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평판을 실추시킨 자의 임원 취임을 금지" 요구...사실상 조 회장 겨냥
2대주주 올라선 KCGI, 국민연금 이어 한진 경영권 압박...3월 주총서 '표 대결' 관건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토종 사모펀드(PEF) KCGI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

국민연금에 이어 KCGI까지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위협하고 나서면서 한진그룹은 당장 오는 3월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에 총력을 쏟아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KCGI는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2대 주주다. KCGI는 조 회장 일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동시에 소액주주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나서면서 이번 주총에서 본격적인 표 대결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KCGI는 21일 '한진그룹의 신뢰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회사에 대해 범죄 행위를 저지르거나 회사의 평판을 실추시킨 자의 임원 취임을 금지할 것"을 한진 측에 제안, 사실상 조 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KCGI는 "지배구조가 낙후돼 있고, 위기관리가 소홀해 주주, 채권자, 직원, 국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지배구조위원회'의 설치를 요구하고, 총 6명의 위원 중 2명을 KCGI가 추천한 이사로 앉힐 것을 요구했다. 나머지 4명은 경영진 추천 1명, 외부 전문가 3명으로 구성하도록 제안했다. 또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보상위원회를 설치해 임직원에게 합리적인 평가와 보상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진그룹의 사업구조 개편도 요구했다. KCGI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칼호텔네트워크, LA윌셔그랜드호텔, 와이키키리조트, 송현동 호텔 부지 등 만성 적자, 노후화, 개발 중단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사업을 정리할 것을 주문했다.

또 오너 일가의 '땅콩 회항', '물컵 갑질' 사건 등으로 실추된 사회적 신뢰를 회복할 방안으로 그룹 내 일반 직원으로 구성된 상설 협의체를 조직하고, 사회책임경영 모범 규준을 채택·이행할 것을 주문했다.

KCGI는 지난해 말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2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영향력을 강화했다.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KCGI는 지난해 말 한진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한진칼 2대 주주에 오른 뒤 추가 지분 매입으로 지분율을 10.81%까지 늘렸다.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하면 조 회장 일가의 지분은 28.93%로 여전히 최대 주주이지만, 한진칼 3대 주주인 국민연금(지분율 7.34%)이 KCGI에 힘을 실어줄 경우 지분율은 약 10% 차이가 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다음 달 초 회의를 열고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주총에서 이사 선임·해임과 같은 주주권을 행사할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조 회장에 대한 해임안이 통과되려면 주총 참석주주 3분의 2 이상과 총 주식의 3분의 1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보니, 아직까진 가능성이 낮다는 진단이 나온다. 그러나 향후 다른 기관투자자들과 소액주주들의 동참 여부 등에 따라 결과가 얼마든지 뒤바뀔지도 모르는 상황으로, 한진그룹 내부에선 비상이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3월 주총 표 대결에서 조 회장에 대한 해임 또는 연임 반대 안건이 통과될 경우, 기관투자자들이 1대 주주 재벌 오너의 경영권을 박탈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다만 일각에선 KCGI가 무리하게 오너 일가의 경영권을 노리기보단,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고 지분을 파는 전략을 택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