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왼쪽)ㆍ김혁철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왼쪽)ㆍ김혁철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연합뉴스)

북한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새 협상 대상으로 제네바 북한 대표부에서 군축업무를 했던 것으로 알려진 김혁철 전 스페인 대사를 내세운 것은 실무협상을 어렵게 끌고 가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25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협상상대가 누가인지에 관계없이 미국과의 실무협상은 무조건 거부하는 알러지 반응이 있는 것 같다”며 “솔직하게 말해서 많은 사람들은 김혁철 전 대사의 투입을 효과적인 실무급 협상이 되지 못하도록 북한이 더욱 저항하는 신호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핵화 대화에서 진전을 보기 위해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대화뿐만 아니라 정부 대표들 사이의 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1994년 미북 제네바합의에 참여했던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담당 조정관은 북한이 김 전 대사를 등장시킨 것은 실무급 협상을 본격화하는 움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최선희 외무성 부상보다는 급을 낮추겠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VOA에 “북한은 최선희를 스티븐 비건 대표보다 훨씬 더 고위급 인사로 본다”며 “김 전 대사를 임명한 것은 그가 비건 대표 수준의 관리라는 것을 북한이 확인한 표식으로 본다”고 했다.

이어 “비핵화 조치나 미사일 해체 등의 협상은 전적으로 최고위층의 결정에 따르는 만큼 실무급에는 권한이 없다”며 “2차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비핵화를 위한 포괄적 계획에 협상하기로 결정한다면 김 전 대사는 실무협상에서 이를 다룰 것이고, 두 정상이 영변 핵시설과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해체를 비핵화의 초기 조치로 결정한다면 김 대사는 실무협상에서 이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따라서 2차 미북정상회담 전까지 실무회담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가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며 “더구나 미국은 포괄적인 비핵화 계획을 원하고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 조치를 원하기 때문에 다음달 말로 예정된 2차 미북 정상회담까지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했다.

한편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는 김 전 대사에 대해 외무성 전략통으로 평가했다. 태 전 공사는 25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김 전 대사는 북한 외무성에서 젊었을 때부터 김계관, 리용호에 의해 체계적으로 양성된 전략형 인물”이라며 “김 전 대사는 젊은 나이에 북한의 전략보고서를 작성하는 핵심상무조 즉 TF(태스크포스)에 망라돼 활동했으며 2005년 6자회담이 베이징에서 진행될 때 북측 단장이던 김계관 1부상의 연설문을 뒤에서 작성해주는 자리까지 올라섰다”고 설명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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