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법원장, 판결 다음날까지 일절 입장 표명 없다가 1일 '애매한 발언' 내놓아
2017년 9월 취임사에서는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려는 어떤 시도도 온 몸으로 막아내겠다" 발언

김명수 대법원장 [연합뉴스 제공]
김명수 대법원장. (사진 = 연합뉴스)

대선 댓글조작의 공범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인 김경수 경남지사가 법정구속된 뒤 벌어지고 있는 재판장(성창호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에 대한 집권여당 민주당의 도 넘은 비난에 침묵을 지키던 김명수 대법원장이 뒤늦게 입장을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1일 오전 9시경 출근하면서 기자들에게 “도를 넘어서 표현이 과도하다거나 혹은 재판을 한 개개인 법관에 대한 공격으로 나아가는 것은 법상 보장된 재판 독립의 원칙이나 혹은 법치주의의 원리에 비춰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헌법이나 법률에 의하면 판결 결과에 불복이 있는 사람은 구체적인 내용을 들어서 불복할 수 있다는 것도 말씀드린다”며 “판결 내용이나 결과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허용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측 비난을 일부 수용한 것이다.

앞서 김 대법원장은 이번 판결이 나온 다음날인 지난달 31일 출근길에서도 “김 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한 성창호 부장판사를 민주당이 ‘적폐 판사의 보복 판결이며 탄핵을 검토해야 한다’고 공격한 데 어떻게 생각하나”는 질문을 받았지만, 아무 말도 없이 빠른 걸음으로 대법원 안으로 사라졌다. 이날 대법원 측의 공식 입장도 일절 없었다.

법원 내부망에서는 민주당이 ‘법관 독립 침해’ 발언을 한 데 대해, 김 대법원장이 입장을 내지 않는다는 비판성 게시물이 다수 올라온 바 있다. “집권여당의 판사 공격, 대법원장의 입장 표명이 필요한 상황 아닌가” “김 대법원장이 정부여당의 사법부 비난에 동의하기 때문에 가만히 있는 것 아닌가” “불구경하듯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장이 한 마디도 안 하는 게 기가 막힌다” 등이다.

민주당에서는 김 지사를 법정구속한 성 부장판사를 연일 비난하고 있다. 김 지사에 대한 판결이 있던 지난달 30일, 민주당은 “성 판사를 ‘양승태 사단’으로 규정하고, ‘사법농단세력 및 적폐 청산 대책위원회’를 꾸리겠다”는 입장을 냈다. 다음날인 지난달 31일에도 홍영표 원내대표는 “양승태 적폐사단이 조직적 저항을 벌이고 있다. 국민에 의해 제압될 것”이라고 했다. ‘적폐’라는 비유는 법관과 재판의 독립을 무시하는 말이다. 민주당 인사들은 대책위를 꾸리고, 단체로 김 지사에 대한 면회를 간다면서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행위를 하기도 했다.

한편 김 대법원장의 취임사 발언도 재조명되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2017년 9월 26일 취임사에서 “저는 대법원장으로서의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온 몸으로 막아내고, 사법부 독립을 확고히 하는 것이 국민의 준엄한 명령임을 한시도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