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 논현동 자택 제한 조건으로 보석 허가 청구...재판장 교체로 구속기한 내 재판 끝나기 힘들 것으로 관측
李 前 대통령, 혈당조절・어지럼증・수면장애 앓아...최근에는 수면무호흡증으로 돌연사 우려, 양압기까지 반입
박훈 변호사 "李, 이미 언론에 노출...도망해 피할 곳 없다는 점은 국민 모두가 주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7월3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7월3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횡령과 뇌물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법원에 보석을 청구했다.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강훈 변호사는 29일 “이 전 대통령의 주거를 논현동 자택으로 제한하는 조건으로, 이 전 대통령의 보석을 허가해달라는 취지의 청구서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김인겸)에 제출했다”며 “재판부 교체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의 구속기한 내에 재판이 끝나기 힘들 것 같아 취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을 맡은 김인겸 부장판사는 28일 진행된 고위법관 인사발표에서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발령받은 바 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재판은 약 6개월이 걸렸다. 검찰이 적용한 혐의와 관련 기록이 방대하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은 항소하면서 자신에게 불리하게 진술한 예전 측근들을 법정에 부르겠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고위법관 인사가 이뤄져, 새 재판장이 부임하는 경우 재판 상황을 따라잡는 데 재판이 지체될 수밖에 없다는 게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의 판단이다. 여기에, 이 전 대통령의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도 고려됐다. 이 전 대통령은 혈당 조절과 어지럼증, 수면장애를 겪고 있고, 최근에는 수면무호흡증까지 겹쳤다고 한다. 돌연사 우려 등이 있어, 얼마 전부터는 양압기를 구치소 내로 반입해 착용하고 수면한다고 한다.

강 변호사는 “원심 공판기록과 1개월간 진행된 항소심 기록이 더해져, 재판부가 검토해야 할 기록 분량만 이미 10만 페이지를 훌쩍 넘겼다”며 “새 재판부가 증거기록을 통해 사건을 파악하는 데만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기간 만료일까지, 현재 계획돼 있는 증인들에 대한 신문 등 꼭 필요한 최소한의 심리절차도 완료되기는 불가능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변호인 측은 이 전 대통령이 이미 언론에 노출돼 있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강 변호사는 “(보석이 이뤄져도) 자택에서 커튼을 치지 않으면 이 전 대통령 내외가 무엇을 하는지 기사화되는데, 이 전 대통령이 도망해 피할 곳도 없다는 점은 국민 모두가 주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통령은)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유리한 증인조차 접촉을 꺼리고 있다. 노쇠한 전직 대통령을 항소심에서도 계속 구금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한다는 것이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우리나라의 국격을 고려할 때 과연 바람직한지 신중히 고려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결정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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