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첫 소환조사후 1주일만에 영장 청구...법원, 내주 초 영장실질심사할 듯
검찰, 40여개 개별 범죄혐의 적용..."헌법질서 어지럽히는 중대범죄" 주장
양 前 대법원장, 혐의 대부분 부인..."법과 양심에 반하는 일 하지 않았다"
검찰, 구속영장 한번 기각된 박병대 前대법관에 대해서도 영장 재청구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검찰이 18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전직 대법원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 것과, 구속영장이 청구돼 후배 법관에 구속심사를 받는 일은 대한민국 사법부 71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는 지난 11일 첫 소환조사 이후 일주일 만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피의자 신문과 조서 검토 등을 위해 전날(17일)까지 총 5차례 검찰에 출석했다. 검찰은 조서 열람을 포함한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 지 불과 하루 만인 이날 오후 구속영장 청구서를 법원에 접수했다.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는 내추 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 40여 개의 개별 범죄 혐의를 적용했다. 구체적인 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위계공무집행방해 ▲공무상비밀누설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등 혐의 등이다. 검찰은 그가 받는 의혹들(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민사소송의 소위 '재판거래'·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헌법재판소 내부정보 유출·사법부 블랙리스트·공보관실 운영비로 비자금 조성 등)도 영장 청구서에 기술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부터 6년간 대법원장으로 일하면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0·구속기소)과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각각 62·64) 등에게 반헌법적 구상을 보고받고 승인하거나 직접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기된 의혹들이 헌법질서를 어지럽히는 중대한 범죄에 해당하는 점, 양 전 대법원장이 전·현직 판사 다수의 진술과 객관적 물증에도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점 등을 감안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고 구속수사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11일 검찰 조사 전 입장을 밝히며 “이 사건에 관련된 여러 법관들이 각자의 직권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적어도 법과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을 저는 믿는다”며 “모쪼록 편견이나 선입관 없는 공정한 시각에서 이 사건이 조명되길 바랄 뿐”이라고 한 바 있다. 그는 조사에서도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이날 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이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관련 행정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사건 형사재판 ▲통합진보당 국회·지방의회 의원들의 지위확인 소송 ▲상고법원 반대 판사 뒷조사 지시 등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적용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3일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같은달 7일 이를 기각한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혐의 중대성과 추가 규명된 범죄 혐의를 고려할 때, 영장 재청구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은 260쪽, 박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은 200쪽에 달한다. 두 사람의 구속 여부는 일반적인 피의자 심사 일정에 따라 22일이면 결정될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수사기록 등이 방대해, 1~2일가량 기일이 늦게 지정될 가능성도 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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