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대기업 대주주 중대 탈법·위법에 '스튜어드십코드' 적극행사"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스튜어드십코드, 연금사회주의로 이어질 수 있다"…비판
경영계도 반발…경총 손경식 회장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원칙 분명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기업 대주주가 중대한 탈법·위법을 했을 경우, 국민연금을 통해 정부가 기업 경영에 개입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를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정치권과 산업계에서는 현 정부가 국민의 노후가 걸린 국민연금을 이용해 본격적으로 '연금사회주의' 노선을 강화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23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공정경제 추진전략 회의에서 "앞으로도 정부는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위법에 대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를 적극적으로 행사해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하게 이행하겠다"며 "정부는 대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를 위해 지속해서 소유지배 구조를 개선해왔고 혁신도 포용(국가)도 모두 공정경제가 뒷받침돼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업 소유지배 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 상생 협력을 위한 유통산업발전법과 상생협력법, 갑을 문제 해소를 위한 가맹사업법과 대리점법, 소비자 보호를 위한 집단소송법과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제·개정법안 등 공정경제를 위해 시급한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라며 "우리 사회에서 갑과 을이라는 말이 아예 사라지도록 더욱 노력해달라"고 덧붙였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은 연금사회주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중진 연석회의에서 "스튜어드십코드 행사는 주주권 행사가 아니라 연금사회주의로 흐르는 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나 원내대표는 "(국민연금을 통한 기업의 경영개입은) 반(反)기업 정서를 이용해 급진적 이념을 추진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을 통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기업에 대해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한 것을 두고 경영계는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손경식 회장은 지난 22일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대한항공과 한진칼을 넘어) 다른 기업까지 확대될까 걱정스럽다"며 "주주권 행사의 원칙이 분명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가 민간기업의 경영을 정부가 좌지우지하는 '연금사회주의'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민간기업의 경영에 개입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은 추후에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이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당연직 위원 4명 역시 주요 부처 차관이다. 정부 의지가 국민연금의 뜻이 되는 구조인 것이다. 이처럼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한계가 있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에 대한 독립성과 책임성을 어떻게 강화할지에 대한 논의도 현재 없다.   

전문가들은 공권력을 동원해 특정 기업을 궁지에 몰아넣거나 위기에서 구해주는 일이 가능해지면 시장의 기능은 사라지고 기업들이 국민연금을 차지한 정치 권력에 아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고 우려의 목소리는 내놓는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기업인이 여론재판에서 유죄를 받았다는 이유로 경영권을 정부에 빼앗기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실제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등 오너 일가에 대한 사회적 평판이 좋지 않다는 이유를 활용해 국민연금은 조 회장 일가의 사내이사 연임 반대, 신규 이사진 선임 등을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스튜어드십코드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가가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steward)가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 참여해 주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위탁받은 자금의 주인인 국민이나 고객에게 보고하는 행동지침이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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