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어스'서 확인 가능…"안성시가 인공기 품고 있다" 자유대한호국단 카드뉴스로 확산
인공기 붉은 별 닮은 문양 2015년 하반기 보도블록 교체공사 이후 생겨
담당 주무관 "광장 너무 밋밋해서 포인트 주려고 넣었다…이런 민원 처음이다"
안성시 측 "하도 전화 많이와서 민원 빨리 처리할 것…직경 14m 원 안 보도블록 교체"
경기도 안성시에 '북한 인공기를 닮은 형상의 광장이 있다'는 논란이 확산되자, 안성시 측이 관련 민원에 진땀을 빼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 입장에선 6.25 전범(戰犯) 집단의 상징을 쏙 빼닮은 문양이 공공시설로 형상화한 데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관련 민원 제기자들에 '극우 프레임 씌우기'를 하려는 시도도 관측되지만, 안성시는 논란 불식 차원에서 광장 설계 변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근 며칠 새 '북한 인공기를 본뜬 내혜홀 광장의 모양을 당장 바꿔야 한다'는 항의 전화가 안성시에 빗발쳤다.
민원 내용은 구글의 위성사진 제공사이트 '구글 어스(Google Eearth)'를 통해 살펴봤을 때, 경기 안성시 석정동에 위치한 내혜홀 광장이 인공기에 그려진 '원 속의 붉은 별' 모양을 그대로 닮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구글 어스로 '내혜홀 초등학교'를 검색해 인근 지역을 들여다 본 결과 인공기 모양을 닮은 내혜홀 광장 모습이 펜앤드마이크(PenN) 취재로도 확인됐다.
위성사진을 보면 원 안의 별 모양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별 안쪽과 광장 테두리 안쪽은 다소 선명한 붉은 색깔로 관측된다. 바깥쪽은 인공기 청색과 같이 어두운 톤으로 조성돼 있다.
광장 바닥 별 모양 무늬의 실재(實在) 여부는 '네이버 거리뷰' 기능이나 안성시 블로그 사진을 통해서 보다 가까운 시점 기준으로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 거리뷰에 내혜홀 광장 사진은 2017년 7월자로 등록된 것으로 표시돼 있다.
이에 관한 항의전화가 빗발친 계기는 우파성향 시민단체 '자유대한호국단'이 "경기도 안성시가 인공기를 품고 있다"는 내용의 온라인 카드뉴스를 배포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게시물에는 "시민들이 휴식을 즐기고 각종 행사도 열리는 공간인데, 인공기 모양의 시민광장이 웬 말입니까! 여기가 북한입니까?"라는 비판이 적혀 있다. 또한 담당 공무원을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안성시 산림녹지과 전화번호도 기재돼 있다.
연합뉴스는 안성시가 "2015년 10월 공원 보도블록 교체 공사 때 장식으로 넣은 문양일 뿐 북한과의 연계성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광장을 감싸고 있는 청록색은 시민들이 걷거나 달릴 수 있는 아스콘 트랙으로, 광장이 조성될 때부터 있었다고 한다.
보도블록 교체 공사를 담당한 주무관은 "광장은 넓은데 너무 밋밋해서 포인트를 주기 위해 별 모양을 넣은 것"이라며 "(북한과의 연관성은) 생각도 못 했다", "공사를 마치고 이런 민원이 들어온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성시는 앞서 2004년 사업비 약 81억원을 들여 7784㎡ 규모로 내혜홀 광장을 조성했다. 이후 광장 보도블록 훼손 등 이유로 2015년 보도블록 전체를 교체하는 보수공사를 진행했는데, 공교롭게도 인공기를 닮은 문양이 자리잡은 것이다.
안성시는 공사가 끝난 지 3년도 지난 지금 이러한 민원이 제기돼 당황스럽다면서도,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광장 설계 변경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안성시 관계자는 "하도 전화가 많이 와서 가능하면 빨리 민원을 처리하려고 한다"며 "별 문양이 그려진 직경 14ｍ 원안에 보도블록이 대략 7000장 들어가는데, 400만원 상당의 예산이 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한편 보수 공사가 진행될 당시 안성시장은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소속 황은성 시장이었다. 그는 2010년 7월부터 2018년 6월까지 민선 5·6기 안성시장을 지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