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광위 피감기관에 협업작가들 띄우며 "작품 사라"...통영 땅 사두고 통영 문화재 현안 관여
추용호 소반장 공방 철거 저지 과정서 "사람들 찾는 곳 만들면 집값 올라" 발언 의혹
공방 문화재 지정하려 문화재청 시행규칙까지 고쳐…孫 과거 나전칠기박물관 통영 이전 추진
2016년 6월 본인 관여한 정해조·황삼용 작품 거론, 중앙박물관장에 "근현대 작품들도 사라"
황삼용 장인 "2018년 홀로서기 전까지 작품 판권은 孫에게 있다…월급外 작품비 못받았다"
孫 장인 공모전 신설·국비지원 요구한 뒤…남원·원주 옻칠공예대전서 관련자들 大賞받아
孫 문화재청에 요구→관철된 문화재 개발 공모사업, 3곳 중 목포에 '128억 중 110억' 쏠려

20일 탈당을 선언한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2018년 7월부터 교육위-문화체육관광위 분리) 위원 시절 활동 일부가 '공직자가 공익과 충돌하는 사적 이익을 추구해선 안 된다'는 이익충돌금지(또는 이해충돌방지) 원칙 위배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광위 여당 간사로서 2018년 8월 전남 목포 구(舊)도심이 문화재청에 의해 '사상 최초 면(面)단위 문화재 지정'(現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되는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지정 전후 구역 내 부동산을 주변인 명의로 대거 사들였다는 권력형 투기 의혹은 가장 대표적이다.

손혜원 의원은 목포는 물론 경남 통영에도 토지와 건물을 갖고 있고 있었다. 서울 이태원의 한국나전칠기박물관을 소유하고 있는 그가, 목포에 앞서 통영에 박물관을 이전하려고 한 과정에서 2008년 통영시 당동 해저터널 인근에 매입한 약 660㎡의 주택과 땅, 비슷한 시기 사들인 통영시 문화동 26번지 세병관 등이다. 지역 문화예술사업에 협조하던 진의장 전 통영시장이 2009년 12월부터 검찰에 기소돼 직무정지된 이후 통영으로의 나전칠기박물관 이전은 무산됐다고 한다.

손혜원 의원이 1월20일 국회 정론관에서 더불어민주당 탈당 기자회견을 가졌을 때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왼쪽)가 배석한 모습(사진=연합뉴스)

이후 손 의원은 2015년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체제에서 영입되고, 2016년 4.13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한 뒤 당해 9월 '누구든지 국가 무형문화재의 보전과 전승에 중대한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내용의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2016년 6월 손 의원은 경남 통영의 나전칠기 장인 추용호씨(소반장) 공방을 문화재로 지정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추씨 공방 부지는 통영시 소유로 도로 개설을 위해 철거가 결정된 곳이었으나, 철거를 막으려 한 것이다. 서울 마포구을 초선의원임에도 통영 출생 같은 당 전현희 의원(서울 강남구을·초선)과 함께 통영시를 수차례 찾아가 철거 반대 시위에 동참하고, 김동진 당시 통영시장과 접촉했다.

21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손 의원의 주민 면담 기록엔 "추 장인 공방을 상징물로 그 주변에 공원, 공방 등을 세워 사람들이 찾는 곳으로 만들겠다. 집값도 올라갈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나온다. 추씨는 18일 이 신문과의 통화에서 "통영에 적산가옥을 비롯해 근대 문화유산이 많아 손 의원이 '살러 내려온다'고, '여생을 보낼 것'이라고 누차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통영시 관계자들은 손 의원이 현재 목포와 같은 형태의 나전칠기 단지를 통영에 조성하려 했다고 말했다. 진의장 전전임(前前任) 통영시장은 "(손 의원은) 통영 12공방 부활을 제의하고 통영에다 나전칠기 박물관을 만들어주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2017년 8월 문화재청이 문화재로 등록 예고한 '통영 소반장 공방'. 국가무형문화재 제99호 소반장 보유자인 추용호씨의 공방으로 약 90년 전에 지어졌다.(사진=연합뉴스)
2017년 8월 문화재청이 문화재로 등록 예고한 '통영 소반장 공방'. 국가무형문화재 제99호 소반장 보유자인 추용호씨의 공방으로 약 90년 전에 지어졌다.(사진=연합뉴스)

조선일보는 "추용호 공방이 문화재로 전격 등록된 과정도 석연치 않다"고 짚었다.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손 의원은 2016년 10월 교문위의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건물 짓다 땅에서 유물이 나오면 스톱하지 않느냐. 중요무형문화재인 이분(추씨)이 땅 파다 나오는 기왓장 쪼가리만도 못하냐"고 추궁했다.

손 의원이 이처럼 교문위에서 추씨의 통영 소반장 공방 철거 문제를 언급한 사례만 2016년 6월~2017년 2월 동안 6차례에 달했는데, 문화재청은 결국 2017년 4월 '문화재 소유자'만이 할 수 있었던 문화재 등록 신청을 '문화재청장 직권'으로 할 수 있게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또한 2017년 5월~6월 두차례 열린 문화재청 분과회의에서 추씨 공방에 대한 문화재 보존 가치에 대해 모두 '보류' 결정이 났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결국 7월 추씨 공방은 문화재로 결정됐다는 것이다. 신문은 "행정이라는 게 절차가 있는데 무조건 밀어붙이는 식이었고, 이번 일(목포) 역시 그래서 불씨가 커진 것 같다"는 문화재청 고위관계자의 언급을 보도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보도 캡처

손 의원은 제작 과정에 '자신이 관여한' 공예 작품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구매하라는 취지로 압박을 거듭했으며, 국가 예산을 지원하라고 요구한 지역사회 공모전에서 손 의원과 인연이 있는 작가들이 잇따라 수상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손 의원은 지난 2016년 6월 교문위 업무보고에서 당시 이영훈 국립중앙박물관장에게 자신이 나전칠기박물관을 운영하게 된 계기를 언급하면서 "제가 왜 그 작품들을 사게 됐는지를 보면 나전칠기를 하는 현대 무형문화재들이나 장인들을 만나면서 그분들의 물건을 파는 판로가 없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 박물관이 근대나 현대의 작품들을 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해외 유수 박물관은 1900년 이후 근·현대에 만들어진 작품을 소장 중인 사례가 많은데, 국립중앙박물관은 왜 그러지 않느냐는 취지로 설교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 작품이, 이 작가가 대영박물관 그리고 빅토리아 앤드 알버트 뮤지엄에 전부 다 이분의 작품이 소장됐어요. 68세 되신 선생님"이라고 현대 나전칠기 장인 정해조 배재대 명예교수(74)의 작품을 거론했다. 정해조 명예교수는 옻칠 공예작품이 밀라노 한국공예전 등 유럽 전시에 이어 2013년 5월 런던 대영박물관 소장 결정이 났을 때 68세였다.

손 의원은 또 2014년에 출품된 작품 시리즈를 언급하며 "얼마 전에 필라델피아 뮤지엄에 소장됐고, 그리고 지금 이것이 현재 전시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의 아시안아트 뮤지엄이다. 여기는 고려시대 나전부터 시작해서 한국의 나전칠기 전체가 전시가 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황삼용 작가의 작품 세 작품을 출품했는데, 고려시대의 작품들하고 함께 전시가 되었는데 가장 최고의 인기가 있어서 이 세 작품을 1억1000만원에 소장을 하기로 결정이 됐다"며 "그런데 우리나라 박물관에서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추가 질의를 자청해 "혹시 우리나라에서는 법으로 근현대 것(문화재는) 못 사게 돼 있습니까"라고 이영훈 관장에게 물었다. 이 관장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국립민속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까지 4개 기관이 서로 역할 분담을 하면서 되도록 중복되지 않게 작품을 소장·수집할 필요가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이 관장은 다만 "현대 작품도 당연히 당대에 구입해서 소장해야 된다는 말씀에 저희도 적극 동의한다"고 했는데, 손 의원은 "저는 이 부분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여러분들께 질문했고, 여러분들이 '저와 같은 생각'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회의원이 특정 작품을 거론하며 국립 박물관에 구매를 종용한 건 매우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국회 회의록 일부

게다가 논란된 작품의 판권을 쥔 채로 손 의원이 교문위 피감기관에 구매를 압박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손 의원과 함께 일했던 나전칠기 장인 황삼용씨는 19일 공개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18년 공방을 따로 차리기 전까지) 내 작품 판권은 모두 손 대표님께 있습니다. 계약서 같은 것도 없었고 그냥 주시는 대로 받았습니다"라고 밝혔다.

황씨는 2015년과 2017년 영국의 현대미술 거장 데이미언 허스트에게 작품 4점을 연달아 팔면서 유명해진 작가다. 2017년에 팔린 작품 2점의 가격은 총 1억9000만원으로 알려졌다. 이후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 필라델피아 미술관 등 세계 유수 박물관에서 그의 작품 17점을 사 갔다. 청와대 사랑채에서도 그의 작품이 전시된 바 있다. 

이런 황씨를 2013년에 발굴하고 해외에 그의 작품을 판 이가 손 의원이다. 황씨는 "2014년부터 (총 4년8개월 동안 작품 수십점을 만들며) 손 대표님과 일했고 적게는 200여만원, 많게는 300여만원 월급을 받고 일했다"고 밝혔다. 

그는 손 의원에 대해 "힘들 때 일하게 해주신 분인 건 맞다. 내가 정말 힘들 때 도와준 은인이었고 그 점은 잊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별도의) 작품비를 받은 적은 없다"고 털어놨다. 

황씨는 지난해 3월 손 의원이 불러 다른 장인들과 함께 목포로 내려갔을 때 "목포에 나전칠기 단지를 만들어 장인들이 죽을 때까지 마음 편히 작품을 만들도록 해주겠다. 이곳에 들어와 함께 일하자"는 제의를 거절한 뒤로 일감을 받지 못한데다, 손 의원이 차려줬던 경기 남양주 공방 월세 30만원(당초 손 의원이 부담했다가 국회 입성 후 장인 1인당 부담)을 납부하기도 부담스러워 공방을 나왔다고 한다. 

남양주 공방에는 황씨와 다른 장인 이모씨가 함께 입주했는데, 목포에서 손 의원의 남자 조카 차명거래 의혹이 불거진 게스트하우스 '창성장' 리모델링 과정에서 내벽과 소품들에 옻칠 작업을 한 인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보도 캡처

황씨의 '판권 언급'에 대해 손 의원 측은 "황씨가 작품 전시차 해외도 가고 작가 대접도 받으면서 자기 작품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이 작품은 옻칠작가 따로, 형태를 만드는 작가 따로, 3D 도면을 그리는 작가가 다 따로 있는 프로젝트 작품(총 4명 참여)이었다"며, 손 의원의 역할에 대해선 "기획,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앞서 2013년 5월 정 명예교수 작품에 대해 대영박물관 소장 결정이 된 사례에 관해서도, 한달여 전 언론 보도에서는 '손혜원 예술감독'이 빈번하게 등장했다. 

중앙일보는 공예계 관계자를 인용해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면 그로 인해 작가의 위상이 올라가고 이는 작품값으로도 나타난다"며 "국회의원 신분으로 자신의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말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다만 손 의원이 언급한 작품을 구매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박물관의 한 관계자는 "근현대 작품 구매를 늘려나간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전문가들의 자문 등을 거쳐야 한다. 해당 작품의 구매가 이뤄지진 않았다"고 전했다.

손 의원은 2018년 10월에도 국회에서 나전칠기진흥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박물관 고위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손 의원이 작년 초 나전칠기 관련 책을 한 보따리 싸들고 찾아와서 한 시간 동안 강의하다시피 했다.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문체부 고위 관계자는 "피감 기관으로선 압력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사진=세계일보 보도 캡처

또 최근 문화계에서는 손 의원이 지역 공예공모전에 국비를 지원하도록 한 뒤, 공모전에서 손 의원과 가까운 장인들이 잇따라 수상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데 이들 가운데 황씨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손 의원은 2016년 11월 국회에서 열린 교문위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에서 "6개 도시나 지역에 공모전을 만들어 달라"며 "지금 원주랑 남원 등 공모전이 시행되고 있는 곳에서 우선적으로 하고, 나머지 세 군데 정도는 공모를 받아서 진행하면 좋을 것 같다"고 요구했다. 
 
실제 남원시의 옻칠목공예대전은 2018년 7000만원의 국비 지원이 추가되면서 총 상금비용이 1억2000만원으로 뛰었다고 중앙일보는 보도했다. 당해 제21회 공모전에서는 황씨의 두 작품('혼,혼,혼'-대상 '독도'-입선)이 수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주시의 옻칠공예대전도 2017년 국비 7000만원 지원되면서 상금 규모가 총 1억7000만원으로 늘었으며, 그해 대상 수상자는 장인 모씨로 손 의원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고 중앙일보는 전했다.

사진=SBS 보도화면 캡처

한편 손 의원이 2017년 11월 교문위 소위에서 박영근 문화재청 차장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 '문화재 개발 공모사업' 결과, 2018년 8월 함께 선정(11곳 신청→3곳 선정)된 전북 군산이나 경북 영주에 비해 목포 한곳에 90% 가까운 예산이 배정됐다는 분석도 있다.

목포의 경우 지역 전체를 문화재로 등록하면서 만호동·유달동 일대 600여 가옥이 통째로 문화재가 된 반면, 영주는 '거리'를 중심으로 6개 유적만 문화재로 등록됐고, 군산도 개인 소유 토지 중 문화재로 등록된 건 목포의 20분의 1 수준이라는 것이다. 예산도 목포에 집중됐다. 영주와 군산에는 각각 연 9억원씩 배정된 반면 목포에는 12배에 달하는 연 110억원이 배정됐다. 자유한국당은 "문화재청이 군산과 영주는 '들러리' 취급하고 목포만 챙긴 데 대해 해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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