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석 수원지법 안산지원 부장판사 "법관 이외에는 심판 관여 권한 없어...대법원장이 청탁했어도 법관은 양심에 따라 심판"
검찰 논리 적용하면 재판서 피고인 무죄 확정되면 검사가 기소권 남용한 것...기소에 관여한 검사들도 모두 직권남용죄

수원지방법원 청사. (사진 = 위키피디아)
수원지방법원 청사. (사진 = 위키피디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소위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된 날, 한 현직 부장판사가 “재판개입 의혹은 직권남용혐의가 성립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일제 징용 소송과 전교조 법외노조 소송, 옛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등 각종 재판에 개입했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법원도 “범죄사실 중 상당부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며,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그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현석 수원지법 안산지원 부장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이 구속된 지난 24일 오전 법원 내부망에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에 관한 짧은 견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헌법과 법원조직법에 따르면 해당 사건을 담당하는 법관 이외에는 인사권을 가진 법관을 비롯한 어느 누구도 해당 사건의 심판에 관여할 권한 자체가 없다”며 “법관 인사권자이거나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법원장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청탁을 해도,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심판하는 것이므로 이를 다를 의무 자체가 없다”고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재판과 관련한 청탁 등을 했어도, 재판 자체는 담당 법관 개인의 양심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므로 직권남용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 부장판사는 검찰 논리의 허술함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피고인이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그 판결이 확정된 경우 검사가 기소권을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로 말미암아 피고인은 법정 출석과 같이 의무없는 일을 하게 되는 등 권리의 행사를 방해받았다고 볼 수 있다”면서 “모든 사태는 검사가 기소함으로써 발생한 것이고, 기소권은 검사가 독점하는 권한이기 때문이다. (검찰과) 동일한 논리를 적용하면, 기소에 관여한 수사검사나 결재과정에 있던 기소에 관여한 수사검사나 결재과정에 있던 검사들 모두 직권남용죄로 기소돼 처벌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날 서 부장판사의 글에, 이상호 서울고법 판사는 “업무상 배임죄와 더불어, 그 구성요건이 명확하지 않은 대표적인 범죄가 직권남용죄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고, 설민수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도 “직권남용죄가 배임죄처럼 전개될 것 같다는 추측”이라고 동의 조의 글을 남겼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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