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철강에 부과한 고율 관세의 근거인 'PMS' 취소 명령
정부·업계, 대미 관세율 인하·반덤핑 남용 방지 기대

미국 상무부가 한국산 철강에 부과한 고율 관세에 대해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이 관세율을 재산정할 것을 명령했다.

CIT는 지난 14일 홈페이지에 한국 철강업체인 넥스틸, 현대제철, 휴스틸, 아주베스틸, 세아제강, 일진 등이 상무부의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 대한 반덤핑 1차 연례재심 최종판정이 부당하다며 미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판정문을 공개했다.

앞서 상무부는 2016년 10월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 대한 1차 연례재심 예비판정에서 넥스틸 8.04%, 세아제강 3.80%, 기타 5.92%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상무부는 2017년 4월 최종판정에서 넥스틸 24.92%, 세아제강 2.76%, 기타 13.84%로 대부분 업체의 관세율을 높였다.

당시 상무부는 관세율을 올린 근거로 특별시장상황(PMS: Particular Market Situation)을 제시했다. PMS는 수출국의 특별한 시장상황 때문에 조사 대상 기업이 제출한 자료만으로 정상가격을 산정할 수 없는 상황으로, 상무부의 재량으로 수출기업이 자국에서 판매하는 정상가격(normal value)과 대미 수출가격의 차이를 계산해 반덤핑 관세율을 산정한다.

당시 상무부에 반덤핑 조사를 요청했던 미국 철강업체들은 연례재심 과정에서 한국에 4가지 PMS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의 보조금으로 인한 유정용 강관의 원료인 열연코일 가격의 왜곡 ▲값싼 중국산 열연강판 사용으로 인한 열연코일 가격의 하락 ▲유정용 강관 생산업체들과 전략적 제휴관계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이들 기업에만 열연코일을 유리한 가격에 공급 ▲한국 정부의 낮은 산업용 전기요금이다.

당초 상무부는 예비판정에서 이런 주장에 근거가 없으며 한국에 PMS가 없다고 판정했으나, 예비판정 6개월 뒤 내놓은 최종판정에서 이를 뒤집었다.

이번 소송에서 상무부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이 2017년 3월 8일자로 상무부에 보낸 서한을 제출했다. 서한은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둔 다국적 강관생산업체 테나리스(Tenaris)가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 유정용 강관 공장을 설립했는데 낮은 관세율이 이 회사에 피해를 줄 것이라는 내용이다. 나바로 위원장은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 최소 36% 관세를 부과해야 테나리스를 지원할 수 있으며, 상무부가 이를 위해 PMS를 활용할 것을 제시했다.

그러나 CIT는 예비판정에서 PMS가 없다고 판정한 상무부가 어떻게 같은 자료를 갖고 최종판정에서 전혀 다른 결과를 도출했는지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CIT는 상무부가 PMS 판정을 되돌리고 이에 따라 반덤핑 관세율도 재산정할 것을 명령했다.

미국 정부는 이번 소송에서 PMS와 관련해 아무런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이번 판정은 상무부의 PMS 남용을 막고 한국 기업의 유사한 소송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상무부가 이를 이행하면 관세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CIT가 PMS 자체가 아닌 적용 방식에만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 한계는 있지만 매우 의미 있는 판정으로 정부와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CIT 소송은 기업들이 하지만 정부도 상무부와 미국무역대표부(USTR), 미 의회 관계자 등을 만날 때마다 PMS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는 PMS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도 검토하고 있다.

원유와 셰일가스 채취에 사용하는 유정용 강관은 대부분 미국으로 수출한다. 2017년 대미 철강 수출 총 354만3천t의 57.0%가 유정용 등 강관류였고, 수출이 빠르게 늘면서 미국이 한국에 철강 쿼터(할당)를 적용한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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