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경찰서에서 총기만 실었지 실탄을 싣지 않았고, 총기 모두를 다른 데모대원들에게 빼앗겨 총을 쏘지 않아
트럭을 후진으로 몰아 철문을 들이받아 부순 다음 M1소총 탈취

[편집자 주] 이 자료는 1980년 5월 광주 일원에서 시민들이 파출소와 예비군 무기고를 습격하여 총기를 탈취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임채문 씨는 나주에서 트럭을 타고 해남경찰서로 이동, 트럭으로 무기고 철문을 들이받아 부순 다음 M1 소총을 탈취했다. 그는 탈취한 총기를 시민들에게 나눠준 후 집으로 귀가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1980년 광주사태 당시 시내에서 시민 학생과 대치하고 있는 계엄군. 시민 학생들은 공수부대의 가혹한 진압에 맞서기 위해 예비군이나 경찰서 무기고를 습격하여 무기를 탈취하여 무장했다(진 연합뉴스 제공).
1980년 광주사태 당시 시내에서 시민 학생과 대치하고 있는 계엄군. 시민 학생들은 공수부대의 가혹한 진압에 맞서기 위해 예비군이나 경찰서 무기고를 습격하여 무기를 탈취하여 무장했다(진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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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임채문 신문조서(제3회·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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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으로 무기고 철문 들이받아

문) 피의자는 해남경찰서에서 조사받은 내용이 사실인가요.
답) 예, 사실입니다.
문) 피의자는 데모에 가담하게 된 동기를 말하시오.
답) 저는 1980년 5월 22일 저의 둘째형 임채호(당시 23세)가 5월 21일 12시경 집을 나갔는데 데모 차를 타고 광주에 가 있다는 소문이 들려와 광주를 가고 싶었습니다. 그날(22일) 13시경 나주 버스정류소에서 데모대들을 구경하고 있는데 마침 형 친구인 박창남이 2.5t 타이탄(트럭-편집자 주)을 타고 오기에 세워 어디 가느냐고 물었더니 광주에 간다고 해 형을 만나기 위해 그 차 적재함에 타게 되어 데모에 가담했습니다.
문) 피의자가 승차했던 차량에는 누가 타고 있었나요.
답) 어디서 구입한 차인지는 모르나, 감색 2.5t 타이탄이며 번호 소속은 모르겠고, 차에 탔던 사람들은 평소 알고 지내는 이웃집에 사는 주 씨, 8t 트럭 운전사 김대원이 그 차 운전을 했고 그 옆에 박창남(형 친구)과 25세 가량 되어 보인 성명불상의 세 사람이 타고 있었습니다. 적재함에는 5명이 타고 있었는데 25세 가량으로 보이는 낯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문) 피의자는 그 차를 타고 어디로 갔나요.
답) 저는 처음에 광주로 갈 줄 알았습니다. 호남비료공장을 지나가는데 철로 건널목 공사장 부근 논두렁에 군 지프차가 넘어져 있어 모두 차에서 내려 그 차를 일으켜 세우려 했으나 움직이지 않아 다시 그 차에 올라타고, 그날(22일) 15시경 나주군 왕곡면 양산리 양산단위조합창고를 지날 때 그 창고 뒤에 대한통운 소속 12t 빨간색(트럭-편집자 주)이 4대가 세워져 있어 그곳으로 가서 타고 온 2.5t 차를 두고 대한통운 차로 옮겨 타게 되었습니다.
김대원이 운전대를 잡고, 박창남이 않고 김대원의 친구라는 성명 불상인 2명과 저와 합하여 5명이 앞에 탔으며, 화물 적재함에는 처음에 탔던 사람 외 그곳에서 승차한 사람(성명불상)을 합하여 15명 가량이 타게 되었습니다.
문) 피의자들은 그 차를 타고 어디로 갔나요.
답) 그 차는 김대원이 운전하고 해남을 향해 가던 중, 영암정류소 삼거리에서 버스 및 트럭 등 3대와 만나서 우리가 탄 차도 그 차들을 따라 군부대까지 갔었으나 그곳에는 보스, 트럭 등 20여 대가 세워져 있어 더 이상 가지 못하고 되돌아 나와 버렸습니다.
문) 군부대에는 무엇 하러 갔던가요,
답) 앞에 앉아 운전을 하는 김대원과 성명불상 대원의 친구 2명이 군부대에 가면 무기가 있으니 데모대 차량을 따라 군부대로 가자고 했으며, 그곳에 가서도 그냥 돌아나와버렸습니다.
문) 그 후 어디로 갔나요.
답) 군부대에서 돌아나와 해남경찰서 무기고로 가서 그곳 무기고를 부수고 무기를 탈취했습니다.
문) 피의자들이 무기고를 파괴하고 무기를 탈취한 상황을 진술하시오.
답) 처음 경찰서에 들어갈 때 차가 앞(직진)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후진으로 들어갔습니다. 운전을 하는 김대원만 운전대를 잡고 모두 내려 차가 후진하는데, 방향을 보아주면 “오라잇” 하자 그 차가 처음 적재함 후미로 무기고 철문을 들이받자 그냥 부서져 버리고, 두 번째 그 옆에 있는 철문을 받았더니 각 1회에 철문이 부서져 버렸습니다. 그때 동시에 “우와” 몰려들어가 진열되어 있는 총을 가지고 나와 타고 온 차에 실었습니다.

M1 소총 탈취하자 다른 데모대원들이 가져가

문) 해남경찰서에서는 무슨 총기를 몇 정이나 탈취했나요.
답) 총은 M1총이며 몇 정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문) 당시 탈취한 총기는 어떻게 했나요.
답) 저희 차에 총기를 싣고 정문을 빠져나오는데 다른 데모대원들이 몰려와 모두 가져가 버렸습니다.
문) 피고인들은 총기를 휴대하고 다니면서 총을 쏜 사실이 있나요.
답) 저의 차에 탔던 김대원의 친구라는 사람은 처음 제가 정류소에서 승치할 때 보니까 M1총과 실탄을 가지고 타고 있으나 쏘지 않았고, 해남경찰서에서도 총기만 실었지 실탄을 싣지 않았고 총기 모두를 다른 데모대원들에게 빼앗겨 총을 쏘지 않았습니다.
문) 김대원의 친구라는 2명의 인상착의를 말하시오.
답) 1명은 뚱뚱한 편이고 짧은 머리에 하이칼라를 했고, 1명은 약간 부족한 듯 야위고 장발을 했는데 김대원과는 너나 나냐 하고 다정하게 얘기했으며 그 외는 모릅니다.
문) 피고인의 형인 임채포는 어디로 가 있었나요.
답) 데모가 끝나고 23일에 만났으나 그 후 집을 나라고 만나지 못했습니다.
문) 피의자는 해남경찰서를 습격 피탈한 총기를 다른 데모대원에게 주고 그 후 어떻게 했나요.
답) 해남에서 영암 방면으로 오다 타고 온 차 바퀴가 펑크가 나서 광주고속(번호불상) 데모대 차로 옮겨 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문) 피고인은 22일 데모가담 전후에는 어떤 일을 했나요.
답) 제가 데모에 가담한 22일 날 전에는 부모님의 권고로 집에서 지냈고, 후에는 집에 박혀 있었습니다.
문) 이상 진술한 내용이 사실인가요.
답) 사실입니다.
문) 더 할 말이 있나요.
답) 없습니다.(끝)

김용삼 대기자 dragon0033@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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