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유죄판결 엿새 뒤 민사재판부 "작가에 400만원, 이자·소송비용까지 줘라"
"작품 시가 400만원 상당"이라며 "정상적으로 판매 못해" 원고 피해 인정
"단순 淫畵는 아니지만 인격권 침해 요소 있어…실력행사는 부당" 설명
위자료 1000만원 요구는 기각…"'빨갱이' '여혐작가' 비난은 작품이 원인"
결국 액자 부쉈다고 유죄판결-배상명령 받은 심동보 前제독 "항소 검토중"

사진=TV조선 보도화면 캡처, 연합뉴스

예비역 해군 준장인 심동보 전 제독(해사 31기)이 2017년 1월 박근혜 전 대통령에 '세월호 7시간 괴담', '최순실 국정농단설', 여성 나체화를 접목시킨 반(反)인권적 그림 '더러운 잠'을 철거한 사건으로 형사재판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지 엿새 만에, 민사 재판에서도 '작가 측에 배상하라'는 선고를 받았다.

18일 법조계와 심동보 전 제독 등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민사 15단독(재판장 김재향 판사)은 16일 심 전 제독에게 "원고('더러운 잠' 작가 이구영씨)에게 400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소송 비용은 원고(70%) 측에 더 많이 부담하라고 판시했으며, 위자료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캔버스 천에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사진과 그림을 합성한 후 수성 아크릴 물감으로 덧칠하는 기법으로 제작된 이 작품의 시가는 400만원 상당"이라며 "현재 캔버스 천 일부가 찢기고 다수의 구김이 발생해 정상적으로 판매할 수 없는 상태"라고도 판시했다.

반(反)인권·여혐 논란이 집중된 작품에 '시장가치'를 매겨, '판매할 수 없는 상태'에 따른 피해를 배상하라고 명령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피고 주장과 달리 이 그림이 '예술적 가치가 전혀 없는 단순 음화(淫畵)'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인격권 침해 요소가 있다"고 봤다. 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를 저지하기 위해 스스로 실력을 행사한 것은 정당방위나 정당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는 한편 재판부는 이구영씨 측이 제기한 1000만원 위자료 청구는 기각했다. "원고가 이번 사건으로 '빨갱이', '여성 혐오 작가'라는 사회적 비난을 받았다고 하지만, 이런 비난은 작품 내용 자체에서 비롯된 것이지 피고들의 행위 때문이 아니다"라며 "'정신적 손해가 발생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도 부족하다"고 밝혔다.

심 전 제독은 앞서 10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0단독 김영아 판사에 의해 재물손괴죄로 벌금 100만원형이 선고(약식명령)된 바 있다.

심 전 제독은 지난 2017년 1월24일,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용인시정·초선)이 같은달 20~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1층에서 주최한 '시국풍자 전시회-곧, BYE! 展'에 출품된 그림 '더러운 잠'을 벽면에서 떼어내 던졌었다.

법원은 그가 '더러운 잠'을 4차례 바닥에 던져 액자를 부순 것으로 봤고, 심 전 제독과 같은 현장에 있던 목모씨에게도 그림과 액자를 떼어넨 뒤 그림을 구긴 혐의를 적용해 각각 벌금 100만원형을 선고했다.

검찰이 심 전 제독 등을 기소한 데 이어, '더러운 잠'을 그린 이구영씨 측은 심 전 제독을 상대로 작품 손괴에 대해 천만원대의 민사 손해배상까지 청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원고 측 변호인 10여명 가운데에는 친북성향 이정희 전 구(舊) 통합진보당 대표의 남편인, 심재환 변호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심 전 제독은 이번 민사 판결에 대해 "컴퓨터 그래픽으로 사진(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과 그림(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을 합성한 후에 수성아크릴 물감으로 덧칠한 조악한 그림을 국회 의원회관 로비 벽에서 떼어내 던졌으나 그림의 완전성을 손괴한 사실이 없다"며 "그런데도 과한 판결을 받은 것같아 항소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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