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기자회견 "경제불평등 가장 극심" 거짓말의 진짜 원인은 무엇인가?
자유민주주의, 시장 경제는 진실의 토대 위에서 성취된 것.
거짓말 문화, 가짜 뉴스를 공동 노력으로 퇴치해야

이민웅 한양대 명예교수

거짓말은 인류 역사상 모든 사회에서 언제나 존재해 왔고, 앞으로도 언제나 존재할 것이다. 가짜 뉴스도 마찬가지다. 뉴스라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장르가 만들어진 이후 가짜 뉴스는 언제나 뉴스와 함께 존재해 왔다. 그런데도 왜 거짓말과 가짜 뉴스가 최근 2~3년 사이에 그토록 널리 확산되고 전 세계가 그 퇴치법에 골머리를 앓게 되었는가?

크게 3가지 이유가 널리 지적되고 있다. 대통령을 비롯한 사회의 지배 엘리트와 그들이 움직이는 제도 대한 불신이 첫 번째로 꼽힌다. 그들의 거짓말 비리 부패 이기적 진영논리가 그런 불신을 만들었다. 두 번째는 사회 윤리 의식의 감퇴다. 정직한 사람이 오히려 손해를 보고, 거짓말 잘하는 자가 보상을 받게 하는 제도의 운용이 시민의 윤리 의식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 세 번째는 디지털 인프라의 확산이다. 특히 한국처럼 초고속 인터넷이 잘 확충된 사회는 전통 언론이 문제를 다루기도 전에 거짓말과 거기에 기초한 엉터리 의견이 순식간에 확산되어 여론 시장을 선점한다.

불신의 가장 중요한 원인인 사회 지도층의 거짓말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보자.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 회견을 한지 벌써 열흘이 더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대통령의 거짓말에 대한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여러 가지 거짓말을 했지만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가 “경제적 불평등이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나라”라고 아주 뻔한 거짓말을 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참말로 괴이하다. 단박에 들통 날 거짓말을 대통령이 왜 했을까? 국민은 아직 그 진짜 이유를 잘 모르고 있다.

그나마 지금까지 도하 각 언론이 가장 많이 지적한 두 가지 원인을 먼저 살펴보자. 첫째는 청와대 참모 책임론이다. 참모들이 무식하여 잘못된 자료를 챙겨주어 결과적으로 대통령을 등신으로 만들었다는 논리다. 과연 그럴까? 그 어벙한 참모들을 누가 기용하고 발탁했는가? 대통령 아닌가? 참모 책임론이 맞는다면, 그런 중대 실수를 저질렀는데도 왜 그들에 대한 문책이나 경고가 아직까지 없는가? 잘 납득이 가지 않는 지적이다.

두 번째 원인은 참모들이 제대로 적어주었는데 대통령이 잘못 읽었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책임은 당연히 잘못 읽은 대통령에게 있다. 그래서 조용한가?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아무리 경제 비전문가인 대통령이라 해도 잘못 읽었다면 금방 무언가 이상하다는 의심이 들어 바로 수정했을 것이다. 청와대는 이런 합리적 의문에도 아직 해명이 없다.

사실, 대통령의 ‘경제적 불평등’에 관한 거짓말은 작년 11월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했다. “한국은 발전된 나라들 가운데”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똑같은 거짓말을 한 적이 있다. 이미 확인된 바 있지만 어떤 전제와 조건을 달아도 대한민국은 “경제적 불평등이 세계에서 가장 심한 나라”가 아니다. 오히려 몇몇 선진국보다 더 좋은 상태에 있다. 극히 일부에서 조심스럽게 지적하고 있지만 혹시 현실에 대한 대통령의 지각 인지 분별 판단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다시 글의 처음으로 돌아가자. 진실과 진실 보도가 왜 그토록 중요한가? 사실, 르네상스 이후 근-현대문명은 객관적 사실과 진실의 토대 위해 이룩된 것이다. 특히 진실은 반복적인 실험 연구와 증거에 대한 검증 및 확인, 그리고 그 결과를 놓고 합리적이며 지적인 토론을 거쳐 접근할 수 있다는 믿음 위에 세워졌다(McNair, 2018). 마찬가지로 자유 민주주의도 진실의 토대 위에서 성장했다. 진실을 포기하는 것은 자유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것이다. 만약 아무 것도 진실하지 않다면 어느 누구도 독재 권력을 비판할 수 없고 독재 권력으로부터 자유 민주주의를 방어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그렇게 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Snyder, 2017).

끝으로 시장 경제도 후쿠야마의 지적처럼 신뢰의 토대 위에 구축된 것이다. 신뢰는 거래의 신용이 쌓여서 형성되고, 신용은 정직하고 진실한 말과 행동을 통해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다. 해서 우리는 앞으로도 인류가 수백 년에 걸쳐 이룩한 인간 중심의 문명, 자유 민주주의, 시장 경제를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기기 위해서는 탈진실 시대의 거짓말 문화와 가짜 뉴스를 하루라도 빨리 퇴치해야 한다.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옳은가?

세계 각국의 대처 방안을 살펴보면 대체로 5가지 방안이 동시에 제시되고 있다. 1) 정부의 역할, 2) 언론 기관의 역할, 3) 확산의 책임이 있는 포털 SM 등 플랫폼의 역할, 4) 팩트를 체크하고 경고하는 시민사회와 대학교의 역할, 그리고 5) 가짜 뉴스의 최종 이용자인 시민의 역할이다. 많은 양식 있는 전문가들은 위에서 지적한 다섯 주체가 협동 작업을 하지 않으면 탈진실 시대를 결코 쉽게 벗어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글 길이의 제한 때문에 각 항목의 핵심 포인트만 지적할 것이다.

첫째, 정부 또는 국가의 역할에 관해서는 적어도 자유 민주주의를 한다는 나라치고 법과 규정으로 가짜 뉴스를 다스리겠다고 시도하는 나라는 아직까지 없다는 걸 먼저 지적해 둔다. 증오 발언이나 폭력을 선동하는 발언에 대한 법적 조치를 가짜 뉴스에 대한 조치로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의 거짓말에서 알 수 있듯 대통령과 고위 관리, 국회의원 등 사회 지도층 인사가 오히려 중요한 가짜 뉴스를 더 많이 만들어내는 장본인들이다. 이들에게 가짜 뉴스를 판별하는 기준을 만들게 하고 처벌하는 권한을 위임하는 것은 언론 검열(censorship)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양식 있는 전문가들은 날카롭게 비판한다(D’ancona, 2017). 그런데도 우리 대통령과 국무총리는 가짜 뉴스에 단호하게 대처하라고 한다. 그건 자신들을 단호하게 처단하라는 소리인데 한 번 두고 볼 일이다. 오히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정직을 장려하고 거짓을 억제하는 사회적 기풍을 조성하는 것이다.

둘째, 사실, 요즘 전 세계 전통 언론은 여러 곳으로부터 다중적 공격을 받아 만신창이다. 이용자가 줄어드니 광고를 포털과 SM에게 빼앗겨 먹고살기가 어려워지고, 클릭 수를 올리기 위해 뉴스를 선정적으로 처리하니 신뢰를 잃고, 신뢰가 떨어지니 사회적 영향력과 지도력도 약화되었다. 특히 한국 저널리즘의 위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진실 보도, 불공정 보도에 관한 것만이 아니다. 진짜 위기는 ▲ 진지한 저널리즘의 양과 질이 모두 크게 떨어지는 위기, ▲ 과연 이런 저널리즘이 필요한가 하는 저널리즘의 가치와 필요성에 관한 위기, ▲ 한국 언론인의 통탄스러운 사명감 위기(저희들의 임무가 뭔지도 잘 모르는 것 같음), ▲언론인의 사기 저하 위기(직업인으로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 ▲ 한국의 지식 시장에서 2~3류 인간들로 구성된 한국 언론인의 사회적 지도력의 위기이다.

이러한 위기들은 크게 두 가지 요인, 즉 디지털 시대가 가져다 준 ‘광란의 경쟁’에서 빚어지는 ‘경영의 위기’와 살아남기 위해 선정주의 아니면 기관지 저널리즘으로 전락하는 저널리즘 내용과 관련된 ‘신뢰의 위기’로부터 나온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한 원로 저널리즘 학자는 사실과 오락과 광고와 허구와 조작 정보 사이의 경계가 날로 흐려지고 있는 탈진실 시대에 그 어느 때보다도 전문직(professional) 저널리즘은 더 중요하다면서, 다만 그 조건으로는 정치적 진영 논리와 상업적 영리보다는 저널리즘의 규범에 강하게 헌신하는 저널리즘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Schudson, 2018).

셋째,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정보 문지기는 지금 그들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정보 확산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가짜 뉴스 퇴치에 힘을 보태야 한다.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로 평판이 있는 언론기관과 공동 작업을 하는 것이 좋다는 권고가 자주 나온다. 구글도 최근 알고리즘을 이용한 ‘자동 뉴스 체크 시스템’을 시험 가동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 네이버가 어떤 언론 기관과 협력할지 거의 이념적 내전 상태에 있는 한국 언론의 진영 논리에 비추어 난감할 것이다.

넷째, 미디어 이용자 입장에서 쉽게 접근하여 습득한 정보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Fact-Check 기구의 존재는 참으로 중요하다. 최근 영국의 팩트 체크 기구인 ‘Full Fact’가 발표한 의도적 가짜(false) 뉴스를 찾는 요령을 간략하게 4가지를 제시했는데 일반인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본다. 1) 제목을 의심하라, 2) 뉴스의 정보원을 조사하라, 3) 날짜를 확인하라, 4) 증거를 체크하라(D’ancona, 2017).

이와 함께 대학의 미디어 정보 해득력(media or information literacy) 교육도 중요하다. 진실 보도가 단순히 사실을 확인해 주는 보도를 넘어 사실의 의미를 바르게 파악하는 보도라는 개념적 의미에 비추어, 대학교의 정보 해득력 교육은 정보를 맥락 속에서 그 의미를 분석하고 종합하는 교육이 포함되어야 함은 너무도 당연하다. 여기서 맥락이라 함은 사실들이 발생한 시간적 상황적 과정과 사실들 사이의 상관 내지 인과 관계를 말한다.

끝으로 가짜 뉴스 퇴치와 관련해 많은 전문가들이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 미디어 정보의 최종 이용자인 우리들, 다시 말해 시민의 임무와 책임이다. 현대 자유 민주주의의 3대 요체는 자치와 법치와 협치로 정리할 수 있다. 시민의 입장에서 볼 때 자치가 가장 중요하다. 자치는 법치와 협치로 가는 출발점이다. 참말로 자유 민주주의는 쉽지 않은 제도다. 그 중에서도 자치 능력의 함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바로 정보의 사실 여부를 판별하고 그 의미를 바르게 파악하는 능력이다. 이것이 함양되지 않으면 나쁜 시위에 동원되고, 나쁜 투표를 하게 되고, 게으른 2~3류 좌파 언론과 기관지 공영방송의 선전 선동에 당하고 만다.

이제 우리는 탈진실과 정면으로 투쟁해야 한다. 투쟁이라고 하니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심리학자 레비틴은 우리가 날마다 행하는 정보 찾기 검색과 조사는 이제 스마트폰으로 수 초 만에 가능하게 되어 도서관에 가는 시간, 방대한 자료를 뒤지고, 두꺼운 책갈피를 넘기는 데 들었던 엄청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그는 이제 정보를 찾는데 절약되는 시간을 찾은 정보를 검증하는데 좀 할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Levitin, 2016). 참말로 귀담아 들을 가치가 있는 권유다. 미심적은 정보를 Fact-Check 사이트나 관련 정보의 전문 사이트를 이용하여 정보를 검증해 보자. 쉬운 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이민웅 객원 칼럼니스트(한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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