과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임금의 비중, 즉 소득의 기능적 분배를 중시했다. 특히 기업가의 소비성향보다 노동자의 소비성향이 높다는 전제하에 임금 비중이 적을수록 유효수요가 부족해져 불황이 오므로 임금 비중을 높여야 불황을 타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임금주도성장이론의 기본적인 골자다.

그러나 임금만 오른다고 해서 소득불평등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임금이 과도하게 오르는 경우 이미 고용되어 있는 피용자의 몫은 크게 증가하지만 신규 고용을 어렵게 해서 실업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민소득 중 임금의 비중인 노동소득분배율이 급증하는 경우에 오히려 일자리 없는 취약계층이 늘어나서 계층별 소득분배가 악화되기도 한다. 참여정부시절 노동소득분배율이 크게 높아졌는데 계층별 소득분배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상승(상승하면 분배구조가 악화)해 계층별 소득분배는 크게 악화된 적이 있다. 이는 5년간 평균임금상승률이 당시 예년보다 높은 6.6%를 기록해 이미 고용되어 있는 피용자의 몫은 크게 증가했지만 신규고용이 저조한 때문이었다. 특히 이 기간 중에는 당시 세계경제가 거품이라고 불릴 정도로 엄청난 호황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반면 2010년부터는 당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재정위기에도 불구하고 노동소득분배율도 증가하면서 계층별소득분배도 개선 (지니계수 하락)되었다. 이는 임금상승률이 2010~16년 연평균 3.4%를 유지해 매우 안정적인 점이 중요한 배경이다. 임금상승률이 안정적이어서 고용이 늘면서 노동소득분배율도 증가하고 계층별소득분배도 개선(지니계수 하락)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중요한 것은 임금을 과도하게 높게 해서 기존 피용자의 소득은 크게 증가하지만 신규고용을 어렵게 하는 것 보다 임금을 기업이 감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오르게 해서 신규고용을 증대시켜 고르게 노동소득의 비율을 올리는 정책이 바람직한 정책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이 국제노동기구가 주장하고 있는 ‘공평한 성장’이라고 볼 수 있다. 임금주도성장이라고 해서 기업이 감내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 신규고용을 어렵게 할 정도로 임금을 높게 올리면 오히려 기존 피용자의 몫만 늘려주고 실업을 증가시키는 ‘불공평한 성장’이 될 우려가 크다. 노무현정부 시절에 그런 우를 범했고 다시 지금 문재인정부에서 같은 우를 범하고 있어 안타깝다. 노동자의 임금만 생각하고 기업의 이윤은 생각하지 않은 외눈박이 정책이 가져오는 비극이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이런 정책들이 한둘이 아니다. 특히 한 단면만 보고 정의롭다고 생각하며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정책들이 경제를 망치고 있다.

오정근 객원 칼럼니스트(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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