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3달 전 비슷한 가전전시회 열고도 文 대통령 지시로 또 '한국판 CES' 열어
결국 대통령과 청와대를 위한 행사에 지나지 않을 것이란 비판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청와대가 '한국판 CES'를 열겠다고 전해졌다. 준비 기간은 고작 열흘, 참가 기업들은 이번 주말까지 전시 준비를 모두 끝마쳐야 한다.

이번달 29일부터 사흘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행사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에서 열렸던 CES에 큰 관심을 가졌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25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는 24일 "(문 대통령이) '우리도 최신 트렌드를 검토하고 업계 요구 사항도 들어보자'는 취지로 한국형 CES 기획을 지시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에 참가 기업들은 대통령과 청와대를 위한 행사에 지나지 않는다고 토로하면서도, 청와대가 하자는대로 따를 수밖에 없지 않냐는 반응이다. 이번 '한국판 CES'는 개최 열흘 전쯤 산업부를 통해 기업들에게 일정이 통보됐다. 현재까지 참가 의사를 밝힌 기업은 삼성전자·LG전자·네이버 등 주요 IT 기업과 중견·벤처기업 40여 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가 기업 관계자는 "며칠 전에 갑작스럽게 행사 소식을 들었다"며 "일단 청와대에서 기획한 것이니 최대한 준비했다는 모습은 보여야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참가 기업들 사이에선 청와대 행사인 만큼 사전 점검이 필요해 주말까지는 모두 설치를 마치라는 지침이 내려졌다는 소식이지만, 24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내 전시관은 아직 횡하다. 기업들은 앞으로 2~3일 내에 준비를 마쳐야 한다.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 준비에 몇 달간의 시간 소요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전시회는 결국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를 위한 행사에 지나지 않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IT 업계에서 국무총리실로 이 같은 행사가 필요하다는 건의를 해 와 준비한 행사"라며 "참가 여부도 기업들의 뜻을 많이 따랐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매년 5월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월드IT쇼, 10월엔 산업부가 한국전자산업대전(KES)을 개최하고 있어 불필요한 중복 행사란 지적이 나온다. 불과 3달 전 열린 KES를 이름만 '한국판 CES'로 바꿔 다시 하자는 것과 마찬가지란 것이다.

이번 행사 참가를 위한 부스 설치와 인력 파견 등으로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최대 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은 '준비 기간도 촉박한 데다 전시관 규모도 작아 기껏 돈만 쓰고 관람객들에게 욕만 먹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태산이다. 자사 제품의 기술력을 홍보하고 경쟁했던 올해 라스베가스 CES 2019엔 약 20만명의 바이어들이 몰리고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문 대통령의 지시로 기획된 '한국판 CES'는 기술 경쟁의 장이라기 보단 '얼마나 사람들을 끌어모으느냐'라는 청와대의 홍보가 관건인 행사로 전락할 것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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