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소송에서 판단 받기도 전에 부패기업 낙인찍으면 안돼"
삼성바이오 "인용 결정돼 다행...본안 소송에서 회계처리 정당성 입증 할 것"
증선위 "법원 결정은 다툼의 여지 있다는 것 의미하는 수준"

 

법원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내린 분식회계 제재 효력을 멈춰 달라는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제제로 인한 기업 손실이 막대할 수 있고, 고의 분식회계로 단정짓기 어렵다는 이유다. 향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기한 행정소송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박성규)는 22일 삼성바이오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를 인용했다. 이에 따라 증선위의 제재는 삼성바이오가 제기한 행정 소송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효력이 중단된다. 

앞서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자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처리 기준을 바꾸는 과정에서 4조 5000억원 정도의 고의적인 회계부정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를 근거로 증서위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과 담당 임원 해임 권고, 감사인 지정 3년, 재무제표 재작성, 과징금 80억원 등의 제재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는 “모든 회계처리를 기준에 따라 적법하게 했다”며 증선위 결정에 불복하는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아울러 법원 판단이 나올 때까지 시정 요구나 과징금 부과 등의 행정처분 효력을 멈춰달라며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재판부는 “증선위의 처분으로 삼성바이오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함을 인정할 수 있다”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성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고의 회계 부정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는 상황에서 삼성바이오에 당장 제재를 가한다면 회복 불가능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이 삼성바이오 측의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증선위 제재는 삼성바이오가 제기한 행정 소송의 결과가 나온 이후 30일이 되는 날까지 효력이 중단된다.

재판부는 “본안 소송에서 판단을 받기도 전에 특정 주주나 삼성바이오의 이익을 위해 4조원이 넘는 규모의 분식 회계를 한 부패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혀 기업 이미지와 신용, 명예가 심각히 훼손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표이사 해임 처분에 대해서도 “대체 전문경영인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해임이 이뤄지면 심각한 경영 공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증선위의 제재 효력을 정지하는 것이 사회정의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증선위의 제재는 삼성바이오의 회계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본안 판결로 적법성이 판명된 이후 제재를 하더라도 그 효과는 충분히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인용이 결정돼 다행”이라며 “본안 소송에서도 회계처리의 정당성이 입증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증선위는 이번 법원 결정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향후 본안소송에서는 고의 분식회계를 입증해내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증선위 관계자는 "이번 법원 결정은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수준"이라며 "본안소송을 열심히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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