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침책임-사과요구 일언반구 없이 "유해발굴 더 이상 못미뤄, 상흔 치유 계기"
아동용 교육자료같은 國軍인쇄창 홍보물엔 남북 軍간부끼리 마주보고 웃는 모습만
시민들 "역사 잊은 민족은 미래 없다더니" "사과 한마디라도 받았나?" "역겨운 北방부"
"참전국 보여주기 부끄럽지도 않나?" "살인범 감옥가도 그 가족에 아픔 준거냐?" 분노

북한 정권에 의한 6.25 남침전쟁 발발 경위, 북측의 사과 거부를 외면한 채 남북공동유해발굴을 "아픈 상흔을 함께 치유해나가는 계기"라고 일방적으로 선전하는 국방부 공식 페이스북 게시물이 공분(公憤)을 사고 있다.

18일 페이스북 '대한민국 국방부' 페이지에는 국군인쇄창이 제작한 '2019 국방부 업무보고'라는 제목의 홍보물이 올라왔다. 페이지 관리자는 홍보물을 게재하며 "남북은 6.25 전쟁 격전지였던 비무장지대에서 최초의 남북 공동유해발(굴)을 통해 아픈 상흔을 함께 치유해나가는 계기가 될 전망"이라고 적었다.

만화 형식으로 제작된 홍보물은 '아동용 교육자료'에 등장할 법한 남·녀 캐릭터가 1명씩 등장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 남북 공동유해발굴에 대해 알아보겠다"고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라는 말은 현 정권과 군(軍) 수뇌부가 '북한 비핵화'라는 일대 과제를 두고도 사용한 적이 없는 표현이다.

사진=국방부 페이스북 공식 계정 포스팅 캡처

이 중에는 여성 캐릭터가 "무려 1129일간 계속된 6.25 전쟁은 우리 민족에게 큰 아픔을 안겨주었다"며 "6.25 전쟁의 격전지였던 비무장지대에는 아직까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남북 전사자들의 유해가 잠들어 있다"고 설명하는 대목이 나온다.

'공산진영의 자유진영 침략'이라는 전쟁 발발 원인은 밝히지 않고 '전쟁이 길었다'는 인식과 함께 "민족의 큰 아픔"이라는 감성적 어휘만 등장시킨데다, 우리나라 입장에선 명백히 '침략군'인 북한군까지 아울러 "전사자들의 유해가 잠들어있다"고 포장한 것을 접한 시민들은 '아연실색'하고 있다.

북한 정권과의 9.19 군사합의에 따른 올해 4~6월 남북공동유해발굴 진행 합의 내용을 설명하는 또 다른 컷들에서는 한국군과 북한군 간부끼리 '마주보며 웃는' 모습만 묘사돼 있어 '북한군 친화적 인식만 심으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국방부 페이스북 공식 계정 포스팅 캡처
사진=국방부 페이스북 공식 계정 포스팅 캡처

오전 10시쯤 이 게시물이 페이스북에 올라온 뒤 오후 7시30분까지 3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여기에서 자유우파 성향 웹툰작가 윤서인씨는 "뭐라는 거야 진짜 욕 밖에 안 나온다"며 "'남북이 함께 피해자다' 이 XX. 그것도 명색이 국방부가…"라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댓글에는 450건에 가까운 추천이 달렸다.

뒤이어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며? 저 사람들 왜 죽었는지 잊었어요?"라는 댓글은 300건에 가까운 추천을, "주적이랑 같이 삽질한다"는 댓글도 200건 넘는 추천을, "그분들 누구 때문에 돌아가셨죠? 사과는 받았나요?"라는 댓글도 140여건의 공감을 얻었다. 

"북한군이 남한 사람들에게 아픔을 가져다 준 거예요. 전쟁이 민족에게 가져다 준 게 아니고. 봉급에 부끄럽지 않은 포스팅을 해주세요"라고,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고 그렇게 선동해놓고 항일운동만 역사고 6.25전쟁은 야사(野史)냐"라고 일침하는 시민들 역시 눈에 띄었다.

사진=국방부 페이스북 공식 계정 포스팅 댓글 캡처

이밖에도 "전쟁을 일으킨 주체는 북한 공산주의 세력인데 저 유해작업으로 전쟁의 상처가 치유된다구요? 유해발굴작업도 좋은데, 북한한테 어떤 보상이라든가 사과의 말 한마디라도 받은 적은 있나요? 무슨 전쟁의 상처를 치유한다고 이런 식으로 포장을 하십니까. 이제 국방부까지 나서서 거짓평화를 선전선동 하는 건가요. 진짜 부끄러운 줄 아세요"라는 댓글이 달렸고, 약 180명의 공감을 받았다.

"(북한이) 먼저 남침한 건 생각도 안 하고, 죽었다고 피해자면 진주만 공습했다가 원폭맞은 일본이 자신들도 피해자라는 것과 뭐가 다르냐", "너희들 요즘 기본군사훈련때 (국군의) 이념, 사명 가르치긴 하냐"라고 연달아 분노를 쏟아내는 시민도 있었다.

"김일성 욕심때문에 수만명이 죽었는데 그걸 누구랑 치유를 같이 해?" "한국전에 참전했던 유엔군 참가국에게 보여주기 부끄럽지도 않나?" "인민군도 피해자인가?" "누가 북(北)방부 아니랄까봐" "내 생애 이런 역겨운 북방부는 처음 본다. 그냥 해체해라"라고 '혀를 차는' 국민들 역시 다수였다.

자신의 지인을 국방부 포스팅에 태그(이름을 적어 불러내기)하면서 "'제 딸을 폭행하고, 칼로 수차례 찔러 죽인 살인 20년 구형을 받고 감옥에 갔답니다. 그 사건은 나와 우리 가족, 또 살인범과 그의 가족 모두에게 큰 아픔을 주었습니다' 이거랑 뭐가 다르냐"고 묻는 청년도 눈에 띄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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