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간 文대통령 "충청 4조원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검토"
재정 건전성 지키기 위해 도입된 예타 제도 무력화
정부, 광역별 사업 29일 선정…건설경기 급락에 꺼낸 고육책
현 집권세력, 야당 시절 SOC사업을 '토건 경제'라고 비판

 

문재인 정부가 '대형 토건 사업'으로 경기를 부양하겠다며 10년 만에 대규모 토목·건설 사업에 대한 '예비 타당성 조사(이하 예타) 면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현 청와대와 여당은 야당 시절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SOC 사업을 ‘토건 경제’라며 비판하고 SOC 예산 축소를 주장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도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집값을 잡겠다며 펼친 규제정책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이어지고, 건설 투자 지표가 계속 하락하며 일자리 지표에도 빨간불이 들어오자 입장을 180도 바꾼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꺼내든 고육책은 재정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도입된 예타 제도를 무력하게 만드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대전을 방문해 지역 경제인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세종~청주 고속도로, 석문국가산단 인입 철도 사업, 충북선 철도 고속화 사업에 대한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를 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조만간 결과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모두 합하면 충청권에서 4조원 규모다. 대전과 충청권이 새롭게 발전하고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광역단체별로 공공 인프라 사업을 1건 선정,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겠다"고 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다른 정부·여당 고위 관계자들도 연일 '예타 면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는 23일 경제 관계 장관 회의를 마친 뒤 "현행 예타 제도는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예비 타당성 조사는 대형 신규 공공 투자 사업에 착수하기 앞서 경제성과 사업성을 따지는 절차로,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이나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사업 등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은 예외적으로 예타를 면제할 수 있도록 국가재정법에 규정돼 있다.

중앙정부가 이 예외 조항을 활용해 지자체에 예타 면제를 먼저 제안한 것은 4대강 사업을 추진한 2009년 이후 10년 만이다. 정부의 예타 면제 방침에 각 지자체는 총사업비 70조원 규모의 사업 33건에 대해 예타 면제를 신청해놓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를 열고 예타 면제 사업을 발표할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가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통해 각 지방자치단체의 숙원인 토건 사업을 무더기로 해결해주면 '선거용 선심성 정책'을 쓰는 것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민차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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