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EPA는 소비자들에게 값싼 가격에 상품을 제공하고 선택의 폭을 넓힐 것"
EU내 일본과 경쟁하는 韓 자동차 등 국내 기업 수출 타격 예상
코트라 "단기적 영향 크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경쟁력 강화 필요"

경제동반자협정(EPA)에 서명하는 EU와 일본 지도부

유럽연합(EU)과 일본 간 자유무역협정(FTA) 격인 경제동반자협정(EPA)이 1일 발효됐다.

이번 협정으로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6억3500만명이 거주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지대가 탄생하게 됐다.

경제동반자협정(EPA;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은 기존 FTA에 비즈니스 환경 정비, 국가간 협력 확대, 중소기업 육성 등 협력적 측면 강조한 무역협정의 형태를 의미한다.

이번 협정으로 일본으로 수출되는 EU제품은 94%가, EU로 수출되는 일본산 제품은 99%의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또한 비즈니스 규정과 지식재산권 등의 문제를 포함한 높은 수준의 서비스시장 개방과 파리기후협약 이행, 노동권 보호 등 새로운 통상 이슈도 포괄했다. 

일본은 이번 협정으로 자동차 분야와 농수산물 등의 수출에서 EU내 시장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란 기대다.

현재 EU는 일본 자동차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2026년 2월까지 8년에 걸쳐 관세가 0%로 떨어진다. 일본산 자동차 부품의 경우 무역액의 90% 이상이 협정 발효와 함께 관세가 즉시 철폐된다. 일본은 지난해 EU에 총 64만대의 승용차를 수출했으며, 일본 자동차 부품사들은 지난해 유럽에 약 1조1000억엔 어치 부품을 수출했다.

특히 유럽에 완성차 생산 공장을 갖고 있지 않은 일본 기업에는 더 큰 수혜가 돌아올 것으로 기대된다. 마쯔다는 EU에서 판매하는 자동차의 절반을 일본에서 수출하고 있어, 관세 철폐에 대해 "매우 좋은 일"이라고 환영했다. 

일본산 농수산품 대부분의 EU측 관세도 즉시 철폐될 예정으로, 일본의 농산품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사케'로 불리는 일본 전통 술인 '니혼슈'도 협정 발효와 함께 EU 역내에서 무관세 혜택을 얻게 되면서,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덧붙여 지식재산권의 보호도 강화됨에 따라 일본 국내에서 일본산 쌀을 사용해 양조한 것이 아니면 EU 역내에서 '니혼슈' 또는 ‘재패니스 사케'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다.

일본 수산물의 경우 냉동 가리비는 현행 8%의 관세가 점차 낮아져 8년째에는 완전 철폐된다. 가리비의 유럽 수출액은 2015년 1억엔에서 2017년에는 10억엔으로 10배 늘었으며, 올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럽산 제품을 저렴한 값에 접하게 되는 일본 소비자들은 협정 발효를 환영하고 있다. 와인 및 치즈 가격이 하락하고, 섬유 제품의 관세도 협정 발효와 함께 즉시 철폐돼, 수입의류 가격 하락도 전망된다. 현재 유럽산 치즈에 부과된 29.8%, 와인에 부과된 15%의 관세는 이번 협정으로 철폐된다.

이에 일본 내에서는 저렴한 가격의 유럽산 수입품에 대항하기 위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본 농축산업의 경우, 작년 말 발효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으로 호주 등지에서 값싼 농산물이 들어오고 있는데다 유럽의 저렴한 농산물까지 수입될 예정이어서 제품 경쟁력 강화가 불가피해 보일 전망이다. 

EU는 이번 협정에 대해 EPA가 완전히 이행되면 관세뿐만 아니라 승용차의 국제기준승인 등과 같은 비관세 장벽을 무너뜨리게 돼 양측간 교역 규모가 연간 약 360억 유로(46조8천억 원 상당)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장클로드 융커 위원장은 EU·일본 EPA 발효에 대해 "유럽과 일본은 개방되고 공정한 무역의 미래에 대해 전 세계에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면서 "EPA는 소비자들에게 값싼 가격에 상품을 제공하고 선택의 폭을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2월 1일부터 (일본에 수출하는) 유럽기업들은 관세철폐와 단순화된 통관절차의 혜택을 누리게 됐다"면서 "(EPA는) 양측간 무역을 상당 정도 증진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상품 가격을 낮출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편, EU·일본 EPA가 발효됨에 따라 EU 시장에서 일본 제품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들에 대한 타격도 예상된다.

한국 상품은 지난 2011년 7월 한·EU FTA가 발효된 이후 EU 시장에서 관세철폐나 삭감 덕분에 경쟁관계인 일본 제품보다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으나 EU·일본 EPA 발효로 FTA 선점 효과가 사라지게 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EU에 수출하는 품목이 유사하다. 특히 양국 모두 총 수출의 50% 이상이 중간재, 15% 가량이 자동차로 이들 품목은 EU시장에서 한·일간 경합 품목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코트라(KOTRA)는 31일 'EU-일본 EPA 발효에 따른 한·일 수출경합분석 및 우리 진출방안'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우리 수출에 단기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나 장기적으로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친환경, 디지털화 등 EU의 신산업 수요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양국 모두 유럽 현지 생산비중 증가세로 직접적인 수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는 일본산의 관세 인하(7년간 10% 관세 철폐)로 일부 영향은 있겠으나 이미 일본의 EU역내 생산(총 151만대)이 수출(65만대)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일본의 자동차부품도 현지조달 비중이 높으며, 기계부문 역시 기존 공급선을 바꾸기 쉽지 않은 특징이 있어 관세인하로 인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우리 기업이 장기적으로 EU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새로운 협력 전략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U의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글로벌가치사슬(GVC)에서 혁신을 통한 경쟁력 제고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김상묵 KOTRA 경제통상협력본부장은 "EU-일본 EPA가 우리 수출에 단기적 영향은 크지 않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는 대EU 수출 경쟁력 제고를 준비해야한다"고 언급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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