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론'의 북소리 [남정욱 독자]
'사우론'의 북소리 [남정욱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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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서 들려오는 희미한 소리가 들리지 않소?
우리에게 남은건 약해빠지고 
사리사욕에 빠진 장수 몇 밖에 없소
내부의 배신자가 있소
하지만 우리들에겐 선택이 없소

그들의 힘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역으로 이용해야만 해야 하오
눈물이 나지만 참아야만 하오
그 비통한 눈물을 친구와 가족에게 전하시오

새벽녘 저 멀리서 들려오는 북소리와 
대륙의 붉은 기운이 담긴 안개가  
어느 새 한반도를 뒤덮고 있소
어서 빨리 잠에서 깨어나 이 사실을 
가족과 친구와 이웃에게 알리시오

누군가는 자유의 상징이 담긴 표식을 만들어 주시오
모두 두 손을 꼭 잡고 함께 뱃지를 달아 주시오
동지를 모아야 하오 뱃지를 거리거리마다 나눠주시오
집집마다 표식을 걸어 서로서로를 알아야 하오
자유를 지키겠다는 서약이 담긴 표식을 문앞에 걸어 두시오

누군가는 동맹국에 달려가 원군요청을 해야만 하오
우리의 장군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반드시 알려야만 하오
우리는 신성한 발키리의 부활을 꿈꿔야 하오
그녀의 상징적 깃발 아래에서만이 힘을 모을 수 있소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소
그녀의 깃발아래 선자는 
전쟁에서 절대 죽지 않는다고 하오
신성한 성기사의 방패가 우리들을 지켜 줄 것이오
전국 방방곡곡 알려야 하오
발이 빠르고 입이 능한자가 나서 주시오

부러진 화살이라도 모아 주시오
길바닥의 돌멩이라도 주워 오시오
드워프와 호빗들을 불러주시오
당신들의 검과 방패는 다시 태어나게 될 것이고
호빗들은 가야 길을 친절하게 안내해 줄것이오

이 길에 앞장서는 사람들에게 
식은 밥 한덩어리라도 좋으니 나눠 주시오
이들은 죽음을 불사하고 당신의 자유를 지켜주는 자들이니
자식들에게 알려주시오 이 전쟁은 명예로운 것이라고.
늙고 힘빠진 노병들의 싸움이 아니라고
비웃음을 멈춰달라고 전해주시오

저 멀리 사막의 먼지를 일으키며 내려오는 자들이 있소
우리의 숨통을 조여오는 자들이 있소
지평선 너머로 전장의 북소리가 점점 크게 울려 퍼지고 있소
우리들이 일어나야 하오 사악하고 강력한 사우론의 힘과 맞서야만 하오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이겨내야만 하오
옆 사람의 떨리는 손을 꼭 잡아 주시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웃음이요
고블린과 노움을 불러주시오 
그들의 서커스와 이야기라면
젊은이들이 함께 할 것이오

이렇게 한해가 가고 한해가 가고 
다음 한해가 올때에는
최후의 결전을 펼쳐야 하오
반드시 이겨야만 하오

그렇지 못한다면...

다가올 한반도의 봄에는 
누군가가 정신없이 뛰놀다 망쳐놓은 
무궁화 꽃밭은 지고
붉게 핀 진달래만이 만연할 것이오

다가올 한반도의 봄에는 
죽어가는 내 눈앞에 선명하게 보이는 
붉은 진달래만이 거리마다 만연할 것이오

남정욱 독자

*사우론(Sauron)은 J. R. R. 톨킨의 소설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어둠의 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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