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우선 참여 후 조건부 탈퇴' '조건부 참여' '무조건 불참' 놓고 토론했으나 모두 부결
민노총이 경사노위 참여해도 실질적으로 '사회적 대타협' 이뤄질 가능성은 낮아
한노총도 같은날 노사정대화 참여 잠정 중단 결정..."노동계가 경사노위 판 엎었다"

민노총 조합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11.21 총파업 대회를 마무리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해 11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11.21 총파업 대회를 마무리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민노총이 전체 대의원 1,273명이 참석하도록 한 역대 최대 규모의 대의원대회를 열어, 소위 사회적 대화기구라는 경사노위(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여부에 대한 표결에 나섰지만 결국 부결됐다.

민노총은 28일 오후 서울 강서구 KBS아레나홀에서 67차 정기 대의원대회를 열고, 경사노위 참여를 놓고 자정까지 토론을 벌였다. 상정된 안건은 ‘우선 참여 후 조건부 탈퇴안’과 ‘조건부 참여안’ ‘무조건 불참안’ 세 가지였지만 모두 부결됐다. 이날 회의에는 전체 대의원 1,273명 중 95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 대의원 규모는 지난 2월에 열린 66차 대회보다 300여명 증가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민노총은 최근 건설노조 등에서 예비 근로자를 조합에 가입시키는 자체 규약을 추진하는 등의 방법으로, 조직원을 70만명 이상까지 늘렸다.

민노총 안에는 세 계파가 있다. 문재인 정부에 비교적 협조적인 온건파와 경사노위 무조건 반대를 천명하는 강경파, 경사노위 조건부 참석을 주장하는 중도파다.

온건파는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이 들어가 있는 계파로, ‘우선 참여 후 조건부 탈퇴’를 하되 정부가 경영계 요구를 들어주는 제스처를 취하는 경우 즉각 빠지자는 안을 냈다. 금속노조로 대표되는 중도파는 탄력근로제와 최저임금 결정,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등에 민노총 측 주장을 더 반영해달라는 ‘조건부 참여’ 안을 제시했다. 약 20%를 차지하는 강경파는 민노총이 어떤 조건에도 경사노위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 했다. 950여명의 대의원은 세 안을 모두 부결시켰다.

당초 민노총의 이번 의결은 통과될 전망이 높게 점쳐지기도 했다. 민노총 지도부는 지난 25일 청와대로 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7가지 요구사항을 내미는 등의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들과 80분간 면담하며 “노동계가 지적하는 우려를 알고 있다. 국민 여론과 관심이 높아지면 국회도 고민할 것이며, 경사노위에서 합의하는 취지의 입법이 중요하고 이와 동시에 전교조 문제도 함께 해결될 수 있다”고 했다. 현 정부 집권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 민노총의 ‘청구권’을 인정한 셈이다.

이번 부결로 민노총은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게 됐다. 하지만 민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한다고 해도, ‘사회적 대타협’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민노총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탄력근로제 확대 반대, 최저임금 추가 인상, 전교조 합법화 및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 등 자신들의 기득권을 공고히 하는 정책만을 요구하고 있다. 야권 일각에서는 ‘자신들이 문재인 정부를 만들어 줬으니, 경사노위에서도 앞서 요구한 사안들만을 들이밀며 ‘청구권’만을 행사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한노총도 같은날 노사정대화 참여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한노총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경사노위의 사회적 대화 중단을 경고하는 의미로 일단 31일 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며 “정부에 노동조합법 전면개정, 노동시간 제도와 관련해 전향적인 개선안을 요구하는 노정(勞政) 협의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국내 매체들은 “노동계가 경사노위 판을 엎었다”며, 한노총의 결정에 “정부여당이 한노총은 ‘집토끼’ 취급하면서, ‘산토끼’인 민노총 참여에만 목을 맨 데 반발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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