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재판부 "안희정, 김지은 씨 업무상 위력 이용해 간음...동의된 성관계라는 안희정 진술 믿기 어려워"
"피해자 김 씨는 도지사 보호-감독받는 사람...진술도 일관되고 신빙성도 충분히 인정"
지난해 8월 1심 재판부는 업무상 위력 행사 없었고, 김지은 씨 진술 일관되지 않다고 판단해 무죄 선고

1일 항소심에 출석하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진 = 연합뉴스)
1일 항소심에 출석하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진 = 연합뉴스)

자신의 지위를 앞세워 여성 수행비서를 성폭행했다는 혐의를 받았다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56)가 항소심에서 유죄와 함께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2부(재판장 홍동기)는 1일 오후 2시 30분부터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안 전 지사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이번 선고로 안 지사는 법정구속됐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그의 전 비서였던 김지은 씨(34)를 상대로 업무상 위력을 이용해 외국 출장지와 서울 등에서 네 차례 성폭행하고 여섯 차례 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총 10회 중 9회를 범행으로 보고 유죄를 인정했다.

이날 재판부는 “안 지사의 첫 강제추행은 피해자 진술로 증명되며, 최초 강제추행 당시 김 씨의 진술 주요 부분이 일관됐다”며 “안 전 지사는 업무상 위력을 이용해 피해자 김 씨를 간음했다. 동의된 성관계라는 안 전 지사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1심 재판부 판단과는 달리 “김 씨의 피해 폭로 경위는 자연스러웠고 무고 이유도 없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도지사의 보호나 감독을 받는 사람으로, 전임 수행비서에게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기도 했다”며 “전임 비서의 진술도 일관되고 피해자의 상황에 부합해 그 신빙성이 충분히 인정된다. 안 전 지사는 피해자 김 씨의 성적 자유를 침해했다”고 했다. 다만 김 씨 측이 “안 전 지사가 2017년 집무실에서 성추행했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앞선 1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업무상 위력은 인정하면서도 그 위력이 행사된 바 없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또 김 씨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다고도 보고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8월 14일에 열린 1심을 맡은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조병구)는 “피고인이 어떤 위력을 행사했다거나 하는 정황은 없다”며, 안 전 지사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김 씨가 ‘미투’에 대해 알고 있었으며, 안 전 지사의 요구에 충분히 거부하거나 저항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의지로’ 안 전 지사 등을 만났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 씨가 주장한 ‘(안 전 지사가) 성적 자유를 침해했다’는 주장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봤다.

다만 1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업무상 위력’은 가지고 있었다고 봤다. 하지만 이런 위력을 이용해 김 씨와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김 씨가 보인 언행 등은 성폭행 피해자의 행동이라 보기 어렵다”고 했다. 1심 이후, 검찰은 “1심 재판부의 증거판단 등 심리가 미진했다”며 항소했다.

무죄가 선고된 후, 많은 여성단체 등에서 판결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시위를 하고 성명을 내기도 했다. 항소심 선고일인 이날도, 안 전 지사의 유죄 판결을 촉구하는 여성단체와 1심 무죄 판결을 유지하라는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방청석을 가득 메웠다. 이날 항소심에 안 전 지사는 참석했지만, 피해자 김 씨는 참석하지 않고 김 씨 측 변호인만이 참석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도 “피해자를 지휘감독하는 상급자가 권세를 이용해 김 씨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라며 1심과 같은 징역 4년을 구형한 바 있다. 이에 안 전 지사 측은 “도덕적・정치적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이같은 일이 범죄에 해당하는 지는 다른 문제”라며 “유일한 직접 증거인인 김지은 씨의 진술은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안 전 지사에 대한) 방송 등에서 만들어진 이미지가 아닌, 편견 없는 시각에서 봐 달라”는 주장을 폈다.

이날 여성단체 등은 안 전 지사의 항소심 판결에 대해 “1심의 부당함을 바로잡은 당연한 결과”라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