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철수 前부위원장-지철호 현 부위원장도 무죄...김학현 前부위원장은 징역 1년6개월 실형
前정부 인사들에 중형 남발하던 잘못된 흐름에서 엄밀하게 법리 따지는 쪽으로 달라지나?

'취업비리' 정재찬 집유, 김학현 징역 선고(CG) [연합뉴스 제공]
'취업비리' 정재찬 집유, 김학현 징역 선고(CG) [연합뉴스 제공]

검찰이 전직 공정거래위원회 고위간부들을 대거 기소한 이른바 '공정위 취업비리' 사건 1심 재판에서 상당수 간부들에 대해 무죄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이명박 박근혜 정부 인사들에 대해 무리한 중형을 남발하던 법원에서 아직 일부이긴 하지만 '법리를 꼼꼼히 따지는 방향으로' 기류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31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동수 노대래 전 공정위원장과 한철수 전 공정위 부위원장, 지철호 현 공정위 부위원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또 정재찬 전 공정위원장은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신영선 전 부위원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돼 유죄는 인정됐지만 구속은 면했다.

그러나 구속 후 보석신청이 받아들여져 석방됐던 김학현 전 부위원장에 대해서는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했다.

이밖에 퇴직자 재취업의 실무를 담당한 김준하·김만환 전 운영지원과장은 각각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기업에 위력을 행사해 공정위 퇴직자를 취업하게 했다는 정재찬 전 위원장의 혐의에 대해 "인사 실무 책임자가 상세하게 보고했다"며 "공정위 위상과 역할을 보면 기업은 취업자리를 만들라는 공정위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유죄를 인정했다. 이어 "상당수의 퇴직자를 기업에 취직시키는 등 죄질이 좋지 않고,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지 못했다"면서도 "다만 퇴직자 취업을 직접 지시·실행하지 않았고 잘못을 반성하고 있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설명했다.

김학현 전 부위원장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선 "딸이 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은 사실이 인정되고, 이는 사회 통념상 김 전 부위원장이 받은 것과 동일하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또 "기업에 연락해 채용을 요구하는 등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또 개인적 요청을 받고 공정위 퇴직자가 아닌데도 취업시켜주기도 하고, 자신의 딸을 취업시키는 등 뇌물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김동수 전 위원장에 대해 "취임 직후 퇴직자와 공정위가 유착이 있는지 감찰하게 해 기존 퇴직자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며 "그가 모순된 행동을 했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노대래 전 위원장에 대해서도 "취임 이후 외부의 공정위 퇴직자가 공정위 내부와 유착·로비창구 역할을 한다는 문제에 대한 대책을 지시하고 공정위 퇴직자를 모아 교육도 실시했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김동수 노대래 전 위원장의 경우 검찰 기소단계에서부터 무리한 법리 적용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지철호 공정위 부위원장 [연합뉴스 제공]
지철호 공정위 부위원장 [연합뉴스 제공]

현직인 지철호 부위원장에 대해서도 "채용됐던 중소기업중앙회는 당시 취업제한 기관이 아니었다"며 "취업 전에 중소기업중앙회가 취업제한 기관으로 볼 수 있는지 인사혁신처 등에 문의해 아니라는 의견을 받고 취업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지 부위원장은 무죄를 선고받은 직후 “김상조 위원장과 협의해 업무에 복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공정위는 기업에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해 국민경제 발전을 도모하는 책무가 있다"며 "그런데도 조직적으로 공정위의 영향력을 이용해 기업에 취업 자리를 만들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으로선 취업자의 적합성을 판단하지 못한 채 채용하게 돼 업무가 방해됐기에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며 "과거부터 이어진 취업자리 마련 관행이 잘못됐다는 걸 인식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 전 위원장은 공정위 전현직 간부들과 공모해 2012~2017년 기업을 압박해 퇴직자 16명을 채용하게 한 혐의(업무방해) 등으로 기소됐다. 현직 중에서는 중소기업중앙회 상임감사로 취업할 때 취업심사를 제대로 받지 않은 지철호 부위원장이 불구속기소 됐다.

이날 재판을 맡은 성창호 부장판사는 앞서 30일, ‘드루킹’ 김동원씨와 공모해 2017년 5월의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포털사이트 댓글을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한 판사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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