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직 외교 당국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를 진전시키기 위해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방안을 수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북한의 핵무기 폐기로 이어지는 모든 과정을 밟겠다는 의지와 계획에는 변함이 없지만 현재는 포괄적인 비핵화 조치보다 장거리미사일 관련 합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최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미국이 2차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관련 합의를 우선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완전한 핵 신고보다는 다소 제한적인 합의를 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는 설명이었다.

와일더 전 보좌관은 “이 조치가 충분한지 여부를 놓고 미 행정부 내에서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최근 발언을 볼 때 장거리미사일 문제를 먼저 다루는 것이 가능하다는 신호를 읽을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만 이런 과도적 합의는 미북 양측이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잠정적 조치로서 시도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특사도 “트럼프 행정부 관리로부터 미국이 사실상 북한과 무엇인가를 주고받는 ‘상호주의’ 방식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미북 실무협상에서 주고받을 수 있는 조치들로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와 미북 관계 정상화 또는 일부 제재 완화를 꼽았다.

그러나 갈루치 전 특사는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지는 분명치 않다”며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은 여전히 북한이 미국보다 먼저 모든 조치를 취하도록 만들고 싶어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담당 조정관은 “북한 비핵화는 단기간 동안 한 번의 조치로 달성될 수 없으며 오랜 기간에 걸친 많은 단계와 상호 조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트럼프 행정부도 인식한 것 같다”며 “완전한 비핵화는 영변 핵시설 폐기에서 출발해야 하지만 이는 첫 단계에 불과하며 이후 미신고 핵시설 폐쇄, 운반수단에 대한 모종의 조치, 핵무기 감축에 이어 궁극적으로는 핵무기 폐기 순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북한이 그 같은 포괄적 계획에 합의를 하려면 아직도 멀었다”고 지적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북한이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를 스티븐 비건 특별대표의 새로운 대화상대로 임명한 것은 비건 대표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보다 급이 낮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결국 이는 최선희 부상의 급을 높이는 대신 비핵화 협상의 격을 떨어뜨리는 셈으로 결국 비핵화 대화의 중요성을 축소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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