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정부 입김서 독립돼있는지 증명부터…국민 아닌 정권의 집사 된다"
헌법 126조 "긴절한 필요로 정한 법률 없이 사영기업 경영 통제·관리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정부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원칙)를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고 공언하자, 야권에서 '연금사회주의'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민연금이 정부 입김으로부터 독립돼 있음을 증명하라는 요구는 한층 넓은 공감대를 얻고 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비대위원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기어이 연금사회주의로 가겠다는 뜻이 아닌지 묻고 싶다"며 "다른 나라에서도 공적연금이 주주권 행사하는 경우가 없지는 않으나, 그 경우는 공적연금이 정권으로부터 철저히 독립돼 있는 상태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고 문 대통령을 겨냥했다.

1월24일 오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의가 진행되는 모습.(사진=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공적연금의 정치적 독립성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은 우리 정치환경의 경우는 그야말로 (국민연금이) 국민의 집사가 아니라 정권의 집사 노릇을 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대기업의 중대한 위법을 바로잡겠다는 명분을 달고 있는데, 국민연금의 가장 큰 임무는 기업의 잘못을 압박하고 때려잡는 게 아니라 국민이 열심히 벌어서 한푼 두푼 데 낸 생때같은 돈을 잘 관리하고 굴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이 정부 들어 연금공단 이사장에게 전문성도 없는 전직 여당의원을 낙하산으로 내리꽂고, 연금수익률은 마이너스로 만들어 놨다"며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기업들이 정치적 간섭까지 받게 되면 어느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만들지 걱정"이라고 밝혔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잘 아시다시피 현재 '국민연금의 독립성도 전문성도 제대로 보장돼 있지 않다'는 비판이 많다"며 "결국 연금사회주의의 첫발을 떼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건 헌법 제126조의 국가의 기업경영 통제 (방지) 위반이라는 위헌사항 의심도 드는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헌법 126조는 "국방상 또는 국민경제상 긴절한 필요로 인하여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영기업을 국유 또는 공유로 이전하거나 그 경영을 통제 또는 관리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장인 김선동 의원은 "국민연금은 어디까지나 국민들의 돈이지 정권의 쌈짓돈이 아니다"며 "좌파성향 정권의 좌충우돌 국가개입에 우리 기업과 경제계는 좌불안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은 윤영석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서도 문 대통령 발언을 겨냥 "스튜어드십 코드의 도입 취지는 무색해지고 오히려 정치적 외풍에 휩싸일 수 있다"며 "연금공단 이사장에 전직 여당의원이 낙하산으로 선임됐고, 최근 청와대가 635조에 달하는 연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인선에 개입해 코드 인사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국민의 집사가 아니라 정권의 집사가 될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정책부대표(사진=연합뉴스)

바른미래당에선 채이배 의원이 이날 원내정책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통령의 입에서 '재벌개혁'이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은 것은 조금 실망스럽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일단 반기면서도,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상장공공기관의 낙하산 임원 선임에 대해 국민연금은 반드시 반대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견제했다.

채이배 의원은 "국민연금이 정부 입김으로부터 독립돼 있음을 증명하지 않는다면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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