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영 사장이 해임되고 이인호 이사장이 사퇴하면서, 민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KBS새노조)는 24일 파업을 끝내고 업무에 복귀했다. <우리가 이겼다!>라는 성명을 발표하며 환영했지만, 복귀 후에도 이른바 적폐청산과 투쟁을 여전히 지속할 것이라는 의지를 내비쳤다.
 

언론노조 KBS본부, [파업승리 특보] "우리가 이겼다!"(이미지 캡처)

KBS새노조는 이른바 ‘공영방송’을 표방하며, 주요 업무 직군별로 ‘비상대책위원회’라는 독자적인 의사 결정 기구를 만들어 방송 제작과 인사, 신규 사업, 뉴스 등 방송사 경영의 전 분야에 사실상 개입하겠다고 나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KBS새노조는 경영 구역에서 “지난 10년의 기간에서 청산하고 책임을 규명해야 할 적폐 과제를 선정하고 이를 면밀히 조사할 TF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독자적인 뉴스혁신 T/F를 구성해 1월 말까지 1차 보고서를 작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는 뉴스 포맷과 아이템 선정 시스템, 특파원 선발시스템 등에 대해 담길 것이라고 알려졌다. 특파원 발령에 대해서는 ‘방송장악 부역 세력에 ‘줄을 잘 선’ 자들의 충성의 대가’로 평가하며, 구성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비뚤어진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약 2200명으로 알려진 KBS언론노조 조합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지침은 회사 측 부당한 인사 발령이나 업무 재배치가 있을 경우 비대위에 신고하도록 했다.

일부 비대위는 별도 행동 지침까지 만들어 고대영 전(前) 사장 체제에서 임명된 주요 경영진과 간부들인 이른바 '적폐 간부'들의 업무 지시를 전면 거부하고, 부당한 지시에 대해서는 즉각 신고하도록 했다고 알려졌다.

KBS 내부 통신망에는 교양 PD와 경영직 등 주요 직군별 행동 지침 발표가 잇따랐다. 시사교양 PD 직군은 비대위를 자체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파업 종료 후 프로그램 재개 시기도 비대위원과 협의토록 했고, 제작 중인 프로그램 이외 신규 특집이나 기획 프로그램 제작에 응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방송 제작이 꼭 필요한 경우에도 비대위 결정에 따르도록 했다.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언론장악 적폐 청산을 위한 부역자 명단’을 3차례 발표하며 ‘언론 적폐 세력’을 규정해왔다. 지난해 6월 언론노조가 첨부한 부역자 명단의 3번째 리스트 파일명은 ‘Trash(쓰레기) mediaworker 3rd list’이다.
 

'언론장악 적폐 청산을 위한 부역자 3차 명단'(이미지 캡처)
'언론장악 적폐 청산을 위한 부역자 3차 명단'(이미지 캡처)

이에 따라 특정 인물들과 연관된 인원들마저 소위 ‘적폐’ 딱지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터져나온다. 또한 방송계 내부에서는 자신들이 규정한 적폐 인원들을 완전히 매장시키고 노조원들이 ‘최고 의결기구’ 역할을 하는 것이 ‘공영 방송’의 완전체냐는 비판도 나왔다.

한편, KBS 사측은 업무 복귀 이후 회사 지시를 따르지 않는 직원들에 대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엄정하게 적용할 방침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KBS 고위 관계자는 "일부 직종에서 비대위를 최종 의결기구라고 하는 것은 간부들 지시를 받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노조가 회사의 의사 결정 시스템을 완전히 무시하겠다는 뜻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월권행위"라고 말했다.

KBS 사측은 이날 오후 내부 통신망을 통해 "파업·태업·제작거부 등 정상적 업무 운영을 저해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선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KBS 관계자는 "자신들이 사장을 몰아냈다는 인식이 강해 마치 혁명군인 양 더 많은 것을 가져가려 행동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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