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총선 매표행위…측근 지역 밀어주기식으로 국정의 사유화"
손학규 "예타 면제 통한 단기부양에 급급하는 건 옳지 않아"
'親輿 성향' 경실련 마저 "지자체 나눠 먹기식"...文 정부 비판

정부가 24조원대에 이르는 대규모 공공사업을 예비타당성 조사도 거치지 않고 추진하기로 결정하자, 야(野) 4당 뿐만 아니라 친여(親與) 성향의 단체와 인사들도 이번 정부의 결정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나서는 모습이다.

30일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예타 면제는 내년 총선을 겨냥한 매표행위"라며 "이는 측근의 지역을 밀어줘 집권을 공고히 하려는 것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친한 지방자치단체장 순서대로 결정됐다는 얘기가 벌써 파다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특히 문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는 지역을 쪽집게식으로 결정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이거야말로 풀면 살고, 안 풀면 죽는다는 식의 총선 대비용 정책"이라면서 "국정의 사유화, 묻지마 국정 운영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공사업이 국익에 들어맞는지 검증하는 최소한의 검증장치가 바로 예타"라며 "예타를 면제하고 추진한 4대강 사업에 혈세 20조원이 낭비되고, 유지에만 매년 5천억이 소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제 어려움을 타개하고, 기울어진 지역 민심을 회복하려는 정부의 노력을 이해하지만, 혁신성장을 강조하는 정부가 예타 면제를 통한 단기 경기부양에 급급하는 건 옳지 않다"고 꼬집었다.

민주평화당 김정현 대변인은 서면 논평에서 "호남권 사업인 새만금공항은 이미 예타를 통과했는데, 이번에 다시 예타 면제 사업으로 선정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사례"라며 "반면 '김경수 KTX'라 불리는 남부내륙철도사업은 과거 예타에서 수차례 떨어졌지만 이번에 포함되는 정반대 사례"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김용신 정책위의장 명의 성명에서 "새로운 토건의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우려를 금치 못한다"며 "예타 조사는 국가 재정 운영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담보하는 최소한의 장치로, 정권의 취사선택에 따라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는 결코 올바르지 못하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확대간부회의에서 "정부가 지역의 균형발전 숙원사업 23개를 선정해 발표했다"며 "중앙정부가 아니라 지역이 중심이 돼 사업을 제안하고 구체화하는 방식이었던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20∼30년 지역 숙원사업을 선정해 앞으로 10년 동안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선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이란 원칙에 얽매여 개선이 시급한 수도권 교통망 확충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 교통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발표한 핵심 사업들은 이번 '예타 제외'에서 무더기로 제외됐기 때문이다.

인천 송도와 서울을 잇는 광역급행철도(GTX)-B 노선, 김포 지하철 5호선 한강선(가칭), 서울 서북부 지하철 3호선 연장과 8호선 연장선(별내선) 등은 이번 예타 면제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고읍과 옥정을 연결해 양주 신도시 교통을 개선하는 7호선 연장 사업과 위례 트램 건설 사업만 예타 면제 대상에 포함됐다.

그동안 친여 성향을 보여왔던 단체들과 인사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9일 성명을 통해 "지자체 나눠 먹기 예타 면제를 결정한 문재인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문재인 정부가 과거 토건 적폐로 비판했던 이명박 정부의 예타 면제를 따라하고 있다"며 "23개 사업 총 사업비 24조1000억원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는 노무현 정부의 1조9075억원과 박근혜 정부의 23조6169억원보다 많은 규모"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런 추세라면 이명박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규모인 60조3109억원(5년 총 면제규모)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현 정부에서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의 민간 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지난 28일 페이스북에 "수십조원에 달하는 SOC 사업들이 예타 면제로 확정된다면 나는 더 이상 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사퇴의 뜻을 밝히며 "천문학적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국책사업의 절차적 정당성과 사회적 합리성을 최대한 담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인 예비타당성조사를 건너뛰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소식 앞에 망연자실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그동안 이명박 정부 당시 4대강 사업을 포함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시대착오적 토건사업이라고 비판해온 문재인 정부가 정작 임기 내 건설업 투자 감소 추세가 지속되자, 이를 어떻게든 만회하려 대규모 SOC 투자에 나서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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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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