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오바마·트럼프 판사 없다' 美대법원장 기억하라…김명수 사법독립 헌납시 탄핵대상"
바른미래 "김경수 구하기와 사법부 독립 맞바꾸려…어떻게 이런 집단이 민주국가 여당이냐"
민평 "집권세력 사법부와 전면전 유례없어, 이 정권 오만…3권분립 정면도전 중단하라"
우상호·금태섭 등 與 일각서 "과도했다" "법원 전체 공격 안돼" "집권당처럼 안 보여" 우려

'1억회 댓글 여론조작 공범'으로 1심 법정구속된 김경수 경남도지사 재판을 계기로 집권여당의 "적폐 판사의 보복성 판결"이라는 사법부 공격이 계속되자, 1일 야권에서는 "헌법불복"이자 "집단실성"이라는 날선 비판이 제기됐다.

이틀간 도 넘은 사법부 겁박에도 침묵을 지켰던 김명수 현 대법원장에 대해 "사법 독립을 수호하지 않는다면 탄핵감"이라는 경고 역시 나왔는데, 김명수 대법원장은 여당의 공세 사흘째인 이날에야 출근길 기자들을 만나 "법치주의 원리에 비춰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낸 상황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월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비상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민주당은 지금 조직적으로 재판 뒤집기 시도를 하고 있다. 김경수 지사가 재판 후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특수 관계인이다'라는 메시지를 보내자 대대적으로 들고 일어나 '법관 탄핵'을 운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등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결국 지금 이 판결 불복 프레임은 두가지"라며 "판사 개인을 공격해서 '적폐 판사'로 몰고 가고, 또 하나는 정황 증거 운운하면서 판결을 흔드는 것이다. 바로 이건 민주당이 삼권분립의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태, 재판 불복을 넘어선 헌법 불복"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나경원 원내대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원하는 '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고 있다"며 "'온 몸으로 법관의 독립을 지키겠다'고 취임 시에 말씀하신 김명수 대법원장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지목했다.

그는 "작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오바마 판사'라고 공격하자 존 로버트 미 연방 대법원장이 즉각 반발해 '판사들 중에는 오바마 판사나 트럼프 판사가 없다. 모두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판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헌신적인 판사만 있다'고 말씀했던 것을 기억하실 것"이라고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지금 대법원장께서 침묵하는 것은 결국 공평한 재판과는 거리가 먼 재판을 하겠다는 의사의 표시 아닌가"라며 "지금이야말로 대법원장이 목숨을 걸고 사법부의 독립을 지킬 때다. 지금 만약 이 사법부가 그 권위와 독립을 정권의 발밑에 바치고자 한다면, 바로 탄핵해야 될 대상은 대법원장"이라고 경고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가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및 확대간부회의에서 회의 자료를 보며 이야기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가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및 확대간부회의에서 회의 자료를 보며 이야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 및 확대간부회의에서 "민주당이 '해당 판사의 탄핵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사실상 재판불복까지 선언했다"며 "정치적으로만 잘못된 것이 아니라 헌법질서를 부정하는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은 이어 김익환 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김경수 구하기'와 '사법부의 독립'을 맞바꾸려 하는가"라며 "민주주의 유린행위의 최대 피해자는 국민이다. 국민 앞에 정중히 사과는 못할 망정 담당 판사에게 '주홍글씨'를 새기려 하는 민주당의 모습이 점입가경"이라고 지적했다.

김익환 부대변인은 특히 "국민은 '집단지성'을 요구하고 있는데 정부여당은 '집단실성'으로 답하고 있는 셈"이라며 "기대와 다른 판결이 나왔다고 사법부와 전면전을 선포하며 불복선동을 일삼는 민주당의 모습에 '사법부 개혁'의 명분마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삼권분립을 훼손하면서까지 대통령의 최측근을 구하는 게 민주당의 소명인가"라고 질타했다.

이종철 대변인은 민주당을 겨냥한 비난 수위를 더욱 높였다. "어떻게 이런 집단이 민주국가의 집권여당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국민들은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집권여당이야말로 촛불에 휩쓸려 사라져야 할 집단이라 스스로 고백하고 있음을 또렷이 직시하라"고 논평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2월1일 오전 광주송정역에서 개최한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민주평화당에서도 정동영 대표가 이날 오전 광주 현장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집권세력이 사법부와 전면전을 벌인다는 건 유례가 없는 일, 역사에 없는 일이고 정권의 오만을 이야기할 뿐"이라며 "3권분립에 대한 정면도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법원 판결은 존중돼야 하고, 또 판결에 대한 불만과 불복은 논리와 증거로 다투면 될 일"이라며 "민평당은 법치주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했다.

같은 당 최경환 최고위원도 여당을 겨냥 "마치 법원 길들이기에 나서고 있는 것같다"며 "법원 판결이 나올 때마다 이렇게 정치적 판단에 따라 재단한다면 앞으로 어떤 국민들이 법원 판결을 믿을 수 있겠나. 판결이 마음에 안 든다고 법관을 탄핵해서라도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겠다는 건 오만과 독선"이라고 가세했다.

한편 여당 내에서도 김 지사 판결을 두고 '대응이 과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우상호 민주당 전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나는 이 판결이 나오자 마자 '사법부의 조직적인 반란'이라고 우리 쪽에서 말한 것은 과도했다고 본다"며 "한 분이 내린 판결을 가지고 사법부 전체가 마치 조직적으로 한 것처럼 말한 것은 좀 과도했다"고 말했다.

이는 불과 하루 전(지난달 31일) 홍영표 원내대표가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여전히 사법부 요직을 장악하고 있는 양승태 적폐 사단이 조직적인 저항을 벌이고 있다"고 발언한 것을 겨눈 것으로 풀이된다.

(왼쪽부터)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전 원내대표와 금태섭 의원.(사진=연합뉴스)

중앙일보 인터넷판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인 금태섭 의원도 이날 "판결의 논리나 내용 등 객관적인 내용을 갖고 비판해야지 재판부나 법원 전체를 공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익명의 한 초선 의원은 "지도부와 집행부 입장은 이해하지만 당내에서 상식적인 사고를 하는 의원들은 지도부의 대응이 지나치다고 걱정을 많이 한다. 삼권분립이 보장된 나라인데 여당이 사법부를 공격하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 2심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로도 비친다"고 언급했다.

민주당이 김 지사 선고 당일 출범시킨 '사법농단 세력 및 적폐청산 대책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발언들이 지나치게 거칠다는 우려도 나왔다. 당 대변인이자 대책위 소속 이재정 의원은 지난달 31일 당 유튜브 방송 '씀'에서 1심 재판장인 성창호 부장판사를 향해 "본인의 열등감이랄까 부족한 논리를 앞에서 강설하는 것같은 느낌이었다"고 인신공격성 발언을 내놨다.

한 여당 중진 의원은 이에 대해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2심을 준비해야지 1심의 결과를 갖고 분노를 그대로 표출하는 건 여당답지 않다"며 "누군가를 적으로 만드는 발언들이 정치에 대한 혐오를 만든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한 의원은 내부적으로 "삼권분립을 무너뜨릴 수 있는 표현은 국민의 눈에 집권여당처럼 안 보일 수 있다. 속이 뒤집어지는 아픔이 있지만 절제된 표현은 여당의 숙명"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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