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9600억원인데 '1조원 못 넘는다' 버텨온 文정부…靑 "해리스 발언, 확인해 줄 수 없다"고만
일각에선 "2차 美北정상회담 협상 지렛대로 한미동맹 이슈 이용될수도" 우려 고조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작년말 청와대를 찾아가, 주한미군 주둔의 법적 근거인 한미상호방위조약(1953)까지 거론하면서 제10차 한미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의 조속한 타결을 요구했다고 동아일보가 22일 보도했다.

문재인 정부의 사실상 '방위비 증액 무조건 거부'로 SMA 연내 타결에 실패하자, 미국 대사가 이례적으로 직접 압박수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2월말 2차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한미동맹 이슈를 협상 레버리지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한층 깊어질 전망이다.

(왼쪽부터)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사진=연합뉴스)

동아일보는 이날 익명의 외교 소식통이 "지난해 12월 말 해리스 대사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의 비공개 협의에서 매우 이례적으로 한미상호방위조약까지 언급하며 분담금을 더 내라고 압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당시 해리스 대사는 "(한국이 분담금을 더 내지 않으면)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다른 방식으로 이행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까지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리스 대사가 정의용 안보실장을 만난 시점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4~25일 연이어 "우리(미국)가 불이익을 당하면서 부자나라들에 보조금을 지급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직후다.

미대사관 측은 해리스 대사 발언의 진위여부에 대해 "비공개 외교적 협의 내용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이 신문에 말했다.

동아일보는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를 제안하면서 주한미군 규모 감축이나 연합훈련 폐지 또는 축소라는 '상응 조치'를 요구하고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한국의 지난해 분담금은 약 9602억원이었다. 이를 기초로 한미는 올해부터 적용될 분담금 협정을 놓고 지난해 10차례 협상했지만 연내 타결에 실패했다. 가장 큰 이견을 보이고 있는 부분은 분담금 '총액' 인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와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미국은 당초 16억달러(약 1조8017억 원)를 제시한 뒤 문재인 정부 측이 반발하자 1조3000억 원 수준으로 낮췄다. 

그러나 문 정부가 '1조 원을 넘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사실상 증액 자체를 거부하자, 미국은 지난해 12월 11일부터 사흘간 열린 10차 협의에서 다시 요구액을 높이고 협정 유효기간을 현행 5년에서 1년으로 줄이자고 제안해 협상이 결렬됐다.

한편 이번 보도에 대해 청와대는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만 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2일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방위비 분담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고 있으나,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그 내용을 확인해 드릴 수 없다. 양해바란다"고 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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