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칼럼] 제2차 美北 정상회담과 ‘스몰 딜(small deal)’의 함정
[김태우 칼럼] 제2차 美北 정상회담과 ‘스몰 딜(small deal)’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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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북핵동결 대가로 미국이 상당한 반대급부 제공하는 '스몰 딜' 예방에 만전 기해야
"주한미군 현 2만8500명에서 6500명을 빼는 것은 언제나 가능"
"트럼프 대통령 마음먹기에 따라 7월 순환근무 끝나면 제1기갑여단 후속부대 보내지 않을 수도..."
최악의 시나리오...'미국의 동맹포기+한국정부의 연방제통일 합작'
김태우 객원 칼럼니스트
김태우 객원 칼럼니스트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의 일정이 잡히면서 북핵 해결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해 회담이 한국 국민이 원하는 ‘북한 비핵화’를 끌어낼 가능성은 갈수록 희박하며 한국의 안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스몰 딜(small deal)’의 가능성마저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그래서 작년 싱가포르 회담처럼 ‘알맹이 없는 회담’으로 끝난다면 ‘실망스럽지만 그래도 다행스로운 결과’라는 평가를 받게 될 것같다. 비관적 예상이 가능한 이유로는 북한이 ‘조선반도 비핵화’를 고수한다는 점, 중국이 ‘조선반도 비핵화’를 밀착 지원한다는 점,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의 운명에는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상업주의적 접근으로 일관한다는 점, 한국 정부마저 안보국익을 위해 노심초사(勞心焦思)하기보다 여전히 남북관계에 매달리고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북한의 ‘조선반도 비핵화’ 고수

한국에 미 전술핵이 배치되어 있던 시기동안 김일성 주석은 핵철수를 요구하면서 ‘조선반도 비핵화’ 표현을 사용했고, 김정일 시대에는 미 핵우산, 연합훈련, 전략자산 전개 등 북한에 대한 모든 위협이 제거되어야 북한도 비핵화를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이 용어를 애용했다. 2011년에 집권한 김정은도 “조선반도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며 확고하게 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013년에 제정한 「자위적 핵보유국 지위법」은 북핵을 ‘미 적대시 정책과 핵위협에 대한 정당한 방위수단’으로 명시하고 있고, 2018년도 신년사나 2018년 3월 7일 정의용 특사를 통해 밝힌 ‘핵 불필요’ 메시지도 “대북 군사위협이 해소되고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이라는 단서가 붙은 것이었다. 4.27 판문점선언에서도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없는 한반도’를 ‘공동’목표로 합의했는데, 굳이 ‘공동목표’라고 한 이유도 뻔한 것이다. 6·12 미북 정상회담의 공동발표문에도 ‘Korean Peninsula’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Korean peninsula’는 북한에서는 ‘조선반도’이고 한국에서는 ‘한반도’다. 요컨대 북한은 ‘조선반도 비핵화’ 외 어떠한 약속도 하지 않았지만, 한국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확고하다”라는 거두절미 표현으로 여론몰이를 해온 것이다. 그래서 북한은 실질적 핵포기 조치와는 거리가 있는 주변적 조치들만을 취한 상태에서 “이제는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단계‘라면서 지금까지 버텨온 것이다. 미북 정상회담이 다시 열린다고 해서 얼마나 달라질지 의문스럽다.

중북 핵공모 (核共謀)

2011년말 김정은 집권 이래 6년 동안 북중 정상회담이 없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2018년 3월이래 10개월 만에 네 번이나 북중 정상회담이 이루어진 것은 매우 파격적이다. 시 주석이 연거푸 네 번이나 김 위원장을 만난 것은 김정은 정권을 공식적으로 인정한다는 사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중국이 북핵 문제를 자신들의 세계전략에 활용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중국은 북중 정상회담 직후 늘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한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지지한다” 등의 말을 해왔는데, ‘한반도 비핵화’라는 것은 북한이 말하는 ‘조선반도 비핵화’의 다른 표현이다. 한국에 제공하는 미국의 핵우산, 미 전략무기 한반도 전개 등 미국의 영향력을 제거하는 것은 미국과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세계전략에서도 최우선 목표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있어 중국과 북한의 전략은 100% 궤를 같이한다. 한 마디로 중국이 북한의 ‘조선반도 비핵화’ 주장에 동조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며, 중북 간 이런 핵공모가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북한이 ‘조선반도 비핵화’ 주장에서 물러설 필요성을 느낄지는 의문이다.

신뢰잃은 한미동맹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한미 간 동맹신뢰가 무너지고 있는 중에 미북 핵대화가 진행된다는 사실이다. 동맹이 이 지경에 이른 데에는 크게 세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는 북한 요인이다. 북한은 2017년까지 대미(對美) 핵공격을 위협하는 ‘계산된 광기(狂氣)’ 게임을 벌렸다. 미국 국민은 “한국을 지켜주기 위해 우리가 북한의 핵공격 협박까지 받아야 하느냐”고 반문하기 시작했다. 북핵이 발휘하는 동맹이완 효과(decoupling effect)가 바로 이런 것이다.

두 번째는 미국 요인으로서 동맹정책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상업주의적 접근이다. 후보 시절 동맹국들에 대해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더욱 심하게 방위비 분담금의 규모를 시비했고,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시키는데 고심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트럼프는 2017년 5월 한국에서 대선이 치러지는 기간 동안 “한국이 사드(THAAD) 배치 비용을 물어야 한다”고 발언하여 한국의 동맹수호론자들을 수세에 빠뜨렸고, 제1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 2018년 6월 12일은 한국에서 전국지방선거가 열리기 하루 전날이었다. 이렇듯 미국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전통적인 ‘좋은 경찰(good cop)’의 역할을 포기하고 “다른 나라를 위해 돈을 쓰거나 피를 흘리지 않겠다“고 나서는 중에 한미동맹이 흔들리는 것은 당연하다.

세 번째는 한국요인으로서 문재인 정부의 탈미통북(脫美通北) 정책들이다. 문 정부 출범이래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삭제한 개헌안이 등장했고, 국정원과 군의 대공(對共)기능 축소, 선제적·일방적 군사력 축소를 골자로 하는 ‘국방개혁 2.0’ 성급한 종전선언 추진, 충분한 동맹협의를 거치지 않은 9·19 남북 군사분야합의 등이 이어졌다. 미국의 세계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에 불참하면서 동맹에 대한 사망선고가 될 수 있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재추진하는 움직임도 보였다. 미국 정부와 국민은 한국의 변신에 회의감과 배신감을 키웠고, 미국의 전문가들은 ”남북한이 공조(?)하여 미국에게 종전선언과 대북제재 해제를 종용하는 판에 한국을 지켜주어야 할 동맹국으로 봐야 하는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미국이 대북 협상에서 한국의 운명을 얼마나 배려할지 의문스럽다는 얘기다.

‘스몰 딜’이라는 차악(次惡) 시나리오

북한의 핵포기로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하는 것은 이론상 최상의 시나리오이지만, 북한의 핵포기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가능성이 희박하다.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스몰 딜’이라는 차악(次惡) 시나리오를 예방하는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 ‘스몰 딜’이란 북한이 과거핵과 현재핵을 인정받고 미래핵만 포기하는 일종의 ‘핵동결’을 대가로 미국이 상당한 반대급부를 주는 핵타결을 말한다. 즉 북한의 눈가림식 조치들에 트럼프가 ‘사탕발림(sugar-coating)을 하고 자신의 외교성과로 자찬하면서 동맹약화 조치들을 합의해주고 한국 정부가 가세하여 ‘평화쇼‘를 벌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북한은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중단, 동창리 핵실험장 발사대 및 엔진실험 시설 해체 착수, 풍계리 핵실험장 입구 폐쇄, 영변 핵시설에 대한 사철 수용 용의 표방 등 이미 취한 조치들을 ‘조선반도 비핵화를 위한 용단’으로 치켜세우면서 대륙간탄도탄(ICBM) 생산 및 시험발사 중지 약속 등 약간의 추가 조치를 약속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가 미북 연락사무소 설치,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 허용, 대북제재 완화, 종전선언, 주한미군 감축 등으로 화답하는 동안 한국 정부와 방송언론들이 ‘항구적 평화를 향한 위대한 발걸음’이라며 거들고 나설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합의와 자축(自祝)은 한국의 안보를 고립시킬 뿐이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는 언제든 재개할 수 있고, 대륙간탄도탄 개발 및 실험 중단은 한국을 위협하는 북한의 미사일 능력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며, 핵실험장 폐쇄도 아무도 검증하지 않은 ‘셀프 폐쇄’였다. 영변에 대한 사찰수용에도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다면”이라는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단서가 붙어있다.

반면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는 대북제재의 틀을 허무는 계기가 될 수 있고, 종전선언은 법적으로 한미동맹이나 주한미군 주둔과 무관하지만 한국내 좌파세력들을 고무하여 동맹이완과 미군감축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다분하여 북한과 중국은 한미동맹 해체라는 목표를 향해 한발 더 다가가게 된다.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 문제가 미북회담의 공개 의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며 미 의회 또한 ‘국방수권법’을 통해 2만2천 명 이하로의 감축을 견제하고 있지만, 현 2만8500명에서 6500백 명을 빼는 것은 언제나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7월에 순환근무 기간이 끝나는 제1 기갑여단의 후속부대를 보내지 않는 방법으로 주한미군을 행정요원 위주의 ‘껍데기 군대’로 전락시킬 수 있다.

최악(最惡) 시나리오

그럼에도 더 심한 최악의 시나리오는 따로 있다. 미국이 동맹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한국 정부가 연방제 통일을 합작하는 데에도 국민이 무신경하게 따라간다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정체성으로 하는 대한민국은 망국을 맞이할 수 있으며, 그 이후에는 엄청난 혼란과 참극이 뒤따르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국가정체성 위기, 안보위기, 동맹위기 등에 눈길을 주지 않으면서 통북(通北)·탈미(脫美)·종중(從中)·반일(反日)이라는 감상적 수정주의에 연연하고 있다. 야당들 역시 일당백의 일꾼들을 모아 난국에 대처하기보다는 웰빙 정치와 패거리 정치라는 ‘구태의 늪’을 해메고 있다. 현재로서 국민이 깨어나는 것 이외에는 최악의 가능성을 배제할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

김태우 객원 칼럼니스트(전 통일연구원장,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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