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코프 일기로 본 북한역사 #14, 북한판 제헌의회의 정당별 의석까지 소련공산당이 결정
스티코프 일기로 본 북한역사 #14, 북한판 제헌의회의 정당별 의석까지 소련공산당이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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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19.01.23 09:50:04
  • 최종수정 2019.01.2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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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군 지도부는 북한의 제헌의회 격인 북조선 인민회의의 수립에서부터 실행계획과 대회진행 및 의사일정, 심지어 정당별 의석 배분 문제, 그리고 의원들의 출신성분별 구성 인원 숫자까지 세세하게 결정하여 이를 지령한 것이다. 만약 대한민국의 제헌의원 선거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미군정이 선거도 실시하기 전에 정당별로 의석을 배분하고, 출신성분별로 인원을 정해놓은 다음, 그에 맞춰 당선자를 결정했다면 그 선거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겠는가?

[편집자 주] 티렌티 포미치 스티코프(Terenti Fomitch Stykov), 1907년 2월 28일부터 1964년 10월 25일까지 살았던 소련의 군인. 전현수 경북대 사학과 교수는 스티코프가 1946년부터 1948년까지 남긴 일기를 발굴해 연구했다. 국사편찬위원회는 스티코프의 일기를 통해 드러난 소련의 '북한 김일성 세우기 프로젝트'를 2004년 12월 30일 책으로 만들어 중요한 한국근현대사 자료를 보충했다. 전 교수의 '스티코프 일기' 연구는 미국과 일본에 집중됐던 해외소재 한국사 자료가 서유럽과 동유럽, 러시아 지역까지 확대됐다는 평가를 받는 연구 업적이다. 소련군 정치장교였던 스티코프가 남긴 일기는 단순히 개인사를 넘어 소련의 한반도 정책과 1945년 해방 직후 남북한의 정치, 경제 상황, 한국전쟁 등을 연구하는데 귀중한 사료적 원천이 되고 있다. 특히 스티코프를 정점으로 하는 북한 주둔 소련군사령부는 북한뿐만 아니라 남한의 사태전개에도 깊게 개입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스티코프의 일기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소련공산당이 38선 이북 지역에 소련을 추종하는 공산 위성정권을 세우는 과정에서 얼마나 적나라하게 개입하여 괴뢰정부를 세웠는지를 입증하는 내용증명이기 때문이다. 스티코프는 일기 형식의 비망록을 통해 소련공산당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란 국호를 정해준 사실, 북한 헌법을 소련공산당과 스탈린이 직접 만들어준 사실, 심지어 북한의 역사를 기술할 때 지침이 되도록 역사책의 목차까지 짜 준 사실, 김일성을 바지 사장으로 내세워 북한정권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내각의 장차관은 물론 우리나라의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최고회의 대의원을 소련공산당과 스탈린의 재가를 얻어 정한 사실 등을 적어놓았다. 따라서 이 자료를 독파하면 북한이 얼마나 소련을 추종하는 괴뢰집단인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내용증명이다.

절판이 되어 시중에서는 구하기 힘든 '스티코프 일기'를 펜앤드마이크(PenN)는 전 교수의 해제부터 책 그대로를 온라인 공간으로 옮긴다. 다만 책의 제목이 '쉬띄꼬프의 일기'로 되어 있는 것을 요즘 사용하는 용어로 바꾸어 '스티코프 일기'로 바꾸었다. 게재 순서는 전 교수의 해제를 시작으로 스티코프의 일기를 1946년 9월 6일부터 11월 13일까지를 제1부, 1946년 12월 2일부터 1947년 2월 4일까지를 제2부, 1947년 7월 7일부터 10월 4일까지를 제3부, 1948년 7월 26일부터 10월 2일까지를 제4부로 편집하고 있는 책의 흐름을 따를 예정이다. 책 후반부에 별도로 첨부돼 있는 1946년 9월 28일 여운형의 북조선 방문에 대한 스티코프의 보고나 소련 군인으로 1945년 해방 후 평양 소련군정에서 소장 계급으로 민정 사령관을 지냈던 안드레이 알렉세예비치 로마넨코(Andrei Alekseevich Romanenko)와 여운형의 대화 기록도 순서에 따라 게재할 예정이다. 

쉬띄꼬프 일기 2부
(1946. 12. 2~1947. 2. 4)

[1946년 12월 18일부터 24일까지]

 

1946년 12월 18일

의사 샤삐로가 왕진 오다. 검진하다. 약을 계속 복용하라고 제안하다. 일하러 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다. 

메레츠꼬프와 북조선 공업 생산계획 및 그 발전 방안에 대해 논의하다. 그는 북조선의 공업을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슬라뜨꼬프스끼는 소련에 북조선의 목재와 비료를 공급하는 협정을 체결하자고 제안한다. 나는 북조선에서 많은 비료를 가져가는 것에 반대한다. 왜냐하면 조선인들이 사용하기에도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나는 무역협정에 대해서도 슬라뜨꼬프스끼에게 동의할 수 없다. 조선인들을 속여서는 안 된다. 모든 문제에 관해 아침에 다시 대화하기로 약속하다. 

레베제프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 다녀오다. 그의 건강상태가 호전되다. 

끄라프초프를 호출하다. 지방자치기관 선거에 대한 대책과 행동방침에 대해서 남조선 동지들에게 하달할 지시사항의 작성을 명하다. 남조선 상황 및 입법기관의 구성과 회의에 관해 모스크바로 보낼 보고서 작성을 지시하다. 

로마넨꼬를 소환하다. 북조선의 공업과 농업 관계 자료들을 내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를 질책하다. 

끄라프초프가 이그나찌예프로부터 남조선 입법기관의 구성에 관한 자료를 받다.
1. 지주 24명 
2. 자본가 17명
3. 지식인(변호사, 교사, 신문편집인) 27명
4. 관리(일제시기 관리로 근무했던 자들 포함) 9명
5. 종교인 7명.

6명을 보궐선거하다. 성원 중에는 4명의 여성이 포함되어 있다. 

 

1946년 12월 19일

샤삐로 의사가 왕진 오다. 검진 결과 상태가 조금 악화되었다고 한다. 약을 복용하라고 권고하고 추가적인 약제를 처방하다. 

북조선 문제로 로마넨꼬를 호출하다. 1947년도 공업 및 농업 생산계획과 1948년도 국가예산 및 북조선의 화폐개혁 실시에 대해 소련정부에 보낼 제안서에 서명하다. 북조선에 공급할 석탄과 자동차에 대해 베리야에게 보내는 전문에 서명하다. 

메레츠꼬프, 로마넨꼬와 함께 공업, 재정, 무역 관련 문제들을 검토하다. 내가 북조선 도·시·군 인민위원회대회 소집과 북조선인민위원회 수립 문제를 재가하다. 그들은 나의 제안과 계획을 검토한 후 동의하다. 

로마넨꼬와 함께 나의 제안의 실행계획과 대회진행 및 의사일정에 대한 훈령 초안을 작성하다. 

1. 대회에 파견할 대의원들을 각 도·시·군 인민위원회 회의에서 선출한다. 인민위원 3명 당 1명의 대의원을 선출한다. 대의원 총수는 3,459명의 인민위원을 대표하여 1,153명이 될 것이다. 대의원은 비밀투표로 선정한다. 

대회 의사일정은 다음과 같다. 
1.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가 채택한 법령 승인, 보고자 강양욱 서기장
2. 1947년도 북조선인민경제발전게획, 보고자 김일성
3. 1947년도 국가예산
4. 북조선인민위원회와 북조선인민회의 선거, 북조선인민위원회와 북조선인민회의에 대한 규정 승인

북조선인민위원회와 북조선인민회의의 구성
대의원 5명당 1명의 인민위원을 선출하여 총 213명으로 구성한다. 
북조선인민회의의 정당별 구성 : 북조선로동당 35 퍼센트, 조선민주당 15 퍼센트, 천도교 청우당 15 퍼센트, 무소속 35 퍼센트, 여성 15 퍼센트
사회성분별 구성 : 노동자 40명, 농민 50명, 지식인(의사, 작가, 교사, 기사) 45명, 상인 10명, 기업가 7명, 종교인 10명, 수공업자 10명.

정당·사회단체의 대표자들, 각 행정국의 일군들, 각 도인민위원회에서도 인민회의 위원들을 파견한다. 각 도인민위원회에서 24명, 각 행정국에서 18명, 정당·사회단체에서 23명을 파견한다.

북조선인민회의에서 심의해야 할 사항들은 다음과 같다.
1. 의장, 부의장, 서기장의 선출
2. 북조선인민위원회 선거
3. 인민재판소 선거
4. 검찰총장 선거
5. 인민재판소와 검찰소에 대한 규정 승인

상임위원회 선출과 구성될 기구의 명칭 문제를 숙고해야 한다.

끄라프초프를 호출하다. 로마넨꼬와 함께 대회 관련 문서들을 작성하도록 지시하다.

[편집자 주] 북조선 인민회의는 남한의 국회에 해당한다. 민의의 수렴을 위한 대표자를 선출하는 선거의 모든 과정이 북한 정치세력들의 자의적 결정에 의한 것이었다면 당연히 북한은 남한보다 먼저 국회를 구성하여 민주적 절차에 의해 선거를 통해 국가를 수립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런데 스티코프가 남긴 일기(『쉬띄꼬프 일기 1946~1948』)에 의하면 그 모든 정책결정이 소련공산당의 지령을 받은 소련군정 지도부에 의해 제기되고 진행되었음이 적나라하게 밝혀졌다. 그 증거가 바로 1946년 12월 19일자 스티코프의 일기다.

스티코프가 작성한 이 기록을 보면 놀라운 사실이 발견된다. 소련군 지도부는 북한의 제헌의회 격인 북조선 인민회의의 수립에서부터 실행계획과 대회진행 및 의사일정, 심지어 정당별 의석 배분 문제, 그리고 의원들의 출신성분별 구성 인원 숫자까지 세세하게 결정하여 이를 지령한 것이다. 만약 대한민국의 제헌의원 선거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미군정이 선거도 실시하기 전에 정당별로 의석을 배분하고, 출신성분별로 인원을 정해놓은 다음, 그에 맞춰 당선자를 결정했다면 그 선거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미군정의 지시와 지령에 의해 구성된 제헌의회에서 국호를 정하고, 헌법을 제정했으며, 대통령을 선출했다면 그것은 미국의 지시에 의해, 미국의 의도대로 국호와 헌법과 대통령을 선출한 것이지 대한민국 국민의 민의에 따른 결정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만약 우리 제헌의원 선거와 그 후 헌법 제정, 국회 제정, 대통령 선출이 이런 방식으로 진행되었다면 대한민국 건국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게 되는 것은 불문가지다.
북한의 건국과정과 대한민국의 건국 과정은 이런 문제에서부터 판이하게 다른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북한은 소련공산당 당 중앙의 지령을 받은 소련군정 지도부의 결정에 의해 후보자에서부터 정당 및 성분별 비율까지를 세세하게 따진 다음 모스크바의 소련공산당 당 중앙의 재가를 받아 북한 정권을 창출하게 될 의회(북조선 인민회의)를 구성했다. 스티코프의 일기가 바로 김일성과 북한이 스탈린과 소련공산당의 괴뢰정권이라는 부인할 수 없는 증거다.

1946년 12월 20일

의사 샤삐로가 왕진 오다. 일하러 나가도 좋은지에 대해 그와 상담하다. 샤삐로는 반대하다. 

북조선 문제로 로마넨꼬를 접견하다. 공업 및 농업 생산 계획에서 들어난 결함에 대해 논의하다. 북조선 도·시·군 인민위원회 대회, 북조선인민회의의 창설, 각급 인민위원회 선거 문제들과 관련하여 모스크바로 보낼 보고서 초안을 작성하다. 

법령 공포 절차와 범죄 처벌 조치에 관한 지시를 내리다. 

끄라프초프가 가져온 다음과 같은 보고서들을 검토하다.
1. 로동당 중앙위원회 창설에 대한 보고서
2. 모스크바 삼상회의 결정 1주년에 즈음한 명령서
3. 행정국에서 재정, 회계 규율 확립에 대한 보고서
4. 지방자치기관 선거와 관련하여 남조선 동지들에게 하달할 명령서 초안

대외무역성 슬라뜨꼬프스끼와 조선에서의 대외무역 업무의 취급 절차와 만주로부터의 곡물 반입 협정에 대해 논의하다. 

 

1946년 12월 21일

의사 샤삐로가 왕진 오다. 병세에 특별한 변화가 없다. 스딸린에게 생일 축하 전문을 보내다. 2시간 동안 산책하다. 

끄라프초프를 호출하여 다음 문서들을 작성하다. 
1. 지방자치기관 선거에 대한 방침과 관련하여 남조선 동지들에게 하달할 명령서
2. 모스크바의 몰로또프와 불가닌에게 올린 남조선입법기관 문제에 대한 보고서
3. 조선 문제에 관한 모스크바 삼상회의 결정 1주년에 즈음한 성명서

 

1946년 12월 22일

로마넨꼬를 호출하여 북조선 도·시·군 인민위원회 대회 소집과 관련된 문제들을 검토하다. 향후 조선에서의 우리의 정책에 대해 자세한 지시를 하달하다. 박헌영의 훈련에 관해 지시를 내리다. 

2시간 반 동안 산책을 다녀오다. 

구시힌에게 김일성에게 보낼 도서를 준비하도록 지시하다. 

소꼴로프와 대화하다. 로마넨꼬를 북조선으로 보내기 위해 내 비행기를 준비하도록 지시하다.

 

1946년 12월 23일

김일성종합대학 문제로 김일성과 김두봉에게 편지를 쓰다. 그들에게 도서를 보냈다고 알리다. 박헌영에게 편지를 쓰다. 그를 위해 도서를 발송하겠다고 전하다. 김일성에게 그를 위해 도서를 보내겠다고 편지를 쓰다. 

로마넨꼬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지시를 내리다. 

메레츠꼬프와 산책하다.

표도세예프 중좌를 호출하여 조선경제의 계획화 문제에 대해 훈련을 내리다. 조선에서 현재 우리 앞에 제기된 과제와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해 설명하다. 

세쁘찌꼬프와 그의 가족문제와 모스크바 방문 결과에 대해 대화하다.

바실렌꼬가 다녀가다. 모든 물자를 지원받도록 명령을 받다. 나는 그에게 김일성종합대학용으로 2대의 트랙터를 배당해 줄 것을 부탁하다. 

 

1946년 12월 24일

로마넨꼬가 전화하다. 김일성이 대회소집에 동의했으며, 대회를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 창립 1주년 기념일인 2월 8일에 소집할 수 있도록 허락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하다. 

지방자치기관 선거에 대해.

리 인민위원회 선거를 공개투표로 진행하자고 제안하다. 나는 이에 동의하지 않고, 각각의 입후보자들에 대해 다른 색깔의 투표용지를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숙고해 볼 것을 제안하다. 

면 인민위원회선거는 3월로 정할 것을 지시하다. 

기독교 신자들에게 성탄절에 기념식을 거행하고, 밤에 돌아다니며, 그리스도를 찬미할 수 있도록 허락해 줄 것을 요청하다. 허락하다.

니꼴라예프에게 콤바인, 풀 베는 기계, 탈곡기, 쟁기가 달린 트랙터를 구해 보도록 지시하다. 

메레츠꼬프와 대화하다. 쉬낀(쉬낀 요시프 바실리예비치 대장, 소련 노동적군 총정치국장.)이 그에게 러시아사회주의공화국연방 최고회의 대의원 후보자들 문제로 전화했다고 전하다. 바빌로프(바빌로프 대좌, 연해주군관구 정치지도부 차장.)를 여순항에서, 예상했던 것처럼 소로낀을 조선에서 입후보시킬 것을 제안하고 있다. 변경지역에 대해서는 아무도 거론되지 않다. 아마도 변경당위원회에서 아무런 제안도 하지 않은 것 같다. 그가 스딸린에게 전화하다. 

[#15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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