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글로벌 투자은행들, 올해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JP모건 1.8%→1.4%, 캐피털 이코노믹스 1.8%→1.0%, HSBC 1.6%→1.4%

최근 유럽 각국의 경기가 좀체 살아나지 않는 데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노란 조끼 시위 등 악재가 누적되면서 주요 투자은행(IB)들이 줄줄이 올해 유로존의 경제성장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20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최근 JP모건은 올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1.4%로 낮추고 내년 전망치도 1.9%에서 1.7%로 하향 조정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1.0%로, 내년 성장률도 기존 1.5%에서 0.8%로 급격히 낮춰 잡았다.

HSBC도 올해 전망치를 1.6%에서 1.4%로, 내년은 1.4%에서 1.3%로 낮추며 경제성장 전망을 낮추는 데 가세했다.

이처럼 주요 투자은행들이 유로존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이유는 유럽산 제품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최근 유럽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와 산업생산 지표 등의 부진으로 유로존의 경제회복에 대한 비관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IHS마킷이 발표한 작년 12월 유로존 제조업 PMI는 51.1로 2013년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프랑스는 '노란 조끼' 시위의 여파로 작년 12월 PMI가 48.7까지 떨어졌다. 프랑스의 제조업 PMI가 50 밑으로 떨어진 것은 49개월 만에 처음이다.

독일도 PMI가 6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51.6)을 기록해 제조업 성장둔화 우려를 키웠다.

IHS마킷의 수석 비즈니스 이코노미스트인 크리스 윌리엄슨은 "유럽경제에 대한 우려가 무역 전쟁, 브렉시트, 고조된 정치적 불확실성, 금융시장 변동성, 세계 경제 둔화에서 오는 다각도의 역풍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유로존의 산업생산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Eurostat)에 따르면 작년 11월 유로존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1.7%, 전년 동월대비로는 3.3% 줄었다. 전월 대비로는 2016년 2월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고, 전년 대비로는 6년 만에 가장 부진한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유럽의 작년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와 1.9%로 전망해 5월 전망치보다 각각 0.3%포인트씩 낮췄다.

유럽산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글로벌 수요의 둔화도 유럽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유럽산 제품에 대한 글로벌 수입 증가율은 7.5%로 전년 대비 4.5%포인트 상승했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럽산 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IMF는 전망했다.

단기적으로는 유럽의 수출상품 가운데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의 둔화가 유럽 경제성장률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EU 내 엄격해진 배출가스 규제와 미국의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계획이 유럽의 자동차 수출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오는 3월 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도 큰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이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경우 EU 경제는 크게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IMF는 "노딜 브렉시트는 영국과 EU 간 높은 무역, 비무역 장벽을 만들 것"이라면서 "이는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올해는 유럽의회 의장을 비롯해 EU의 통화정책 방향을 이끌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EU 집행위원회 위원장, EU 이사회 의장 등이 모두 새로 선출된다.

유로존의 장기적인 경제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 유로존이 그동안 통화완화정책의 시기에 구조개혁을 하지 못한 점이 향후 경기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유럽 경제회복을 위해 각국 정부의 구조개혁이 통화정책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지속해서 강조해온 바 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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