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창호 판사 朴대통령에 8년 실형 내릴 땐 "당연", 이제 와 "양승태 비서실 판사" 운운
與 논평으로 "짜맞추기 판결" 비난에 '사법농단세력 및 적폐청산대책위원회' 발족까지
이튿날 원내대표가 "양승태 적폐사단 조직적 저항"이라며…스스로 '대선 부정' 내다봐
각계서 "입법부-사법부 대립 확대, 與가 사태 키워" 우려…野 "反헌법적 주장" 비판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대선 전후 1억회 포털 댓글조작 사건 1심에서 공범으로 인정돼 법정구속된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재판장인 성창호 부장판사를 겨냥 "사법농단 세력의 보복성 판결" "적폐 청산" "판사 탄핵"을 연신 입에 올리고 있다. 

김경수 지사는 물론 수사 단계에서부터 '특검 때리기'로 일관하며 적극 감쌌던 민주당 주류 모두, 이번 재판부 판결을 '양승태 전 대법원장 비서실 판사의 보복성 판결'이라고 깎아내리고 있다. 하지만 근거는 30일 선고 일주일 전(23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된 뒤 선고기일이 25일에서 닷새 미뤄졌고, 성창호 판사가 전 대법원장 비서실 판사였다는 정황 정도에 불과하다. 

제19대 대선 전후 더불어민주당원 댓글 1억회 조작 공모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월30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메시지를 반박할 수 없을 땐 메신저를 공격하라'는 정치권의 격언(?)에 충실하게 사법부를 반대세력 대하듯 하고 있는 셈이다. '3권 분립 파괴' 논란을 자초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게다가 성 판사는 앞서 이른바 '국정농단 프레임' 재판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여당 공천 개입으로 총 8년의 징역형과 수십억의 추징금을 선고하고,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 등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한 당사자다. 이땐 "당연"하다던 민주당이 같은 재판장에게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 수사를 매개로 이른바 '사법농단 프레임'을 덧씌우려 나선 것이다. 

정작 민주당이 최근까지 원내수석부대표라는 중책을 맡았던 서영교 의원(서울 중랑구갑·재선)이 그 전 대법원장 체제에 '재판 청탁'을 한 혐의가 '적폐 수사'를 이끌어온 검찰 수사에 의해 드러났는데도 '내로남불'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론 역시 고조되고 있다.

앞서 30일 실형 선고를 예상치 못했던 김 지사는 1심 선고 후 법정구속에 앞서 입장문을 자필로 작성했다. 변호인이 대독한 입장문에는 "특검의 물증 없는 주장과 드루킹 일당의 거짓 자백에 의존한 유죄 판결은 이해도, 납득도 하기 어렵다"고 재판부를 비난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 지사는 또 "재판장이 양 전 대법원장과 특수관계인 것이 이번 재판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 주변에서 우려했다"며 "그럼에도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진실이 있는데 설마 그럴까 했는데 우려가 재판 결과 현실로 드러났다"고 적었다. 김 지사의 '판결 부정'을 뒷받침할 만한 뚜렷한 근거는 없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사진=연합뉴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판결 이후 김 지사와 똑같은 프레임 아래 "짜맞추기 판결", "재판장의 공정성"을 운운하며 재판부를 공격했다.

'민변 출신'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정해놓은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증거 부족한 억지 논리를 스스로 사법신뢰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인정해 최악의 판결을 내렸다"며 "향후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소명을 통해 김 지사의 결백이 밝혀지고 무죄를 인정 받을 것임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재정 대변인은 "특검의 짜맞추기 기소에 이은 법원의 짜맞추기 판결에 강한 유감을 느낀다"며 "양승태 사법부의 비서실 판사이던 그 재판장의 공정성을 의심하던 시선이 마침내에는 거둬질 수 있기를 지금도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특히 당일 오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김 지사 1심을 계기로 '사법농단 세력 및 적폐 청산 대책위원회'를 가동하기로 의결했다. 언론에 최고위 결과를 설명하는 과정에선 국회에서 '판사 탄핵'을 추진할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성 판사를 비롯해 김 지사 등 여권에 불리한 판결에 관여한 판사들을 '사법농단 세력'이자 '적폐 청산' 대상으로 규정할 태세다. 

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민변 출신' 박주민 최고위원이 맡았다. 이외에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 전원,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의원 전원(위원장 제외), 이철희 원내수석부대표 대행, 황희 원내부대표, 강훈식 전략기획위원장, 권칠승 홍보소통위원장, 당 대변인 3인과 원내대변인 2인 등이 위원으로 선임됐다. 추후 당내 율사 출신, 부산·경남 지역 의원 등으로 위원을 추가 선임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에서도 위원장인 박주민 최고위원은 지난해 10월, '김명수 사법부'에서 부활시킨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좌파성향 지도부 주도로 '동료 법관 탄핵 의결' 소동이 일었을 때 발맞춰 '반민특위 이후 최초의 특별재판부' 도입 특별법을 발의해 위헌 시비를 일으킨 인물이기도 하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튿날(31일)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거듭 성 판사를 겨냥 "사법농단 실체가 드러나자 여전히 사법부 요직을 장악한 양승태 적폐사단이 조직적 저항을 벌이고 있다"며 "김 지사에 대한 1심 판결 역시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고 공격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금 우리는 개혁을 완수할 것이냐, 아니면 적폐를 그대로 방치할 것이냐의 기로에 서있다"며 "자칫하다가는 국민의 염원으로 만들어낸 탄핵과 대선 결과를 부정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김 지사의 판결을 매개로 대선 결과 부정까지 당할 수 있다고 스스로 내다본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30일 오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 국회 당 대표실로 들어서고 있다(사진 위). 비슷한 시각 박광온(사진 아래 왼쪽부터), 박주민, 남인순 최고의원 들이 속속 도착했다.(사진=연합뉴스)

각계에선 "이번 사태의 파문이 정치권을 넘어서 입법부와 사법부의 대립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한편 "민주당이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적폐 판사의 복수라고 말하는 건 헌정질서를 흔드는 반(反)헌법적 주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증거와 법리를 갖고 내린 판결에 대해 (민주당은) 자기들 구미에 안 맞으면 모두 적폐로 몰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민주당 입장이라면 전부 '자기들과 똑같이 생각하는 사람들'로 채워서 법을 집행하고 판결도 하자는 것인데 이것이야말로 독재"라며 "이번 사건(드루킹 사건)은 특정 세력에 의해 얼마든지 선거가 조작될 수 있고 결과가 뒤바뀔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자유민주주의의 심각한 위협"이라고 상기시켰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민주당이) 판사 개인에 대한 공격과, 사법농단 운운하면서 적폐청산TF를 만들어 사법부를 공격하고 있다. 매우 위험한 발상이고 삼권분립을 철저히 부정하는 것"이라며 "사법부가 이미 특정 정치편향을 띠고 있는데 이제 사법부를 여당의 주머니 속에 넣겠단 것인가.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어디로 가고 있나. 민주당이 이런 의도를 노골화할 경우 국민과 함께 싸울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나경원 원내대표는 "어제 오사카 총영사나 센다이 총영사가 사실상 대가로 유지되고 제공됐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며 "여기 핵심 인물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다. 검찰은 당시 수사에서 유야무야 했던 것을 기억한다. 백원우 전 비서관의 이 사건 관여에 대해 명백히 다시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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