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체크'라며 카드뉴스 4편 홈페이지 등에 게재…韓 역할론을 美-北 중재로 침소봉대
외교전문가들 "단편적인 부분만 발췌, 국내정치만 고려한 듯…국제사회 시각 고민 부족"
통일부 대변인 "現정부 정책 잘 안알려져서 적극 홍보하는 차원으로 이해해달라"

"2018년 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여러 차례 확인되었습니다." 문재인 정권 통일부가 '북한 비핵화'가 아닌 모호한 '한반도 비핵화' 용례를 들면서, 북한 정권이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합의했다고 '대리 선전'하는 시각물을 공식 홈페이지 등에 게재했다.

통일부가 제작한 카드뉴스는 "쟁점 체크"를 내세워 ▲'남북 경제협력, 남북 공동 번영 vs 일방적 퍼주기' ▲'북한의 비핵화 믿을 수 있을까' ▲'북한 비핵화 진전에 비해 남북관계 속도가 너무 빠르지 않나' ▲'북한 비핵화는 지지부진한데 대북제재 완화에만 주력?' 등 4편이다. 

이 중 대부분은 북한 비핵화와 대북투자사업을 낙관하는 기존 정권 논리를 반복한 내용으로 돼있다. 대북 문제를 '핵'과 '관계개선'에만 국한하는 동시에 북한이 6.25 남침전쟁 가해자라는 인식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특징도 있다.

통일부의 '쟁점 체크' 카드뉴스 제3편 중 일부

3편 '북한의 비핵화 믿을 수 있을까' 편에서 통일부는 문제의 카드뉴스에서 "북한은 남북·북미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다"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019년 신년사와 ▲지난해 조선로동당 중앙위 제7기 3차 전원회의 결정서를 근거로 제시했다. 

김정은이 올해 신년사에서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의 불변한 입장이며 나의 확고한 의지다'라고 말한 부분을 발췌했다.

하지만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핵보유국으로서 '비확산 동참' 의지를 밝힌 부분이나 미국과의 협상이 잘 안될 경우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위협한 부분은 언급하지 않았다.

조선로동당 중앙위 전원회의 결정서에 대해서도 통일부는 "북한은 2018년 4월20일 핵·경제 병진노선을 폐기하고 경제건설에 집중한다는 새로운 전략노선을 채택했다"고 단정했다.

하지만 이는 결정서가 '핵무력 완성 다음 순서로 경제 건설에 주력한다'는 내용이었다. 심지어 통일부가 카드뉴스에 담은 로동신문 캡쳐 사진에도 ‘김정은이 병진노선의 위대한 승리를 긍지 높이 선언했다'고 써 있다.

3편 카드뉴스에는 또 "실제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2017년에는 16회 있었으나, 2018년부터 한차례도 없었다"고 홍보하는 대목이 있는데, 무력도발 축소를 마치 북한의 비핵화 진전인 양 왜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일부의 '쟁점 체크' 카드뉴스 제2편 일부.

통일부는 앞서 2편 '북한 비핵화 진전에 비해 남북관계 속도가 너무 빠르지 않나'에서는 "비핵화 진전 없이 남북관계 과속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우선 밝히면서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을 준수하면서도 몇가지 이유에서 남북관계 발전은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남북경협을 제외한 이산가족 상봉, 사회문화교류, 체육교류, 군사적 긴장완화 등은 남북화해와 한반도 평화 정착, 민족동질성 회복을 위해 '정세와 상관없이'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류'를 명목으로 한 사업들 외에 '군사적 긴장완화'까지, 국제 정세를 무시하고 추진할 대상으로 '끼워넣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군사적 긴장완화는 우리 군(軍)의 일방적 대북 무장해제, 무분별한 방호시설·철책 제거,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한국형 3축체계 일방 포기 논란을 초래한 바 있다. 더구나 통일부가 소관 업무도 아닌 군 관련 유화정책을 강행해야 한다는 논리를 제시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북한에 의한 침략사(史) 입장 정리, 핵 위협 문제에서 대한민국은 '당사자'임에도 통일부는 카드뉴스 2편에서 한국의 역할을 "북미관계 개선"으로 규정했다. 북핵 위협의 장기화·고도화를 단순히 미국과 북한이 서로 불신하는 상황 때문이라고 시사하는 듯한 그림에 한국 측이 "내가 입장 차이를 줄이고 불신을 풀어줄게!"라고 나서는 대목도 눈에 띈다.

25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의 진의는 핵보유에 있다"면서 "정부가 안보 문제와 관련해 단편적인 부분만 발췌해 국민에게 선전하는 건 부적절해보인다"고 지적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도 "국내 정치만 고려해 이같은 내용을 카드 뉴스로 만든 것 같다"라며 "국제사회엔 어떻게 비쳐질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새로운 언론 환경에 맞춰 카드뉴스를 만들어 홈페이지나 SNS를 통해 배포하고 있다"며 "현 정부 정책이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있어, 적극 홍보한다는 차원으로 (만들었다고)이해해 달라"고 '동문서답'을 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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