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법 제2형사부, 제주 4.3사태 생존 수형인 18명에 대해 '공소 기각'...사실상 무죄 판결
재판부 "당시 제반 사정 고려할 때 기소장 전달 제대로 이뤄졌다고 보기 힘들어"
정규재 대표, "어느나라 법정이 단순 논리만으로 폭동뒤처리 군사재판을 무죄로 둔갑시키나"비판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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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건국을 위한 1948년 5월 10일 제헌의회 총선을 앞두고 남로당이 선거를 방해하기 위해 무장폭동을 일으키면서 벌어진 제주 4.3 사태를 군경(軍警)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진행된 군법회의에 대해 법원이 소송절차 미비를 이유로 사실상 '불법 재판'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제갈창 부장판사)는 17일 임창의씨(99·여) 등 제주 4·3사태 생존 수형인 18명이 청구한 '불법 군사재판 재심' 선고공판에서 청구인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로 재심을 청구한 생존 수형인들이 사실상 무죄를 인정받았다.

공소기각이란 법원이 소송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실체적 심리를 하지 않고 소송을 종결시키는 것으로 법원의 이번 공소기각 판결은 4·3 당시 이뤄진 군사재판이 별다른 근거 없이 불법적으로 이뤄져 재판 자체가 '무효'임을 의미하는 것으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에 대한 군법회의는 법률이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일관되게 '어떤 범죄로 재판을 받았는지 모른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당시 제주도에 소개령이 내려진 시기 등 제반사정을 종합할 때 단기간에 그 많은 사람들을 군법회의에 넘겨 예심조사나 기소장 전달 등 절차가 제대로 이뤄졌다고 추정하기 어렵다"며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는 절차를 위반해 무효일 때에 해당한다고 본다"고 판시했다.

즉, 4·3 당시 공소 제기(기소)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해 무효일 때(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해당한다고 판단, 공소기각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번 판결은 제주4·3 당시 계엄령하에 이뤄진 군사재판이 불법이며 그로 인해 감옥에 갇힌 수형인들이 무죄임을 인정한 최초의 사법적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청구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며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할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 겸 주필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4.3을 무죄로 만든 제주 법원의 오만을 고발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재판부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정 대표는 “70년 전의 일을 다시 재판한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운 일이지만 내란적 혼란 상황에서 계엄령하에 열렸던 70년전의 군사재판을 ‘불법적으로 진행된 재판’으로 규정한 법원의 막무가내식 판결은 더 놀랄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간의 개인적 잘잘못은 70년의 세월이 견디기에 너무 긴 세월이라고 하겠지만 피해자임를 주장하는 일방 당사자의 의견만을 취하여 역사의 불법성을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인지 재판부의 너무도 악의적인 용감성에는 혀를 내두르게 된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4·3 당시 공소 제기(기소)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해 무효일 때(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해당한다고 판단, 공소기각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정 대표는 “대체 어느 나라의 법정이 이 같은 단순 논리와 현재 시점의 추정만으로 4.3폭동 뒤처리 과정에서의 군사재판을 일언지하에 무죄로 둔갑시키는 오만한 판결을 내릴 수 있는지 실로 의문스럽다”고 질타했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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